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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시간만에 만난 오페라하우스 하비베이에서 브리즈번까지의 버스이동시간보다 훨씬 더 길었던 야간버스여행. 전날 저녁 8시에 우릴 태운 버스는 밤새 달리고 달려서 다음날 정오무렵에야 시드니에 도착했다. 잠을 잔 건지 밤을 샌 건지 모른채 시드니의 숙소를 찾아 지도를 보며 한참을 걸어가다 공원을 만났다. 브리즈번 여행에서도 느꼈지만 시민을 위한 공원들이 곳곳에 잘 가꾸어져 있다는 것이다.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 그늘 아래서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호주사과를 먹으며 장거리버스의 여독을 풀었다. 지금 생각하면 16시간이나 버스를 탔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무모했는지 참...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눈을 붙였다가 시드니탐방을 나섰다. 이틀간의 시드니관광을 마치면 호주에서의 여행은 끝이 나게 일정이 짜여있었다. 숙소가까이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하..
인생3막 현재진행형 퇴직 후 20여일쯤 지났다.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기간제교사를 해달란다. 난 나의 의지로 교직을 떠났다. 스스로 떠나온 교직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물론 아이들을 가르치는 삶이 즐겁긴 하지만, 내 발로 나온 곳을 다시 들어가는 꼴이 마뜩찮다. 남들이 뭐하며 지내냐고 묻는다. 집에 있어보니 나름대로 바쁘다. 지역의 시민대학에서 의미있는 강의들을 찾아 열심히 배우고 있으며, 날마다 나의 소식을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블로그에 내 일상과 내 생각을 올리는데도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살림에 소홀했기에 살림살이 노하우를 익히는데도 바쁘다. 은퇴 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여행이었다. 그동안 만난 원어민 교사들과 이야기하다 느낀 건 이 나라에 살면서 내 나라의 아름다운 풍광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후손에게 물려줄 환경은? 2018년 6학년을 가르칠 당시에 매체를 통해 15세의 그레타 툰베리를 알게 되었다.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지만 난 스웨덴 의회 앞에 선 툰베리의 용기에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가능한 택배주문 덜하고 배달음식 덜 먹고 장볼 땐 가방을 들고 다니며 분리수거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을 씻어 분류하는 등 친환경 삶을 실천하고자 하나 플라스틱 류를 깨끗이 씻다보면 세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서 결국 수질오염을 발생시킬 수 밖에 없는 딜레마. 플라스틱과 비닐이 땅속에 묻혀서 분해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500년 가까이 걸린다기에 재활용을 위해 열심히 세척하고 있지만 세척으로 인한 수질오염을 염려하다보니 사실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게 답. 물론 최근엔 생분해 플라스틱이 개발되어 분해시간을..
따로 또 같이 어느 해인가 아이들과 함께 정했던 급훈이 따로 또 같이였다. 혁신교육을 하면서 중요시 했던 따로 또 같이. 아이들과의 교육활동 뿐만 아니라 교육공동체 모두 생각해봐야할 것이 '스스로' 그리고 '함께'가 아닐까? 스스로 책임지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면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의 각자의 역할을 가르쳐주는 것. 그것이 혁신교육을 하면서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이었다. 중등에서 기간제 교사를 하다가 초등교사로 임용된 이후, 초등학교에서 낯설었던 풍경은 문닫힌 학급교실이었다. 같은 학년에 다섯 학급이 있는 학교나 두 학급이 있는 학교 심지어 한 학년에 한 학급이 있는 소규모 학교조차도 학급교실문을 열지 않고 있어 개별 학급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고 또 서로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학교장이..
교사자치는 왜 머뭇거릴까 학교자치를 완성하기 위해 교사자치 아니 교직원자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교사에 국한하지 않고 학교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모두에 의한 자치가 필요하다. 학교교육과정에 참여하면서 교직원자치, 교사자치의 효능감을 맛본다면 학생자치와 학부모자치를 포함한 학교자치가 함께 완성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교육청에서 제시한 학교평가 자율지표의 민주적 학교운영 체제 영역을 살펴보면 우선 학교의 비전과 철학을 교육공동체가 함께 이해하고 실천하는가? 둘째,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학교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며, 의사결정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인가? 셋째,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교육활동을 중심으로 교직원조직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학교의 환경과 공간이 구성원의 참여와 집단지성에 의해 구성되며, 교육활동 중심의 예산을 편..
쌉싸름한 봄나물 내가 좋아하는 봄이 성큼성큼 오고 있다. 물러가기 싫은 추위가 시샘하듯 요며칠새 쌀쌀해지긴 했지만 봄은 벌써 가까이 와버렸다. 바깥나들이 나가면 봄나물이 지천에 널려 어느새 주머니 한가득이다. 한겨울, 꽁꽁 언 땅 속에서 단단하게 버텨 낸 냉이는 꽃피기 전이 가장 맛있는데 냉이는 이제 꽃이 피어 먹을 수가 없게 되었지만 대신 푸릇푸릇 달래가 푸짐하게 올라오고 향기품은 어린 쑥들이 하나 둘 고개를 내밀더니 쑥된장국 끓여먹기 좋을만큼 자랐다. 단군신화에서 호랑이와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 동굴속에 가지고 들어갔던 쑥. 여러가지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쑥이다. 백신3차까지 맞고도 며칠 전 코로나19확진되어 고생하는 친정엄마께 가져다드릴 쑥을 실컷 뜯었다. 쑥버무리, 쑥개떡 해드시고 기력회복하시라고 격리기간끝나는 ..
퇴직소득에 7.4%과세율? 대선후보들의 토론장에서 연금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내가 재직하는 동안에도 두 차례 연금법이 개정되었었다. 공무원연금공단에서 보내온 서류에 바뀐 연금법에 따른 퇴직급여 산정방식이 적혀있었다. 사실 일반기업이나 금융권과 비교하면 재직 중 급여가 많지 않으니 퇴직적립금 또한 많지 않다. 대기업에 다니는 동생이 입사3년만에 나의 경력5년차 연봉을 뛰어넘었었으니 당연히 퇴직적립금은 더 많으리라. 금융기관 또는 일반 기업들의 퇴직금이나 명퇴수당과 비교해보면 공무원의 퇴직금이나 명퇴수당은 적은 금액이다. 나의 퇴직금과 명퇴수당을 모두 합쳐도 서울에 있는 대학가의 10평도 안되는 원룸 전세조차 못얻을 금액이니...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경우와 종신연금으로 받는 경우, 그리고 일부는 일시금으로 받고 ..
열대과일농장 골드코스트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전날 아이들이 선택한 놀이공원에 갔으니 이번엔 반쪽이 가고 싶어한 열대농장으로 GoGo. 우리가족이 찾아간 곳은 열대과일농장이다. 농장이 얼마나 넓은 지 트랙터투어를 시작으로 꼬마기차를 타고 이동하기도 하고 내려서 걸어다니기도 했으며 배를 타고 농장 내 맹그로브 숲을 구경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농장의 규모를 체감하고 다양한 생물을 만날 수 있었다. 농장을 둘러보며 처음보는 진귀한 나무들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영어로 설명했지만... 츄잉검나무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나무에서 갓 따낸 열매 윗부분에서 찐득찐득하게 액이 묻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알로에처럼 생긴 식물에서 나오는 드래곤 프루츠라는 과일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 가족의 입맛엔 드래곤 프루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