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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길 닿는대로

쭈꾸미 계절

지난 주 수요일.

갑작스럽게 반쪽이 나들이 가잔다. 

비오는 날이라 일을 할 수 없다고 일을 쉰단다. 

일 좋아하는 반쪽에겐 비오는 날이 쉬는 날이다. 

그동안 더운 날씨였는데 비오는 탓에 기온이 좀 낮아진 건 좋으나 야외에 돌아다니긴 안좋은 날씨다.

사실, 관절염때문에 고생하는 반쪽은 요즘 걷기보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는 걸 선호한다. 

주섬주섬 옷 챙겨입고 길을 나섰다. 

행선지는 가까운 보령 무창포로 정했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구경도 하고,  요즘 쭈꾸미 철이라 하니 쭈꾸미도 맛볼 겸 해서

대전당진간 고속도로가 뚫린 이후로 보령 쪽으로 여행가는 게 수월해져서 당일치기하긴 딱 좋다.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니 빗줄기가 가늘어졌다. 

한 두 방울 떨어지는 비라면 맞고 돌아다녀도 괜찮을 듯 싶은 좋은 날씨였다. 

한 시간 반쯤 달려 도착한 무창포해수욕장은 날씨 탓에 운치가 있어 보였다. 

그 운치좋은 바닷가에서 기러기 한 마리가 시끄럽게 소릴 지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종종 걸음마로 저만치 달아나버린다. 여전히 소릴 지르면서...

다른 기러기들은 얌전히 앉아있는데 혼자 무슨 일일까 괜히 궁금했다. 

(무창포)

옆에 서로 등돌리고 앉아있던 기러기에게 물었더니 날아가버렸다. 

모래사장을 걷다가 빗방울이 점점 많아지는 듯하여 쭈꾸미 맛집을 찾아들어갔다. 

나이 지긋해보이는 사장님께서 비오는 날 평일에 나들이나오는 건 잘한 일이라며 맞아준다.

오는 길에 벚꽃 구경했냐기에 고속도로변에 벚꽃들이 많이 피었더라고 대답했더니

보령을 떠나기 전에 주산벚꽃축제 들러보란다. 

벚꽃축제하는 곳이 많아서 굳이 안 들러도 되는데 지역홍보에 열심인 사장님께 알겠다고 대답했다. 

쭈꾸미 샤브샤브를 주문했는데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상차림을 해준다. 

이것저것 반찬이 많은 게 좋은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상차림이지만

쭈꾸미만 즐기려면 깔끔한 상차림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쭈꾸미 샤브샤브)

반쪽이 먹물을 싫어해서 먹물을 제거한 채 쭈꾸미를 즐겼다. 

역시 모든 음식은 제철에 먹어야 맛인가보다. 

요즘 쭈꾸미는 알을 품고 있는데 쭈꾸미 머릿 속에 들어있는 알을 옛 어른들은 쌀밥처럼 생겼다며 밥이라고 불렀단다. 

그래서인지 우리 뒤를 따라 들어온 부부가 사장님께 쭈꾸미 밥있는 거냐고 먼저 묻는다.  

비가 오니 더이상 걸을 수 없겠기에 바닷가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 마실 곳을 찾았다. 

횟집 사장님께서 추천하신 곳은 영업을 하지 않아 다른 곳을 찾아갔다. 

(카페전경)

신기하게 생긴 나무가 있는 카페로 들어가 바다를 바라보며 나무이야기를 했다. 

카페 앞에 심겨진 나무는 일본 향나무라며, 가꾸기가 어렵다고 반쪽이 설명했다. 

생긴 것만 봐도 가꾸기 쉬워보이진 않는다. 

근처에 무창포수산시장이 있어서 들를까 했는데 진입로를 못찾고 지나쳐버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산벚꽃축제장소에 들렀다.

웅천천에 있는 보령댐 주위에 수령이 꽤 되어보이는 벚나무들이 줄지어 있었다. 

최근 벚나무가 일본산이네 아니네 논란이 있었던 것 같은데 화사하게 피어 꽃비를 내리는 벚꽃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주산벚꽃길)

양방향으로 차들이 즐비하게 오가고 있어서 예쁜 사진을 담기 힘들었는데 

앞에 있는 차들은 어쩔 수 없지만 차 안에서 사진을 한 컷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아들딸에게 사진을 보내주니 저렇게 화사한 벚꽃구경을 못한 서운함을 사진으로 달랜다고 한다. 

두 달 만에 갑작스럽게 다녀 온 반쪽과의 야외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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