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이 제주도로 차박가자고 하기에 세월호참사의 기억이 있기도 해서 배타고 장시간 가야한다는 사실에 머뭇거려진다.
대신 오래 전 가봤던 지심도로 가자고 제안했는데 생각해보니 아주 작은 섬이어서 차를 가지고 들어가기엔 좀...
그렇게 고민하다 알게 된 통영의 욕지도를 행선지로 정했다.
우리가 출발하기로 한 며칠 전에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렸다.
혹시나 싶었지만 새벽부터 차를 달려 도착한 통영의 남부에 위치한 중화항은 작은 여객선터미널이었다.
통영항, 중화항, 삼덕항에서 욕지도로 들어가는 배를 탈 수 있는데 우린 욕지해운이 운항하는 중화항으로 선택한 것.
소규모 여객터미널에서 예약한 배표를 받는데 직원이 다음날 나오는 배표를 주면서
"풍랑예보가 있어 배가 안 뜰 수도 있으니 오전 일찍 연락드리겠습니다"
다음날 못 나와도 상관은 없는데 배가 안 뜰 정도로 풍랑이 있으면 우리가 머물게 될 해변은 괜찮을까 걱정스러웠다.
태풍이 몰아다 준 비는 멈췄고 쾌청한 날씨 탓에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끼며 여객선 3층 야외테이블에서 50분정도
곧 욕지도 도착을 알리는 방송이 나와 섬을 바라보니
욕.지.도. 세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항구에 도착하여 예약한 흰작살캠핑장을 찾아갔다.
흰작살캠핑장은 욕지도선착장에서 서쪽으로 가다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인터넷검색을 통해 해루질하기 좋다하여 찾아간 흰작살캠핑장은 입구부터 해구와 쓰레기들이 널려있어 의아했는데
얼마 뒤 쥔장이 나타나 태풍으로 인해 며칠동안 쓰레기를 치우지못해 너저분한 상태이니 양해를 구한다.
사용해야할 샤워실, 화장실, 개수대 등을 안내해주고 혹시 밤사이 풍랑이 거세지면 민박용으로 사용하는 내실을 쓰라했다.
전기를 사용하려고 캠핑장사용료 4만원과 전기사용료 만원을 미리 지불했으나
기온이 높지 않아서 냉장고를 쓸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쥔장에게 말했더니 곧바로 환불해줬다
캠핑장사용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주변 바위들을 살펴보니 그럭저럭 해루질할 만한 것들이 있었다.
익숙치 않았던 삿갓조개, 군부, 칠게 등 내가 좋아하는 M 본부 예능방송을 통해 알게 된 바다생물들...
낚시를 해보겠다며 벼르던 반쪽은 근처 갯바위 낚시하고 있던 사람의 조언을 듣고 갯바위 낚시 포기.
신나게 한바탕 해루질을 해두고 저녁에 먹을 횟감을 구하러 항구근처로 나갔다.
돌멍게가 있기에 맛이 궁금해서 돌멍게를 사고 욕지도에서 유명한 건 고등어회라는데
우린 그닥 땡기는 맛이 아니라 평소 익숙했던 횟감들로 몇가지 사들고 들어오면서
횟집에서 다음날 바다낚시할 좌대정보도 좀 얻어오고...
캠핑장으로 돌아와 텐트를 치고 해루질 한 해산물 씻어서 저녁만찬을 즐기려고 한 상 차려보는데
돌멍게껍질에 소주를 담아마셔보고 싶어 챙겨왔더니 사후경직이 되어버려서 폼만 잡아봄 ㅎㅎ
풍랑이 심상치 않더니 밤새 텐트 날아갈까 싶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어찌나 거세게 바람이 부는지 ...
다음날 아침, 다행히도 바람이 잠잠해지고 떠오르는 해를 마주할 수 있었다.
해운사에서 정상적으로 여객선을 운항한다는 소식도 반갑게 들었으니
욕지도해안도로를 따라 섬을 한바퀴 돌아보고 바다낚시를 해볼 생각으로 서둘러 캠핑장을 나설려는데
트럭과 몇몇 사람들이 몰려와 널부려져있던 쓰레기들을 정리한다.
이 캠핑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듯 보이지만 인근의 목과마을 주민들과 함께 관리한다고 안내문에 적혀있긴했다.
캠핑장을 나와 서쪽해안으로 돌다보니 정겨운 마을들과 예쁜 바다풍경들이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한바퀴 둘러보고 욕지선착장으로 와서 전날 횟집에서 알려준 좌대를 찾아나섰다.
물어물어 찾아간 곳에 좌대쥔장의 전화번호가 있어서 다시 선착장으로 나왔더니
아뿔싸! 내비가 오류를 일으켜 장소를 잘못 찾았다ㅜㅜ
다시 전화통화를 하며 쥔장을 찾았는데 좌대로 들어가기 위해 준비해야할 물건들이 우리에게 없었다.
결국 오며가며 시간을 소비하는 바람에 바다낚시는 과감히 포기
예정된 시각보다 일찍 배를 타고 나왔다.
남쪽 한려해상국립공원에 걸맞는 푸른 바다물빛을 뒤로 하고 반쪽이 하고 싶다는 바다낚시는 다음 기회에 ...
'내 발길 닿는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순노모와 대만 간 이야기 1 (11) | 2024.11.22 |
---|---|
첫 바다낚시를 오봉산에서 (6) | 2024.11.14 |
국립공원 무주구천동계곡 (3) | 2024.10.24 |
추억찾아 갑작스레 간 그 곳 (7) | 2024.10.18 |
산메기 실물영접했던 그 곳 (3) | 2024.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