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연을 벗삼아

(27)
꼬꼬이야기 하나 우리집엔 오레오 오즈와 초코칩쿠키라는 이름을 가진 닭이 있다. 전원생활하면서 내가 가장 즐거워하는 일이 동물키우는 일이라며 반쪽이 어느 날 중병아리 다섯 마리를 데려왔다. 까만닭 네 마리와 얼룩무늬닭 두 마리. 까만닭은 청계이고 얼룩무늬닭은 화초닭이라고 반쪽이 말해줬다. 우리집에 닭들이 들어온 날, 딸아이가 붙여준 이름이 까만닭에겐 초.코.칩. 쿠키이고 화초닭에겐 오레오. 오즈다. 동물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건 늘 딸의 몫이다. 처음엔 다섯 녀석을 하나의 닭장에서 함께 키웠는데 어느 순간 수탉들끼리 싸움이 일어났다. 그래서 결국 닭장을 하나 더 마련해줘야했다. 우리집에 데려온 다음 해부터 알을 낳기 시작했다. 청계닭의 알은 푸른빛이 도는 알이었다. 처음 알낳았을 땐 크기가 작았는데 점점 커지더라. 화초닭..
쌉싸름한 봄나물 내가 좋아하는 봄이 성큼성큼 오고 있다. 물러가기 싫은 추위가 시샘하듯 요며칠새 쌀쌀해지긴 했지만 봄은 벌써 가까이 와버렸다. 바깥나들이 나가면 봄나물이 지천에 널려 어느새 주머니 한가득이다. 한겨울, 꽁꽁 언 땅 속에서 단단하게 버텨 낸 냉이는 꽃피기 전이 가장 맛있는데 냉이는 이제 꽃이 피어 먹을 수가 없게 되었지만 대신 푸릇푸릇 달래가 푸짐하게 올라오고 향기품은 어린 쑥들이 하나 둘 고개를 내밀더니 쑥된장국 끓여먹기 좋을만큼 자랐다. 단군신화에서 호랑이와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 동굴속에 가지고 들어갔던 쑥. 여러가지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쑥이다. 백신3차까지 맞고도 며칠 전 코로나19확진되어 고생하는 친정엄마께 가져다드릴 쑥을 실컷 뜯었다. 쑥버무리, 쑥개떡 해드시고 기력회복하시라고 격리기간끝나는 ..
리얼 야생 5도2촌생활을 하게되면서 내가 전원에서 얻는 즐거움은 우리집을 찾아오는 고양이들에게서다. 어려서부터 도시에서의 삶이 익숙하여 까도녀로 살아왔던 내가 반쪽의 손에 이끌려 들어온 전원생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첫 번째 이유는 동물 특히, 고양이 때문이었다. 해마다 세대교체를 하면서 우리집으로 밥먹으러 오는 고양이들은 야생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다. 어미가 새끼를 낳고 어느 정도 성장하면 어미는 떠나고 새끼들만 남겨지기를 반복하고, 숫컷들은 세력다툼을 하여 승리한 녀석만 남겨진다. 가끔은 상처를 보이는 녀석들이 있어서 치료해주고 싶지만 곁을 내주지 않는다. 아기고양이 때부터 길들여보려고 집을 마련해주기도 하고, 캣타워를 놓아주기도 하며 장난감을 내밀어 보아도 곁에 오지 않는 아이들. TV에 나오는 길냥이처럼 애교..
몇 년 전, 아이들과 학교 뒷산을 탐험(?)하던 중 발견한 꽃. 그 땐 꽃이름도 몰랐던 부끄러운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아직 쌀쌀한 기운이 감돌긴 하지만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던 2월 마지막 주말. 하릴없이 들판을 거닐다 냉이를 발견했다. 뜬금없이 겨우내 꽁꽁 언 땅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건강하게 자라난 냉이가 내 눈에 들어오다니... 전에는 냉이를 만나도 냉이인 줄 모르고 그저 이름없는 잡초로, 풀꽃으로만 알고 지나쳤었던 그 냉이. 나의 냉이구별법은 일단 냄새맡아보기. 어려서부터 나물종류를 좋아했기에 봄이면 집안 가득 퍼졌던 그 냉이내음이 맞는지 확인 해 본다. 그 다음엔 냉이를 닮은 풀들이 많다하기에 일단 냄새로 구별한 후 냉이 뒷면의 빛깔보기. 잎의 뒷면 빛깔도 푸른 빛이어야 한다고 들었다...
친환경농법, 실천하기 어려워 2012년 일찌감치 명예퇴직을 선택한 나의 반쪽은 꿈꿔왔던 농촌에서의 삶을 실현하기 위해 본가근처에 땅을 마련했다. 둘이 살만한 자그마한 집을 짓고 여러 해 동안 반쪽이 손수 품을 팔아 이것저것 꾸며가고 있다. 대학시절부터 키워온 화분의 식물들은 넓은 대지로 이사를 한 후 맘껏 자라나고 있고 이름몰랐던 야생화들이 곳곳에 자리잡으며 10년째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반쪽의 집꾸미기는 진행중이다. 농촌의 삶을 전혀 모르는 나에게 흥미를 갖게 하려고 내가 좋아하는 과실나무들을 이것저것 심었다. 생각보다 과실나무들이 잘 자라지 않았다. 사과나무, 자두나무, 복숭아나무... 무농약으로 키우자고 했기에 과실나무들에게 농약을 뿌리지 않으니 과일이 익기도 전에 벌레가 먼저 먹어버린다. 사실 일본의 어느 농부가 농약없이 ..
오미자 다섯가지 맛이 난다하여 붙여진 이름, 오미자. 달고 신 맛은 확실한데 맵고 쓰고 짜다는 맛은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내 미뢰에 문제가 있는건지 .. 6년전 오미자 묘목을 심어 가꾸었으나 열매를 보기 어려웠다. 도라지밭에 함께 키워서 그런가 싶어 도라지를 모두 다른 곳에 옮겨심어도 영양분이 부족한 가 싶어 비료를 충분히 주어도 토질이 안좋은 가 싶어 다른 곳으로 옮겨 싶어도 오미자 수확량이 오미자 나무 수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꽃이 필 때는 오미자 수확량이 좋겠다 싶은데도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풍작을 기대하게 해놓고 정작 10월에 수확할 즈음엔 열매가 병들어버렸다. 반쪽과 둘이서 원인을 분석해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원인을 찾지 못하고 그저 자연이 허락하는대로 수확하는 중이다. 그나마 2년전엔 수확이 좋..
텃밭가꾸기, 우습게 보지 마라 텃밭교육! 도심의 자투리공간에 시민들에게 분양해주는 텃밭이 만들어진다. 텃밭을 분양받고자 하는 시민들이 늘어나자 곳곳에 주말농장이라는 이름으로 텃밭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초록농장! 등교하자마자 가방을 던져놓고 달려가고 싶어하는 곳! 작년 개축공사 이후로 초록농장에의 출입이 어려워 아이들은 안타까워했고 대신 작은 상자텃밭을 임시로 만들어서 2학기 무와 배추농사를 지었고 김장축제를 진행할 수 있었다. 올해초 위험한 공사가 대충 마무리되자 다시 초록농장을 정리하고 텃밭교육을 시작하기로 했다. 물론 담당자는 따로 있다. 텃밭에 관심을 가졌던 동료들은 떠났고 텃밭에 나가길 싫어하는 동료가 텃밭 담당자가 되었다. 난 그저 지켜보기로 했다. 내가 어떤 도움을 줘도 초빙으로 들어..
김장할 날을 기다리며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