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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변산공동체학교에서 삶을 만나다

학교라고 생각했다. 삶을 가르쳐주는 학교를 탐방해보자는 생각으로 약속을 정해 찾아온 변산공동체 학교.

그래서 좁은 농로를 지나며 만났던 들녘에서 마늘심고 있는 분들을 그저 평범한 마을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 마늘 밭과 주변 건물들까지도 변산공동체학교의 일부이고 밭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변산공동체학교의 구성원이었던 것을 우리 중 누구도 몰랐다.

마을 깊숙이 들어온 것 같은데도 학교같은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전북 부안군 변산면 운산로254-21'

친절한 내비게이션은 다왔다고 알려주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학교가 안보인다.

농구골대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마당에 주차를 하고 둘러보니 강당같은 건물이 있고 도자기굽는 가마가 있다. 이곳인가 두리번거리다가 만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둘.

여기가 학교야?” 고개를 끄덕인다.

화장실이 급했던 터라 우선 화장실이 어디냐 물었더니 소변인지 대변인지 되묻는다. 용도에 따라 화장실이 다르단다.

안내해주는 아이를 따라 들어간 화장실은 아주 어렸을 적 시골 할머니댁에서 보았던 화장실이다. 함께 갔던 젊은 여선생님은 화장실을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참기로 했단다.

화장실에서 급한 문제를 해결하고 마당으로 나와 아이에게 물었다.

김희정교장선생님, 어디 계셔?”

희정삼촌이요? 아마 일하러 갔을거예요.”

삼촌이라...

전화를 걸었다. 마늘심는 중이었는데 우리 때문에 들어왔단다.

1996년부터 윤구병선생님과 함께 이 곳에 들어와서 학교를 시작했다고 했다. 자연 속에서 건강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생각만으로 말이다. 학교를 열기로 마음먹고 준비하던 차에 농민운동하던 분이 일반중학교에서의 교육방식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빨리 학교를 열어달라고 하는 바람에 공동체학교 개교 전 농사를 익히고 생활기반을 마련하려던 계획이 흐트러지게 되었다고 한다.

변산공동체 마을을 위해 귀농한 집의 자녀들, 학부모의 추천으로 보내지는 아이들, 일반학교에서의 부적응으로 찾아오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손놀림과 몸놀림 교육을 한단다. 무학년제로 운영되며 고정적인 수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수준별로 차이를 두지도 않고 정상적인 수업이 진행될 수 없다고 한다. 마치 서머힐 학교처럼 학생들이 참여하고 싶으면 참여하고 참여하기 싫으면 참여하지 않고, 그러다보니 영어나 수학 교과의 경우는 폐강될 위기(?)라고 한다. 대신 도예, , 글쓰기, 짚풀, 목공 등 다양한 교과를 운영하고 있었다.

초등학생은 지역아이들이 통학하는 경우 받아주지만 대부분 중고등학생들이 기숙형태로 살아가고 있는 이 학교. 현재 서른 다섯 명의 학생이 있다고 한다.

학비를 전혀 받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이 먹고 자는 방을 직접 지어보고 청소하고 직접 농사를 지어 채소 위주의 식단으로 식사를 한다. 용돈벌기 위해 농번기 알바도 하고(누군가는 변산공동체 학교가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고 악의적으로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지만) 살면서 필요하다 생각되는 생활기술들을 손을 놀리고 몸으로 직접 겪음을 통해 배우게 되니 졸업 후 다양한 진로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모든 교육과정을 학생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어보게하고 책임감도 길러주고 생활력도 키워나가게 해주는 변산공동체 학교. 다른 대안학교들과는 또다른 모습이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연신 호탕하게 웃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 들려주는 김희정교장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한 시간을 넘겨버렸다.

호탕하게 웃어대는 김희정교장선생님의 사람좋은 인상이 뇌리에 깊이 남는다. 학생들을 만나보고 싶었는데 하필이면 오전수업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는 게 아쉽다.

변산공동체학교에서 일할 시간을 한 시간이나 빼앗아버린 우를 범했다. 서둘러 시설물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김희정선생님께선 일터로 나가고 우리끼리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문명의 흐름이 멈춘 듯한 공간.

어머, 세탁기가 없어요.”

굴뚝에 연기가 나는걸 보니 불때는가봐요.”

이곳에선 닭들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네요”

근데 화장실은 정말 못 가겠어요

함께 간 동료들이 신기한 듯 걱정스러운 듯 쏟아내는 말들을 들으며 우리 아이들에게 앞으로 어떤 교육을 해야할 까를 고민하자고 했다. 변산공동체학교에 담긴 철학이 무엇인지에 집중하자고 했다.

그곳에서 만난 초등학생 여자아이에게 무엇을 배우냐고 물었더니 무엇을 배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배우느냐가 중요한 거라 대답했었다.

미래 사회가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할까를 고민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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