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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벗삼아

친환경농법, 실천하기 어려워

2012년 일찌감치 명예퇴직을 선택한 나의 반쪽은 꿈꿔왔던 농촌에서의 삶을 실현하기 위해

본가근처에 땅을 마련했다.

둘이 살만한 자그마한 집을 짓고

<마당에서>

여러 해 동안 반쪽이 손수 품을 팔아 이것저것 꾸며가고 있다. 

대학시절부터 키워온 화분의 식물들은 넓은 대지로 이사를 한 후 맘껏 자라나고 있고

이름몰랐던 야생화들이 곳곳에 자리잡으며 

10년째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반쪽의 집꾸미기는 진행중이다.

농촌의 삶을 전혀 모르는 나에게 흥미를 갖게 하려고 내가 좋아하는 과실나무들을 이것저것 심었다.

생각보다 과실나무들이 잘 자라지 않았다. 

사과나무, 자두나무, 복숭아나무...

무농약으로 키우자고 했기에 과실나무들에게 농약을 뿌리지 않으니 과일이 익기도 전에 벌레가 먼저 먹어버린다.

사실 일본의 어느 농부가 농약없이 사과나무를 길러낸 이야기가 담긴 '기적의 사과'라는 책을 읽고

우리도 그렇게 나무를 사랑하며 나무가 병충해를 이겨낼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마음먹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농법을 해보자고 ...

먹을 것 만큼만 길러서 건강하게 먹을 수 있도록 친환경 농법을 실천하고 있었는데

시어머님께서 갑자기 우리집에 함께 거주하시게 되면서 그런 실천은 접어야했다.

농사일로 잔뼈가 굵은 어머님께선 돈이 될 만한 농사를 짓고 싶어하셨고

어머님의 말씀을 거스른 적 없는 나의 반쪽은 어머님의 뜻을 따라 농사를 거들게 되었다.

농약을 하지 않으면 상품성이 떨어지고 수확량도 많지 않기에

농산물을 상품으로 생각하시는 어머님께선 재배하는 농작물에게 제때 농약을 투여해야한다고 말씀하신다.

<자두나무>

해마다 봄이면 탐스럽게 꽃이 피고 주렁주렁 매달리는 과실들이 잘 자랄 것 같은데도 병충해를 견디지 못해

열매를 떨어뜨리는 나무들을 보며 '기적의 사과'를 길러낸 농부의 정성이 지극했음을 짐작되게 되었다.

'기적의 사과'를 수확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무모하게 도전하려고 했던 나의 무지였음을...

자연과 더불어 사는 농법은 잠시 접어두고 효소를 만드는 것으로 전원에서의 삶에 적응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물론 그나마도 농작물에게 자리를 모두 빼앗기고 말았지만(어머님께선 돈도 안되는 것들을 키워서 뭐하냐고)

매화나무, 개복숭아나무, 으름나무, 산딸기나무, 오미자나무, 오가피나무, 탱자나무 등

효소를 담글 수 있는 나무들에서 나오는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리기만을 기다린다.

봄에는 매실과 개복숭아, 산딸기

가을엔 으름, 오미자, 오가피, 탱자

효소를 담는 즐거움이 없는 계절엔 또다른 즐거움이 나를 바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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