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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난 꼰대였다

새로운 교육을 해보자고 동료들에게 제안했다.

70여 명의 동료 중 서너 명만이 반응을 보였다. 

하던 대로 하겠다고 그냥 내버려두란다. 나도 그러려고 했다. 

하지만 업무부장을 지원하는 사람이 없어 명퇴를 앞 둔 내가 학교의 교육과정을 책임져야 할 부장이 되고 말았다. 

자의가 아니라 타천에 의해서...

미리 선전포고를 했다. 나에게 부장을 시키면 난 독재를 할거라고...

결국 난 부장이 되었다. 

할 수 없이 동료교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갖도록 계속 강요를 했다.

경험해 볼 기회만 강요했을 뿐 실천하지 않았다 해서 문제를 삼은 건 아니다. 

새학기 교육과정 준비 방식을 바꾸고

기존의 두툼한 학교교육과정에서 꼭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형식적인 부분을 덜어내어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물론 새로 부임한 교장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기에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모여서 회의를 하거나 학교밖으로 나가 차마시고 영화보는 것에 그쳤던 전문적 학습공동체시간운영에도 문제제기를 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무엇인 지 모르는 동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함께 모여 공유하는 시간을 갖자했다. 

한 달에 한 번, 학년의 이야기를 공유하자는데 반발이 거셌다. 이런 반발은 저경력교사들에게서 나오는게 아니다. 

교육에 대해서 알만큼 안다고 자부하는 경력교사들의 입에서 공유의 시간을 쓸데없는 시간,

자신들을 통제하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불만을 쏟아냈다. 너무 잘 알아서 새로운 교육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것일까?

주제별 프로젝트수업을 하자했더니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유능헌 강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학교내부의 실천가를 통해 실연도 해봤다.

그런 자리에 자발적으로 나온 동료는 20%에 못미치는 숫자.

수업나눔을 하자했다. 무조건 저경력교사에게만 수업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보다 경력교사가 먼저 보여주자고 했다.

오히려 고경력교사들의 입에서 나온 주장은 그동안 수업공개 할만큼 했으니 이젠 수업나눔에서 제외시켜달라는 요구.  

예전의 장학지도받던 시절의 그런 수업공개가 아니라 즐거운 수업에 대한 노하우를 나누자는 취지인데 싫다했다. 

그래도 밀어부쳤다. 그렇게 한 학기가 지나고 나자 비민주적이다, 소통이 부족하다 등의 평가를 내놓았다. 

난 동료들 앞에서 인사를 할 때마다 스스로 꼰대라 소개했다.

학교를 변화시킨다는 건, 학교문화를 바꾼다는건 쉽지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꼰대짓을 ㅔ하면서까지 내가 경험했던 즐거운 교육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라때는"으로 시작하는 그런 꼰대가 아니라 동료들이 교육에 대한 생각 더 나아가 철학을 갖고 고민해주기를 바랬다. 

어차피 일 년의 시간으로 성과를 볼 생각은 아니었으면서도 욕심을 부려봤다.

적어도 이제는 교육의 흐름이 바뀌어가야 함을 알게 해주는 것이 나의 목적이었다. 

하던 대로 하는 게 아니라  '왜' 해야하는 지 고민해보고 실천할 수 있는 교육경험을 가져볼 기회를 잠시 준 것이다.

함께 동조했던 동료 몇몇도 지쳐버렸다. 

젊은 그 동료들이 상처를 입지 않기를 바랬으나 새로운 교육을 위한 시도에서 부딪힌 상처는 어쩔 수 없다. 

몇 몇의 움직임 만으로 될 것 같았으면 벌써 혁신교육이 뿌리잡았을 것이다. 

그래도 단 몇 명,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철학있는 교육이 실천되기만을 바라며 나의 무모한 꼰대짓을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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