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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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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3막 준비기(3) 산너머로 붉은 기운이 번지더니 빠알간 태양이 말갛게 올라온다. 아침마다 마주하는 풍경이 같은 모습이면서 다르다. 고운 태양빛을 예쁘게 담아보려고 이리저리 방향을 잡아보며 사진을 찍어보지만 보는 것만큼 예쁘지 않다. 날마다 마주하는 일출인데도 날마다 왜이리 새로운 것인지... 일출을 마주할 수 있는 내 삶이 이렇게 황홀한 지금. 난 인생3막 준비중.
인생 3막 준비기(2) 명예퇴직 확정공문이 오고 2022년 3월 정기인사가 발표되자 곳곳에서 전화가 온다. 왜냐고... 첫발령 시작부터 이 곳에서 했으니 신규로 만났을 때 권위적인 관리자와 선배로 인해 맘고생했던 후배, 어렵게 임신해서 임신기간 내내 고생하더니 출산후 휴직문제로 관리자와 갈등을 빚어 맘고생 심했던 후배, 부당한 일들로 고초를 겪다 나와 인연을 맺었던 후배들, 그동안 함께 근무하며 웃고 울며 어울려왔던 후배들의 전화를 받고 보니 나의 명퇴선택은 옳았을까 싶은 뒤늦은 후회가.. 하지만 '나의 명퇴선택은 옳을 것이다'라며 스스로 위로를 하고 있다. 2년간 업무부장을 맡아 일을 추진해 본 결과, 업무를 하기엔 나의 역량은 아직도 쓸만하지만...(물론 나만의 착각인지도) 내가 근무하는 이 지역의 젊은 교사들이 80~90..
반쪽의 취업도전기(2) 나의 반쪽은 나무가꾸기를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자신있어한다. 지나가다 잎을 모두 떨군 나무도 이름을 금방 알아맞추고, 나무에 얽힌 옛이야기들도 많이 안다. 대학시절 애지중지 가꾸었던 분재들이 농장에 뿌리 내린 지 10년이 다 되었고 계절마다 다양한 꽃들이 피어날 수 있게 야생화와 나무들을 농장 곳곳에 심어두었다. 나무가꾸기를 좋아하다보니 조경분야로 취업하려고 지난 10개월동안 열심히 필기시험공부했고 컴퓨터로 작업하길 싫어하는데도 캐드작업을 해야했기에 투덜거리면서 엄청 열심히 연습했다. 사실 나의 반쪽은 컴퓨터로 그림그리는 것보다 손그림이 더 섬세하게 그려지는데 ㅎㅎ 그렇게 열공해서 얻은 조경산업기사 자격증을 받아들고는 자격증만 있으면 공원같은 곳에 취직해서 마음껏 나무를 가꾸리라 상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80대 초반의 친정엄마와 90대 초반의 시어머님! 4녀 1남을 두신 친정엄마는 맏딸인 나와 같이 살고 싶다 하고 3남 1녀를 두신 시어머님은 둘째 아들인 나의 반쪽에게 의지해서 살아가셔야 할 상황이 되었다. 친정아버님과 시아버님은 오래 전 천상으로 가셨다. 함께 늙어가는 상황에 서로 의지하시면 좋을 듯 싶어 농촌에 집을 짓고 두 분을 모신 일이 있다. 농촌에서 잔뼈가 굵으신 시어머님께선 해뜨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둠이 내려앉을 때까지 농삿일에 매달리시고 도시에서 살아왔던 친정엄마는 전원을 즐기며 여유롭게 살고 싶어했다. 쌀밥과 고깃국이 가장 좋은 음식으로 알고 계시는 시어머님과 건강을 위해 통곡물을 드시고 싶어하는 친정엄마의 식습관도 달랐다. 안채와 바깥채를 따로 나누어 살고 계시니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
반쪽의 취업도전기(1) 나의 퇴직이 결정되고 난 후, 반전이 일어났다. 대학3학년때부터 수학강사로 자리매김하며 일찌감치 독립선언을 한 딸아이가 또다시 대학을 가게 되었다. 수학강사를 하며 해마다 수능을 치르고 수시원서를 제출하며 논술을 응시했었던 터라 늘 학생들과 함께 시험을 보는 것으로만 생각했었다. 이번 수능을 치른 날, 난이도가 높아서 시험 망했다는 딸에게 "어차피 시험삼아 보는 수능인데 못보면 어때?" 라고 위로같지 않은 위로를 건넸다. 수시원서 넣은 대학들에서 논술시험을 본 날도 마찬가지. 그런데 갑자기 딸아이는 합격통지서를 내밀며 대학가겠단다. 수학강사로 성공한 뒤 또다른 진로를 설정해보겠다던 딸의 폭탄같은 선물이었다. 어려서 한약방에 들렀다가 감초를 씹으며 맛있다는 딸에게 한의사 한 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일..
인생 3막 준비기(1) 왜 3막이냐고? 시키는 대로 아무 생각없이 철모르고 살았던 시절 1막. 남들보다 12년 늦은 교직을 시작하여 꿈을 펼쳤던 시절 2막. 은퇴 후 또 다른 삶을 준비해야하니 3막이지 않을까! 내나이 57, 은퇴를 하기엔 빠른 나이다. 더구나 꿈의 직장이라고 하는 교직에서 내나이에 은퇴를 한다는 것은 무모해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직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난 내스스로와 약속한 것이었다. 아이들과 뛰어놀 수 없는 때가 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은퇴하기로... 최근 2년간 체육전담을 맡으면서 아이들과 열심히 뛰어다니고 몸으로 보여주는 시범을 여러 차례 했다. 그렇게 보면 아직은 뛰어다닐 수 있을 것 같지만 하나 둘, 아픈 곳이 늘어난다. 또한 내가 몸담은 이 지역의 학교들은 대다수가 이삼십대 젊은 교사들이다.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