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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먹다 '까먹다'의 의미는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잊어버린다는 것인데 잘 까먹는 누군가의 이야기겠구나 생각하며 책표지를 보니 다람쥐가 등장한다. 다람쥐. 그럼 다람쥐가 밤이나 도토리를 까먹는다는 의미를 담은 것인가? 유은실작가가 올해 출간되었다고 들고 온 동화책 한 권과 그림책 한 권. 아이들을 독자로 썼다는 동화책이 쉽게 읽혀지기에 한 쪽 한 쪽, 단숨에 동화를 읽어버렸다. 역시! 유은실작가의 동화를 읽으면 어쩜 이렇게 글로 풀어낼까 감탄을 하게 된다. 단순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화에 그치지않고 의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화. 학부모들이 읽으면 여러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체활동을 시작한 내게도 적절한 울림이 전해진다. 어린시절 경험을 이렇게 동화로 풀어낼 수 있는 작가의 글솜씨가 ..
탱자이야기 작은 학교에 근무할 때 아이들과 산책길에 길가에 노랗게 떨어져있는 탱자를 발견한 일이 있다. 호기심많은 한 아이가 탱자를 한 입 베어물었다가 곤욕을 치른 일도 있었던 그 탱자. 탱자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자료를 찾았던 기억도 있다. 그 때 알게 된 고사성어. 귤화위지(橘化爲枳) 또는 남귤북지(南橘北枳). 중국의 제나라 재상 안영과 안영을 골탕먹이려했던 초나라 임금과의 옛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환경에 따라 인간의 기질이 변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하는데 아이들은 실제로 귤과 탱자가 같은 종류로 착각하기도 했다. 무튼 노랗게 익은 탱자의 향은 정말 좋다. 탱자나무를 심은 지 올해로 3년 째, 봄에 꽃이 많이 피어있는 것을 보고는 '탱자열매가 많이 열리겠구나' 상상했다. 탱자효소가 피부미용에 좋다며..
살며 노래하며 어려서 노래를 잘 부른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언제부턴가 목소리가 걸걸해져서 지금은 예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지못하지만 ㅎㅎ 한가해진 탓인지 요즘은 오래 전 불렀던 노랫말들이 입 안에서 맴돈다. 어려서불렀던 동요, 중고등학교 합창부활동하면서 불렀던 가곡, 그리고 대학시절 캠퍼스낭만을 즐기며 불렀던 가요 , 그리고 사회생활하면서 자주 접했던 노찾사 노래 등 장르불문하고 시도때도 없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퇴직 전까지 난 내 아이들을 키우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그때그때 유행하는 가요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래야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었기때문이다. 그랬더니 어느 해인가 제자들이 찾아와서 노래방을 함께 갔는데 제자들이 내게 맞는 노래를 불러주더라. 최근에 관심가졌던 가요는 단연코 BTS노래였다. 운전하면서..
청소년 일탈은 왜 청소년 자녀와의 갈등을 경험하고 있는 몇몇 이웃주민과 함께 수다모임을 시작했다. 자녀들에 대한 걱정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엄마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자녀들에 대한 불만으로 들렸다. 특히 딸과의 갈등보다는 아들과의 갈등이 비율이 높다. 내가 배아파서 낳은 자식이 내가 하라는 대로 움직여주면 좋겠는데 머리가 커지면서 점점 엄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반항을 한다는 엄마들의 항변. 학교를 안 가려고 하는 자녀로 인한 고충. 인터넷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사이버세상에 빠질까 염려된다는 고민. 가정에서 가르쳐주지 않아도 어디선가 배워서 스스럼없이 사용하는 나쁜 언어 사용 등에 대해 깊은 한숨을 내뱉는다. 학교에서도 상담주간에 상담을 하다보면 대부분 남자아이들의 엄마들이 걱정이 많다. 거칠다. 산만하다. 고학년..
