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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교육감직선제폐지 논의, 왜?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하자는 논의가 집권여당으로부터 있나보다. 2014년 선거에서 13명의 진보성향 교육감이 당선되고 나서부터 보수단체에서 시작된 교육감직선제 폐지논란이 본격적으로 여당의 법안제출로 이어지고 곳곳에서 자기들끼리의 토론회를 실시하고 있다고 들었다.

 

 

2006년 교육감 주민직선제를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다. 당시 이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다름 아닌 한나라당, 지금 새누리당의 전신이었던 한나라당이 교육감 선출방식을 주민 직선제로 바꾼 것이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 교육감 선출 방식은 표에서 보듯이 간선제로 학교운영위원들을 포함한 선거인단만의 투표를 통해 교육감을 선출하는 방식이었기에 주요 투표권자인 학교운영위원선출과정마저도 비리로 얼룩져 혼탁해있던 상황에서 주민 직선제로 개정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보수, 진보 각각 진영의 논리와 이해타산을 고려해서 학교운영위원이 선출되도록 안간힘을 썼고 그 또한 비리의 온상이 되기까지 하였다. 결국 2006년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2007년 보궐선거부터 직선제가 적용되어 지금에 이른 것이다. 

주민직선제 자체에 문제가 없다고 보진 않는다. 직선제 실시이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정당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투표순서를 잘 받으면 당선가능성이 높아 '깜깜이 선거', '로또 선거' 등의 오명을 쓰고 있기도 하다. 또한 교육과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대다수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한다는 문제였다. 교육을 받아야할 학생과 함께 교육을 고민해야할 학부모, 교육을 담당할 교사와 교육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 들 외에 교육과 아무 연관이 없는 유권자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 교육감 직선제의 문제점이었다. 정치권에서야 교육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교육감의 지위를 생각하겠지만 일반인들은 교육감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교육과 관련한 이해당사자가 아니다 보니 누가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차라리 직선제의 근간을 그대로 두고 유권자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직선제를 폐지하고 지자체장이 임명하는 임명제 또는 러닝메이트제가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이 또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새누리당의 논리에 따르면 교육감 선거가 극심한 이념대결로 전개되고, 정치권의 이념갈등이 교육현장에 그대로 반영돼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는 동시에 학생들에게도 직접적으로 피해가 가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전의 임명제, 선출제, 간선제 시기의 교육감과 직선제 교육감을 비교해놓고 볼 때, 과연 직선제 교육감들이 이전보다 더 교육의 자주성과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었다는 증거는 뭘까? 러닝 메이트나 임명제로 선출된 교육감이 교육의 자주성과 중립성을 지킬 수 있다고 보는 건가?

그렇잖아도 지난 몇 년간 지나치게 자주 바뀌는 교육과정의 개정때문에 교육현장이 흔들리고 있다. 교육의 본질을 살려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갈 학생들을 교육해야하는 중심에 서있어야 할 학교들이 잦은 교육과정 개정때문에 갈팡질팡하고 있는 판국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1~2년 사이 바뀌는 교육과정때문에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해서 6학년 졸업을 맞이하게 되는 6년 동안 세차례나 변경되었다. 입학 당시 2007개정교육과정으로 배웠고 2011년에 2009개정교육과정을 적용 받았으며 올해 2011개정교육과정을 경험하고 졸업하게 된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렇게 교육과정이 자주 바뀌는지 잘 모르는 교사가 많다. 하물며 학부모는 별관심이 없다. 그러나 이렇게 서서히 받아들이다보면 무감각해지겠지. 교육이 추구하는 인간상이 어떻든 교육의 자주성이나 중립성이 훼손되든 그저 수능을 잘보고 대학을 잘(?) 들어가서 돈 잘 벌고 대한민국의 상위 3%이내 진입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지. 교육이 어떻게 가든 각자의 물적 행복추구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그런 학생들을 길러내는 교육을 나더러 하라는 건가? 그것이 교육의 자주성과 중립성을 찾기 위해 교육감직선제를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정부 여당의 주장과 부합되는가?

 

(이미지 출처 : 오마이뉴스)

 

교육감직선제가 문제가 있다면 타당한 논리를 제시하고 신중한 공청회와 토론을 통해 보다 발전된 방향으로 바로잡는다면 이의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중립성 운운하면서 오히려 지자체장의 러닝메이트나 임명제라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교육의 중립성을 헤치고자 함이다. 오이밭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랬다고 2014년 선거에서 13명의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직후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교육감직선제폐지를 논하는 것은 2006년 한나라당 박근혜대표에 의해 추진되었던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자가당착에 빠졌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정상이 통하지 않는 사회이긴 하나 제발 이건 아니잖냐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