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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는 이야기

반쪽의 취업도전기(1)

나의 퇴직이 결정되고 난 후, 반전이 일어났다.

대학3학년때부터 수학강사로 자리매김하며 일찌감치 독립선언을 한 딸아이가 또다시 대학을 가게 되었다.

수학강사를 하며 해마다 수능을 치르고 수시원서를 제출하며 논술을 응시했었던 터라

늘 학생들과 함께 시험을 보는 것으로만 생각했었다. 

이번 수능을 치른 날, 난이도가 높아서 시험 망했다는 딸에게

"어차피 시험삼아 보는 수능인데 못보면 어때?"

라고 위로같지 않은 위로를 건넸다.

수시원서 넣은 대학들에서 논술시험을 본 날도 마찬가지.

그런데 갑자기 딸아이는 합격통지서를 내밀며 대학가겠단다.

수학강사로 성공한 뒤 또다른 진로를 설정해보겠다던 딸의 폭탄같은 선물이었다. 

어려서 한약방에 들렀다가 감초를 씹으며 맛있다는 딸에게 한의사 한 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일이 있다. 

사실 어려서 공부를 지독히도 싫어했던 딸아이에게 무리한 제안이긴 했지만

그렇게 동기부여를 해봤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고1때까지도 공부를 안해서 마땅한 진로를 찾지 못하고 그나마 재능이 보이는 미대를 추천했는데

미대조차도 수능 최저점수가 높아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싫다던 딸이었다. 

뒤늦게 공부하고 싶은 열정이 생겨 기특했던 그 딸이 어려서 우리가 제안했던 한의사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

마땅히 기쁜 소식이고 자랑스러운 딸이지만 6년간의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려니 인생3막의 설계가 쉽지않다.

반쪽과 둘이 대책마련에 고심하며 이미 내던진 퇴직결정을 번복할 수는 없고 해서 결국 반쪽이 취업하기로 마음먹었다.

올해 나이 61, 이 나이에 취업할 만만한 곳이 어디있겠나!

취업준비를 하다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 서류를 제출했던 몇몇 중에 하나에서 면접을 치르게 되었다.

면접을 위해 몇날 몇일을 연습하고 연습해서 10여분의 면접을 마치고 나오더니

"면접심사를 해야할 나이에 면접을 당하고 오니 씁쓸하네"란다.

소주 두 병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

인생사 참 알 수 없다. 

아이들 키우는게 모두 끝나 이제 구순 노모만 신경쓰면 되는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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