방포항 차박 추석연휴끝자락에 반쪽과 함께 차박여행을 다녀왔다. 어머님께서 돌보고 계시던 반려견을 혼자 둘 수 없어서 장거리의 위험성이 있음에도 데리고 다녀와야했다. 지난 겨울에 찾아갔던 원산도의 오봉산해수욕장 캠핑장은 예약이 늦어 포기했고 보령 독산해수욕장은 무료인 만큼 관리가 부실할 것 같아 패스. 그래서 비용을 지불하고 관리가 잘 될 것 같은 태안 운여해변으로 목적지를 정해 출발했다. 보령터널을 지나 원산도 위를 통과하면서 오봉산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많은 차량들을 보았다. 역시... 2시간 반쯤 달려 비좁은 마을길을 지나 깊숙히 들어가있는 운여해변이 가까이 다가올 수록 길가에 주차된 차들이 보였다. 솔 숲에 둘러싸인 운여해변 캠핑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캠핑장은 텐트와 차들로 가득차 있었고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는 ..
어머님 안 계신 추석 어머님 안 계신 이번 추석은 결혼 후 삼 십 여년 만에 내게 한가한 명절이 되었다. 결혼하고 명절때마다 손님맞이하느라 허리펼 틈 없이 상차리던 기억이 명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어냈다. 술 좋아하시는 시아버님과 손님대접 잘 하기로 소문 난 시어머님때문에 명절마다 시댁으로 몰려드는 손님이 정말 많았다. 찾아오는 손님마다 새롭게 상을 차려드려야한다는 어머님 지론에 따라 앉아계시던 손님들은 새로오는 손님과 함께 새 상을 받아 계속 먹거리를 드시곤 했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어머님 손맛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여전했다. 명절마다 허리굽히기(인사때문이 아니라 상차림때문에) 운동한다고 반쪽에게 투덜거리면서 살아온 세월이었다. 친정과 너무 다른 분위기였던 터라 적응이 힘들기도 ..
어머님의 걱정거리 어머님께서 병원에 입원하신 지 벌써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어머님 병문안이라고 해봐야 하루 면회객 수를 제한하는 병원규정 상 예약이 쉽지 않고 면회예약이 성공해도 기껏 15분의 시간동안 투명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대화나누는게 전부. 코로나시국이라 병원에 계신 어머님찾아뵙기도 쉽지않다. 성격급한 어머님께선 빨리 낫지 않는 상황에 대해 속상하셔서 눈물이 그렁그렁하신다. 어머님께서 치료가 빨리빨리 진행되지않는다고 병원에 짜증을 내시는 경우도 여러번이었다. 늘 건강을 자신하셨던 어머님께서 누구보다도 가장 자신있게 하셨던 농삿일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조바심을 내신다. 병원에 누워서도 지금쯤 무엇을 수확하고 무엇을 파종해야 하는지 걱정하고 계신 어머님이시다. 그 농삿일 외에 또하나의 걱정은 반쪽의 먹거..
선택 어머님께선 빨리 호전되지 않는 상황에 까칠하게 병원생활을 하고 계신단다. 농삿일로 잔뼈가 굵어오신 어머님께선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만큼 왕성하게 일을 하셨다. 지는 것을 정말로 싫어하시는 어머님.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 사람들보다 일잘한다며 스스로를 뿌듯해하셨다. 이런 자신감은 반쪽도 똑닮았다. 그렇게 지내시던 분이 갑작스럽게 병원에 누워계시게 된 상황을 받아들이기 싫어하셔서 의사와 간호사에게 빨리 낫게 해달라고 매일 호소하신단다. 아침일찍 일어나 정갈하게 화장하고 나서야 일을 시작하셨던 분이라 병원에 들어가니 같은 병실에 이런저런 병명으로 누워있는 환자들을 보면서도 불만이 쌓이신다. 사실 다인실에 입원하면 여러 종류의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함께 있어야하는데 깔끔하신 성격에 그런 상황조차도 불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