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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말을 잘 한다는 것은

#1

어렸을 때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눈앞이 캄캄하여 아무 말도 못하고 덜덜 떨다 내려온 일이 많았다. 

고3때 담임선생님께서 나의 장래희망이 교사라는 사실을 언급하시며

발표할 때마다 긴장이 그렇게 높으니 어찌 교사를 하겠냐고 말씀하신 경우도 많다. 

실제로 교단에서 서서 아이들과의 수업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나의 수업을 평가받는 장학수업인 경우엔 어릴 때의 습관이 그대로 나와 늘 청심환을 먹고 수업을 한 일이 많다.

이십여 년 전, 지역에서 두 개의 교원단체 연합으로 체육대회를 진행하게 되었을 때,

난 100여 명 앞에서 5분가량 연설을 해야했다.

전날, 시나리오를 써서 녹음을 해보며 연습을 수없이 했음에도

당일에 연설의 속도가 너무 빨라 듣는 이들에게 아무런 전달효과가 없었던 기억이 있다. 

 

#2

오늘아침 뉴스에서 코로나19로 인하여 학생들의 학력 특히, 국어능력이 저하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기본적으로 국어를 잘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능력인데

코로나 상황에서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상황이 부족했을 테니 우선적인 듣기와 말하기 능력이 길러질 기회가 없었을 터.

물론 비대면 수업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면이 아닌 경우 말하는 사람의 표정과 감정을 읽기 어렵지않았을까? 적어도 난 그랬다. 

미래 사회가 비대면 사회로 갈 거라 예상은 하지만 난 아날로그적 대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통해 남의 이야기를 듣는 귀가 열리고, 나의 말을 할 수 있는 입이 열릴 거라는 생각. 

솔직히 우리나라 학생들이 국어능력을 갖추는 노력은 수학이나 영어에 비해 부족한 편이란다. 

외국에서 토론이나 에세이쓰기 상황에서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실력이 약하다고 들었다. 

수학을 공부할 때도 논리력이 필요하고, 영어를 이해할 때도 우리말 실력이 뒷받침되어야할텐데

국어 따로, 수학 따로, 영어 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생각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토론교육이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잘 이뤄지기를 바래본다.

 

#3

최근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한다'라는 책을 읽고 있다.

('어른답게 말한다' 서문)

돌아가신 김우중 대우회장, 김대중대통령, 노무현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했었던 이력탓인지 몇 권의 책을 출판했다.

그동안 출판한 책 중에 내가 읽은 것은 '나는 말하듯이 쓴다'와 '어른답게 말한다'

글을 써내려가는 방식이 딱딱하지 않아 술술 잘 읽힌다. 이렇게 잘 읽히는 책을 쓸 수 있다니 부럽다. 

난 과연 내 나이에 맞게 어른다운 말을 하고 있는가 반성한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내게 도움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물적 도움이 아니라 심적 도움을 말한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에 맞게 반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때로는 무의식 중에 그 상대방을 가르치려고 하는 모습을 느끼게 될 때가 있다. 

직업병일까?

내 나이에 맞게 말하는 습관을 길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