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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는 이야기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80대 초반의 친정엄마와 90대 초반의 시어머님!

4녀 1남을 두신 친정엄마는 맏딸인 나와 같이 살고 싶다 하고

3남 1녀를 두신 시어머님은 둘째 아들인 나의 반쪽에게 의지해서 살아가셔야 할 상황이 되었다.

친정아버님과 시아버님은 오래 전 천상으로 가셨다.

함께 늙어가는 상황에 서로 의지하시면 좋을 듯 싶어 농촌에 집을 짓고 두 분을 모신 일이 있다.

농촌에서 잔뼈가 굵으신 시어머님께선 해뜨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둠이 내려앉을 때까지 농삿일에 매달리시고

도시에서 살아왔던 친정엄마는 전원을 즐기며 여유롭게 살고 싶어했다.

쌀밥과 고깃국이 가장 좋은 음식으로 알고 계시는 시어머님과

건강을 위해 통곡물을 드시고 싶어하는 친정엄마의 식습관도 달랐다.

안채와 바깥채를 따로 나누어 살고 계시니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함께 하지만

서로의 취향이 다른 경우는 각각 해도좋으련만

공동체적 삶에 익숙하신 시어머님은 모든 걸 함께 하자고 하시고

취향이 다른 경우엔 각각의 방식으로 살고 싶어하는 엄마의 생각이 가끔 충돌했다.

결국 1년만에 친정엄마는 도시의 삶으로 돌아가게 되었고

시어머님은 시골에 홀로 남게 되었다. 물론 함께 나이들어가는 반려동물, 은비도...

친정엄마는 틈만 나면 내가 들러서 며칠 지내다가길 원하시고

기력이 약해지며 우울증까지 온 시어머님도 나의 퇴근시간만을 기다리신다.

두 분을 보며 나 역시 비켜갈 수 없는 세월의 무게를 어찌 감당해야할 지 생각해본다.

평균수명이 늘었다하나 내 의지와 상관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살아가기만 한다면 그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가!

퇴직을 앞두고 두 분을 보며 다가올 나의 노년의 삶에 대해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요즘이다.

이런 고민들을 딸아이에게 이야기하지만 아직은 어린 딸이기에 ...

그래도 늘 토닥토닥해주는 딸이 있어 외롭지 않은 난,

행복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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