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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학교폭력을 부추기는 가산점

2012년과 2013년 두 해에 걸쳐 학교폭력업무를 담당했다.

모두가 기피한다는 이유로 교장이 내게 부여한 업무였다. 물론 어떤 업무를 줘도 상관없다는 말을 내가 했으니 문제될 건 없다.

사실 가산점을 필요로 하지 않기에 가산점이 필요한 교사에게 주라했는데 아무도 원하지 않는단다. 어차피 학생생활지도를 하는데 필요한 일이기도 해서 그냥 내가 맡기로 했다. 작은 학교의 이곳저곳에서 아이들 다툼이 일어나면 아이들은 나를 찾아오곤 했다. 오지랖넓게도 아이들 다툴때마다 골목대장마냥 내 반이 아닌데도 가서 아이들 다독거리기도 하고 혼내기도 하며 화해를 시키고 오는 일이 흔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다툼이 있으면 아직도 나를 부르러 온다.

2012년 초기엔 학교폭력담당자만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하더니 2013년엔 교원의 40%에게 가산점을 주겠다고 했다. 가산점을 필요로 하는 교사들은 서로 받으려고 눈치를 살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실제 가해여부는 부정확)을 상담하겠다는 내부기안까지 올리기도 하였다. 상담기록부를 두툼하게 쓰기도 했다. 여기저기 학교마다 가산점전쟁이 벌어졌다. 학교폭력예방뿐만 아니라 학교폭력발생에서 문제해결까지의 상담일지를 상세하게 쓰는 일도 생겼다. 실제로 나처럼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했던 교사들이 가산점을 받지 않겠다고 했을 때 실사조차도 하지 않고 그저 문서의 두께만 놓고 대상자를 선별한 경우도 허다하다.  

어느 학부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딸아이의 친구가 누군가때문에 학교에 다니기 싫다는 내용의 일기를 썼는데 담임이 그 일기를 읽고는 학교폭력이 발생했다면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달라고 학교측에 요청했고 그로 인해 그 일기의 주인공이 피해자가 되고 내게 전화를 건 학부모의 딸아이는 가해자가 되어 서면사과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울며 하는 것이었다. 물론 실제 가해자일 수도 있다. 그 상황을 자세히 접한 건 아니기 때문에 뭐라 판단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그 일기를 읽고 나라면 일기의 주인공 아이를 불러 무엇때문에 학교다니기 싫을 정도로 힘든지 이야기를 들어본 후 상대 아이를 불러 서로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대화의 시간을 먼저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과정이 없이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는 담임은 과연 어떤 생각이었을까?

학교폭력유공교원 가산점이 주어지게 되면서 학교폭력이 사라진게 아니라 아주 작은 일에도 학교폭력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가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변형되었다. 학교폭력을 해결한 유공교원이라는 이름으로 가산점을 받을 수 있으려면 학교폭력이 전혀 없어야 하는 게 아니라 학교폭력조짐이 약간 보였다가 해결하는 과정이 기록이 되어야했다는 우스운 이야기들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진심으로 아이들과의 평화로운 학급 만들기를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가산점받을 문서를 만들기 위해 학교폭력없는 학급만들기가 진행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는데 며칠 전 내놓은 정부의 대책은 실소를 자아내기 충분하다.

(사진 출처 : 머니투데이)                          

           

'초등학생 맞춤형 학교폭력 대책'을 내놓으면서 담임교사에게 승진가산점을 주겠다는 것이다. 가산점이 학교폭력을 효과적으로 막아줄 수 있을까?

중등과 달리 초등학교 교사는 담임을 선호한다. 전담교사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것보다 담임으로서 학급운영을 하는 것이 더 보람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때로는 불순하게도 인성교육이나 생활지도 실천사례를 쓰기 위한 자료를 얻기에도 좋다고 한다. 아무튼 이런 초등학교 담임에게 승진가산점을 주겠다는 건 초등현장을 또다른 경쟁체제로 몰아넣겠다는 나쁜 의도로 보인다.

임용고시라는 경쟁을 뚫고 초등현장에 들어온 우등생출신의 교사들이 많아져 열등생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는데 성과급, 교원평가, 교원업적평가 등으로 경쟁체제를 만든 것도 모자라 각종 가산점 제도로 교육의 본질을 흔들어놓는 이 상황에서 학교는, 교사는 어떻게 자리매김해야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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