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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는 이야기

인생 3막 준비기(1)

왜 3막이냐고?

시키는 대로 아무 생각없이 철모르고 살았던 시절 1막.

남들보다 12년 늦은 교직을 시작하여 꿈을 펼쳤던 시절 2막.

은퇴 후 또 다른 삶을 준비해야하니 3막이지 않을까!

내나이 57, 은퇴를 하기엔 빠른 나이다.

더구나 꿈의 직장이라고 하는 교직에서 내나이에 은퇴를 한다는 것은 무모해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직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난 내스스로와 약속한 것이었다. 

아이들과 뛰어놀 수 없는 때가 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은퇴하기로...

최근 2년간 체육전담을 맡으면서 아이들과 열심히 뛰어다니고 몸으로 보여주는 시범을 여러 차례 했다. 

그렇게 보면 아직은 뛰어다닐 수 있을 것 같지만 하나 둘, 아픈 곳이 늘어난다. 

또한 내가 몸담은 이 지역의 학교들은 대다수가 이삼십대 젊은 교사들이다.

아이들이 볼 때는 아무래도 세대차를 느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3년전 6학년 담임을 할 때도 난 아이들과 열심히 놀아주고 아이들과 공감해준다고 생각했으나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중학교 진학한 후 한 녀석이 찾아와 수다를 떨며 내게 던진 한마디.

"선생님, 다른 반 선생님들은 젊어서 아이들이 모여들어 함께 수다를 떨 수 있었지만 선생님은 나이가 들어 말건네기가 좀 어려웠어요"

그랬구나. 나만 아이들에게 다가서려고 했고 아이들의 입장은 생각지 못했었구나. 

씁쓸했다. 

그래서 담임보다는 업무부장을 통해 교육행정업무를 덜어주고 전담수업을 맡으면서 후배교사들과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아니, 어쩌면 변화의 방향이 나와는 다른 후배교사들에게 나의 도움은 필요없었을 지도 모른다.

코로나19라는 갑작스런 상황에 놓이게 된 지난 2년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명예퇴직 확정공문을 받고 보니 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 

그동안 이른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하며, 방학에도 자주 출근하는 일을 즐겨했었던 나이기에 퇴직 후 여유로운 삶이 쉽진 않을 듯하다. 

누군가 시원섭섭하겠다고 말했다. 

'시원'보다는 '섭섭'이 더 크다. 

동료들의 축하인사가 이어지지만

나에겐 아쉬운 작별이다.

교단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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