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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벗삼아

리얼 야생

5도2촌생활을 하게되면서 내가 전원에서 얻는 즐거움은 우리집을 찾아오는 고양이들에게서다. 

어려서부터 도시에서의 삶이 익숙하여 까도녀로 살아왔던 내가

반쪽의 손에 이끌려 들어온 전원생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첫 번째 이유는 동물 특히, 고양이 때문이었다. 

해마다 세대교체를 하면서 우리집으로 밥먹으러 오는 고양이들은 야생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다. 

어미가 새끼를 낳고 어느 정도 성장하면 어미는 떠나고 새끼들만 남겨지기를 반복하고,

숫컷들은 세력다툼을 하여 승리한 녀석만 남겨진다. 

가끔은 상처를 보이는 녀석들이 있어서 치료해주고 싶지만 곁을 내주지 않는다.

아기고양이 때부터 길들여보려고 집을 마련해주기도 하고,

캣타워를 놓아주기도 하며 장난감을 내밀어 보아도 곁에 오지 않는 아이들.

TV에 나오는 길냥이처럼 애교를 부려는 건 그만두고 가까이 와주면 좋으련만 

작은 인기척만 있어도 후다닥 도망쳐버리는 고양이들이다. 

험난한 야생에서 살아가는 탓인지 경계심이 무척 강한 고양이들이

한 두 마리에서 시작하여 점점 개체 수가 늘어서 우리집으로 밥먹으러 오는데,

여전히 낯선 얼굴의 고양이를 보기도 한다.  다들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아무튼 우리집에 오는 고양이들은 모두 야생 고양이지만 밥먹을 때 나름의 질서를 지키며 밥을 먹는다. 

신기하게도 서로 먹겠다고 다투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들끼리의 질서가 있다는 것에 늘 놀란다. 

고양이들을 잡을 수만 있다면 중성화수술이라도 시켜주련만 딱 1m거리를 두고 떨어져 앉아 밥달라고 야옹거릴 뿐.

아무리 맛난 간식을 들고 다가오길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먹을 것만 놓고 가라고 멀찍이서 날 바라보기만 한다. 

시어머님과 반쪽은 고양이 수가 너무 많아졌다고 사료를 주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고양이가 있으면 뱀이 잘 안 나타난다는 논리로 여전히 사료를 주고 있다. 

실제로 5년 전까진 집 안 곳곳에서 뱀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많았었다. 

우연히, 뱀을 가지고 노는 고양이를 발견하고는 그 때부터 뱀을 막아준다는 핑계로 사료를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동물들을 좋아해서 사료를 주는 건 사실이지만,

내가 사료를 주지 않아도 고양이들은 야생에서 먹거리를 얻는다.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새둥지를 털기도 하고 날아가는 작은 새들을 잡는 모습을 가끔 보기도 한다. 

뱀이나 쥐를 산 채로 잡아서 실컷 가지고 놀다가 죽으면 사람보라고 가져다놓는 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으나

누군가는 사료준다고 감사의 표현을 하는 거라 하고, 누군가는 사냥했으니 칭찬해달라는 뜻이란다. 

최근에 집 주변에 독수리떼가 많아졌다. 

(논 가운데 앉아있던 독수리)

머리 위로 낮게 날아다니는 독수리를 보며 야생고양이들이 혹여라도 독수리의 표적이 될까 걱정하는 내게 딸아이는

"독수리는 죽은 동물을 먹으니까 걱정마"

잘 살펴보면 독수리떼는 무엇인가 먹고있고 그 곁을 까마귀떼가 오락가락 하며 먹거리를 얻어먹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혹시 고양이를 잡아갈까 걱정이다. 

가끔 약육강식의 생태계를 목격할 때면 당연한 자연의 섭리임에도 괜스레 맘아프다.

(블랙박스에 담긴 독수리의 비상)

야생은 리얼이라는 TV프로그램이 떠오르는 나의 전원생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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