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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벗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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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새이야기 어느날부터 시골집 처마에 딱새부부가 들락거렸다. 언젠가 딱새육아일기를 썼던 농부이야기가 문득 생각나 딱새부부가 없는 틈을 타 처마를 살펴보니 가끔 뻐꾸기가 어슬렁거려서 혹여나 뻐꾸기가 알을 낳을까 신경쓰이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날, 딱새부부는 벌레를 물고 분주히 날아드는 것이었다. 보면 안되겠지만 난 또다시 새둥지를 훔쳐보았다. 나를 본 한 녀석이 입을 벌리고 먹이를 달란다 ㅎㅎ 딱새부부는 열심히 먹이를 나르며 아기들을 잘 길러냈고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아기딱새들은 성공적으로 이소를 했다. 한마리만 제외하고 여섯개의 알 중에 가장 늦게 부화되었는지 이소하다 아래로 떨어져버린 아기딱새. 건드리면 안되겠지만 고양이들이 많은 우리 시골집 특성상 다시 둥지로 넣어줘야했다. 딱새부부는 이소실패한 ..
탱자이야기 작은 학교에 근무할 때 아이들과 산책길에 길가에 노랗게 떨어져있는 탱자를 발견한 일이 있다. 호기심많은 한 아이가 탱자를 한 입 베어물었다가 곤욕을 치른 일도 있었던 그 탱자. 탱자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자료를 찾았던 기억도 있다. 그 때 알게 된 고사성어. 귤화위지(橘化爲枳) 또는 남귤북지(南橘北枳). 중국의 제나라 재상 안영과 안영을 골탕먹이려했던 초나라 임금과의 옛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환경에 따라 인간의 기질이 변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하는데 아이들은 실제로 귤과 탱자가 같은 종류로 착각하기도 했다. 무튼 노랗게 익은 탱자의 향은 정말 좋다. 탱자나무를 심은 지 올해로 3년 째, 봄에 꽃이 많이 피어있는 것을 보고는 '탱자열매가 많이 열리겠구나' 상상했다. 탱자효소가 피부미용에 좋다며..
꼬꼬이야기 둘 닭대가리라는 표현이 왜 나왔을까? 두 달 전 초코가 다섯 개의 알을 품고 있던 중 세 개의 알을 깨고 귀여운 병아리가 나왔다. 어미닭은 누가 건드릴까 기척을 느끼기 무섭게 병아리들을 품 속으로 감추곤 했다. 한 달 쯤 지났을 무렵, 어미닭은 자신의 새끼병아리들을 쪼기 시작했다. 어머님말씀은 병아리를 독립시킬 때가 되면 곁에 오지 못하게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부화시킬동안 분리시켰던 다른 청계무리들에게 어미닭을 돌려놓았다. 그랬더니 다른 암탉인 쿠키가 맹렬하게 초코와 다투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함께 지냈던 녀석들이 잠시 안 본 사이 서로를 잊었을까? 두 암탉의 다툼이 격렬해지면 수탉은 요란스레 소식을 전한다. 처음엔 닭장안에 들어가서 두 암탉의 다툼을 말려보려했다. 날카로운 부리로..
각양각색 플록스꽃들 반쪽이 예전부터 후록스라고 알려줬던 꽃들이름이 최근에서야 플록스라는 이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검색해보니 플록스라는 이름은 그리스어의 '불꽃'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어 꽃말조차 '내 가슴은 정열에 불타고 있습니다'라고 한다. 처음엔 한 두가지 색상으로 꽃이 피었는데 씨앗을 얻어오기를 좋아하는 반쪽이 올해 열가지 넘는 플록스 씨앗을 파종했다. 사람들 그렇지만 같은 종류의 꽃임에도 꽃을 피우는 시기가 다르고 색깔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다. 사실 내 눈엔 그게 그거 같아서 "뭐가 열 가지야? 기껏해야 다섯가지겠구만" 못 믿는 나에게 꽃을 하나하나 따서 세어보라고 준다. 꽃잎을 모아놓고 비교해보니 조금씩 다르다. 같은 색인 것 같으면서도 크기가 다르거나 무늬가 다르다. '헉, 열 두 종류군' 팔목을 내놓으란다. 역..
