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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삶

공동주택에서의 갈등(1)층간소음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생활을 시작한 지 20여년이다.

대학시절 내가 살던 도시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것을 보며 

막연히 그 아파트에 살아봐야겠다고 꿈꿨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 나 말고도 아파트에 살아보는 로망이 있었던 것이다.

첫째가 태어났을 땐 시골의 주택에 세들어살았고 둘째아이가 태어났을 때 꿈에 그리던 그 아파트를 장만했지만 

지방으로 가야해서 다른 지역에서 아파트 생활을 시작했다. 

주로 1층에서 생활했기에 아래층에서의 층간소음 민원을 받을 일이 없었지만

4층에 살았을 때도 아래층에서 민원제기를 받은 일은 없었다.  

나만 층간소음이라는 걸 몰랐을까,  아님 옛날에 지은 아파트들이 층간소음이 덜했을까?

그것도 아님 예전엔 층간소음에 대해 이웃끼리 무던하게 참아줬던 것일까?

층간소음에 대해 그렇게 이웃간의 갈등을 빚어본 기억은 없었다. 

7년 전, 아들딸이 모두 서울로 대학을 가면서 우리부부가 출근하면

혼자 남겨진 반려견이 온종일 짖어대는 바람에 낮동안의 소음이 심각했던지

오히려 우리 위층에서 고충을 토로하여 우린 시골의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하긴 했지만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층간소음의 스트레스를 심각하게 느껴본 적은 없었다. 

엄밀히 말해서 층간소음이 없었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층간소음으로 다툼은 없었다.

3년 전 생활부장을 맡았을 때, 학구 내 아파트의 입주민으로부터 민원이 들어왔다. 

위층에 초등학생이 살고 있는데 아이가 너무 뛰어서 살 수가 없다며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 한시간동안 측정한 소음 그래프까지 보내왔다.

그 땐, 코로나 19로 인해 가정에서의 온라인수업이 자주 이루어진 때였다. 

민원의 요지는 학교에서 층간소음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해서 아이가 뛰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게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인가 싶었지만

생활교육차원에서 아이들에게 안내하고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학교홈페이지에 자료를 탑재하는 노력을 했었다. 

최근에 내가 사는 마을에서 이웃간의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격화되어

위아래세대에서 각각 고충을 토로하는 일이 잦아졌다.

입주하자마자부터 층간소음때문에 괴롭다고 민원제기하는 아래층과

입주한 지 6개월밖에 안되었는데 시끄럽다며 수시로 인터폰을 받고있다는 위층. 

사실 층간소음이 괴롭다고 주장하는 아래층세대는 

1년 전에도 우리 부부를 만나기만 하면  층간소음의 원인을 찾고자 했다.

1년 전 층간소음의 고통을 호소했을 때, 그 위층엔 거의 사람이 살지 않았다. 

옆집에 살면서도 여자 분이 밤늦게 귀가하는 것만 보았을 뿐 이웃임에도 누군가를 만난 기억이 드물다. 

또 어떤 이웃은 자신의 아이들이 너무 활발해서 아래층에 미안하다고 미리 양해를 구하게 되면서

위아래층 세대 간 사이가 좋아졌다고 말한다. 

아무튼 공동주택 특히 아파트에서의 층간소음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요즘

국가소음정보시스템(https://www.noiseinfo.or.kr/notice/datadetail.do?boardNo=295)이 갖춰져있고

층가소음 기준이 해마다 강화되고 있나보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서 가져옴)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심심치 않게 뉴스에서 흘러나오기도 하는 세태를 바라보며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 지 고민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