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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0.1점이라도 더

이 어지러운 시국에 학교는 다른 일로 바쁘다.

교육청에서 계속 내려오는 각종 포상대상자추천공문.

추천분야가 참 다양하기도 하다. 포상의 남발이 아닌가 싶다.

나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나를 동료들로부터 떼어놓으려고 애를 썼던 교감은 잠시 내게 내려와달랬다.

'가능한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인데 왜 부른담'

혼자 중얼거리며 교무실로 내려갔다.

OOOO포상대상자로 추천을 하려고 불렀단다. 풉~~~

"추천해주신다니 고맙습니다만 전 그런 상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다른 분을 추천하시죠?"

"우리 학교에 선생님만큼 열심히 하시는 분이 없어요. 다른 분을 추천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이건 무슨 망발?

"잘못 보신거죠. 우리 학교에 저보다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으니 다른 분 추천하세요"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는 겨우 그 자리를 모면했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흘렀는데 이번엔 동료들끼리 나를 OOOOOO대상자로 추천하고 싶다고 의견을 모았단다. 그래서 필요한 공적조서를 작성해야하니까 내게 써보라고 ...

그런 상을 받기에는 부적합하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동료들 중 일부는 꼭 나를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며칠 고민했다. 교감이 추천하겠다는 상이야 받기 싫다고 거절했지만 동료들이 나를 생각해서 추천하고 싶다고 하니 어찌해야하나.

11월이라는 시기가 포상뿐만 아니라 각종 승진가산점을 챙기기 위해 분주하기도 한 때이며, 동시에 교원능력개발평가와 다면평가로 인한 분주함도 엿볼 수 있는 때다. 교사들 서로가 서로를 평가해야 하고 학부모는 일년에 두 번 보는 공개수업과 자녀들의 말에 의지해서 교사를 평가하고 학생들은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교사를 평가해야하는 시기다.  특히 초등학생들은 담임교사말고는 다른 교사에 대해 잘 모르는데도 평가를 해야한다. 물론 학부모와 학생은 교사평가라기보다는 만족도조사에 불과하지만 교사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학교현장이 교육이 아닌 일로 바쁘다.  학생들과 활동했던 교육과정의 일년 결산을 하기에 바빠야하는데 실상은 다른 일로 바쁘다. 지내온 일년의 교육활동들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었는지 되돌아보고 내년을 준비하기 위한 교육과정평가회가 일찌감치 진행되어야함에도 그렇지 못한 이 상황이 안타깝다.

그저 승진을 위해 0.1점을 더 따려고 서류를 만들어내고 실적을 부풀리고 각종 연구대회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바쁜 학교현장이다. 관리자는 승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경력교사들을 부추겨 경쟁하게 하고 학교현장에 발디딘 지 얼마 안되는 신규교사에게 점수따는 방법을 가르쳐주고자 열을 올리는 이런 학교현장에 대해 할 말이 없다.

고민끝에 동료들에게 글을 썼다.

추천해주는 마음은 고맙고 든든하나 그런 상을 받기에는 부족함이 많고 포상에 관심이 없다고 간곡히 부탁하는 글을 썼다.

최순실과 정유라, 그리고 장시호가 돈과 권력으로 학교현장을 뒤흔들어놓은 교육농단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마당에 나마저 교육농단의 구설수에 오를지 모른다는 농담을 섞어 정중히 동료들의 추천을 거절했다.

그깟 상과 승진가산점이 뭐라고 저리들 난리법석인지...

함께 머리맞대고 고민하며 철학을 가지고 교육활동을 해나갈 수 있는 우리가 되고싶은데 말이다.

스산한 가을바람에 바삐 나뭇잎들을 떨궈내는 나무를 바라보며 씁쓸함을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