지금은 베리세상 5월 말부터 6월까지 우리 농장에서 수확되는 베리종류 몇가지 영어로 스트로베리라 불리우는 딸기는 우물가에서 꽃만 피우고 열매를 맺지못했다. 또하나, 지난 3년간 가장 수확량이 많았던 개량 산딸기. 누군가는 라즈베리라고 하는데 우리집 산딸기와 라즈베리와는 생김새가 좀 다르다. 아주 잘잘한 가시때문에 수확이 어렵지만 상큼한 맛이 최고인 산딸기. 물론 야생산딸기보다는 새콤한 맛이 덜하다. 작년까지 수확량이 너무 많아서 카페하는 동생에게 팔기도 했었는데 3년이 지나면 나무의 생명력이 다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탓에 올해는 수확이 전무하다. 딸아이가 좋아해서 심었던 것인데 올해는 아쉽다. 산딸기나무는 뿌리쪽에서 번식이 되다보니 기존 나무는 잘라내고 새롭게 올라오는 나무를 집중적으로 키웠어야 했는데 그런 정보를..
키 큰 초화류 마당 구석구석에서 큰 키를 자랑하며 꽃을 피워내고는 바람에 하늘하늘 춤을 추는 이런저런 모양의 꽃들. 나의 반쪽에게 농담삼아 말하지만 집 곳곳에 가느다란 줄기에 키만 훌쩍 큰 초화류가 많다. 꽃의 뒷부분(꿀주머니라고 한다)이 매의 발톱처럼 굽어있는 모양때문에 매발톱이라 불리워지는 꽃. 처음 전원생활을 시작할 때 씨앗을 뿌려 번식시키려 했는데 지금은 너무 잘 자라서 발에 밟힌다. 꽃잎이 벨벳처럼 보들보들한 우단동자. 얼핏 동자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소년의 이미지여야 하는데 짙은 분홍빛이 주를 이루고 간간히 흰꽃이 피고있다. 반쪽은 우단동자를 그렇게도 예뻐한다. 올해 처음 꽃을 피워낸 쇠채아재비. 꽃을 피워내기 전에 반쪽은 민들레과의 하나라고 내게 말해줬었는데 꽃이 지고 난 후 홀씨가 민들레 홀씨와 모양은 비..
인동초 꽃향기가 그윽한 날들입니다. 자연의 시계는 번식의 계절이라 여기저기서 새롭게 탄생한 길고양이 아기들과 집에서 키우는 청계의 병아리 소리가 들려오고 식물들은 제각각 꽃피우고 열매맺느라 분주하다. 봄이 올무렵엔 으름꽃향기가 그윽하게 퍼져가더니 여름의 초입에서 인동초 꽃향기가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동의보감에 기록된 내용으로 보면 예로부터 약재로 쓰였던 인동초의 잎과 줄기는 고열이 나거나, 팔다리를 잘 쓰지 못하여 마비되며 아픈 증상에 쓰인다고 적혀있다. 또한 전염성 간염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우린 약재로 사용하기보다는 꽃과 향을 즐기는 용도로 ...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인동초 꽃향기로 이번 지방선거가 싫다는 나의 반쪽의 마음을 달래본다. 꽃향기를 담아낼 수 있다면 좋으련만...
같은 듯 다른 이름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13주년을 추모하는 발길들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살아계실 때 그렇게 무시하고 핍박하더니 서거이후 정치인들은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노. 무. 현. 석 자를 선거 때마다 입에 올리며 노무현정신을 계승하겠다니 참 몹쓸 사람들이다. 거리거리 현수막이 걸리고 선거운동원들의 인사 코스프레가 시작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민주당의 패배로 끝날 것 같은 이번 선거. 국민이 권력을 쥐어줬을 때 제대로 진보 정책을 펼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권력마저 넘겨줘버리니 국민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란 걸 알기는 하려나? 국힘이나 민주당이나 '엘리트코스를 거친 우리들끼리 권력나눠먹기할테니 국민들, 너희는 구경만 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듯 느껴질 때가 많기도 한데 생김새는 같은 듯 그러나 다른 이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