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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스승의 날'을 축하하며

가정의 달 오월에 뜬금없이 끼어있는 스승의 날이 부담스러웠다. 

내 모교에서 유래된 '스승의 날'이라 자부심을 가질 만한데...

갑작스런 제자들의 연락을 받고 그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시골마을 학교로 향하는 마음이 설레었다.

스승의 날이 학교근무 중에는 부담스러웠던 날이었지만 이제는 자유인이라 맘놓고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아이들은 이미 훌쩍 커버려서 아저씨같은 느낌이랄까...

내가 늙은 생각은 못하고 아이들 커버린 모습만 눈에 들어온다. 

몸만 커버린게 아니라 생각도 많이 커졌다. 배려하는 마음도 듬직하다.

교통이 불편한 곳에 위치한 작은 시골초등학교라 아이 한 명씩 엄마들이 차를 태워오다보니

자연스레 엄마들과도 오랫만에 안부를 묻는다. 

만나는 아이나 아이의 엄마는 한결같이

"왜 벌써 학교를 그만두셨어요?"라고 묻는다.

갑작스럽게 나의 퇴직소식을 들어서 그들 모두 놀랐단다. 

스승이라고 나를 찾은 이 아이들과의 인연은 내게 교단에서 가장 큰 행복이었다. 

대규모학교에서만 근무하다가 처음으로 작은 학교로 찾아간 나는

아이들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아이들에게서 배운 게 더 많았다.

도룡뇽알을 팔목에 두르거나 도룡뇽을 잡아 쓰다듬던 아이들,

토끼장을 함께 만들어 토끼를 기르며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기억,

학교 뒷산을 함께 헤매며 쏘다니던 당시의 여러 추억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아이의 근황을 듣게 되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유난히 자존감이 낮았던 그 아이는

두뇌가 비상했고 뭐든 잘 해내는 친구였으나 자신의 실수를 용서하지 못하여 가끔 자학행위를 보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부모와의 상담을 통해 아이의 자존감을 길러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했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상담을 받아보면 좋겠다는 의견도 덧붙였었다. 

늘 그 아이의 학교생활이 걱정스러웠는데 고등학교 들어가서 학교적응을 어려워하여

결국 학교를 쉬고 있다하니 맘이 씁쓸했다.  

코로나 상황이 좀 더 나아지면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노래방과 당구장을 함께 가겠다고 약속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 아이들과의 행복한 기억들을 새록새록 떠올려본다. 

아카시꽃향 가득한 이 오월에 그 아이들과 아카시꽃 실컷 입에 넣고 오물거리던 그 기억도...

울집 마당엔 패랭이꽃들이 춤을 추며 반갑게 맞아주니 기분좋은 하루!

'스승의 날!'

코로나 위기극복을 위해 지난 2년간 그 어느 때보다 더 고생을 했을 이 땅의 모든 교사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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