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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삶

공동주택에서의 갈등(2)주차시비

탄소중립을 실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쏟아져나오지만 

정작 나부터 탄소중립을 실천하긴 꺼리면서 말만 무성하다.

심심치않게 나오는 뉴스 중에 공동주택에서의 주차문제가 심각하다.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원인을 제공하는 차량 보유대수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공동주택에서의 주차공간 확보는 쉽지않아보인다.

국토교통부의 1월 발표자료에 따르면 국민1인당 0.5대의 자동차 보유대수를 기록하고 있단다. 

(국토교통부 2023년 1월 26일자 보도자료에서 캡처)

이러한 실정에서 며칠 전 내가 살고있는 마을의 입주민들간에 주차논쟁이 있었다. 

내가 살고있는 마을은 신축아파트라 아직은 주차공간이 여유가 있는 형편인데 난데없는 주차논쟁이 일어난 것이다. 

주차논쟁의 불을 지핀 것은 내 집 가까이에 있는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된 것이다. 

의아했다. 

공동주택이라는 공간에서 내집 가까이에 마련된 주차공간은 한정적일 수 밖에 없는데

많이 걷는다해도 5분도 안되는 거리를 걷는 것이 불편하다해서 문제제기를 하다니...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에서 비롯된 문제일까?

논쟁거리를 던진 이웃의 주장은 차량대수가 너무 많아서 주차공간이 부족한 것이니

1세대 2차량인 경우부터 주차비를 걷어야한다는 논리였다.

다른 이웃의 주장은 주차공간이 적은 것도 아닌데 굳이 주차비를 걷는다고 해서

징수된 주차비로 주차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었다.

또한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웃의 근거는 자신의 집에서 멀리있는

주차공간에 차를 대고 걸어와야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점이다. 

특히, 무거운 짐을 들고 와야할 경우는 너무 힘들다는 것.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하다.

몸이 불편하거나 무거운 짐을 옮겨야하는 경우, 또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이동해야하는 경우에

자차가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편리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집가까운 주차공간을 모두에게 확보시켜줄 수 있다는 말인가?

누군가는 지정주차제를 제안했다. 

누구에게 어떤 자리를 지정해줄 수 있을까?

현재 주차공간 중 장애우선구역, 경차우선구역, 여성우선구역, 전기충전구역 등이 지정된 상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기준으로 양 옆으로 두 세대가 배치되어있고 

20층이 넘으니 40세대이상이 살고 있는 40대의 주차공간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이웃끼리의 주차논쟁은 한참을 이어 진행되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과학문명의 발달로 현대사회는 분명히 사람들에게 편리하게 변해가고 있다.

손만 까딱하면 앉아서 할 수 있는 게 많은 이 사회에서 

조금의 불편함도, 약간의 손해도 나의 것이 아니길 바라는 사람들의 이기심은

점점 더 높아질 것 같은 우려를 하게 된다. 

'함께'라는 공동체 의식은 사라지고 

'나'만 의식하게 되는 사회로 변해가는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나는 공동체 회복을 위한 노력을 조금씩 조금씩 실천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