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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박물관 즐기기

여름방학 끄트머리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두근두근 한국사'의 공저자 중 한 분이며 박물관 학예사 출신인 박찬희선생님과 과거 유물유적을 만나게 되었다.

작년 한 해 현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발표로 시끌벅적했었고 국정교과서의 집필진이 누군지 꽁꽁 숨겨놓은 채 비밀작전하듯 교과서를 만들고 있다. 국정화 교과서를 발행하는 몇 안되는 나라 중에 우리 나라가 포함되어있다니 참 부끄러운 일이다. 아무튼 국정화교과서의 서술방식이 좌편향이든 우편향이든 교사로서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해져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 사실(사실이라고 표현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런 다양한 견해들을 서로 나누고 토론해가는 과정을 거쳐 역사의식을 성장시켜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러나 현정부에서는 그런 다양한 시각들을 인정하기 보다는 하나의 시각으로 몰아가고자 국정화를 시도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교육현장의 교사들은 국정화 교과서를 통한 역사교육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역사인식을 돕기 위한 개별적인 노력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박물관 살펴보기인 듯 싶다. 이미 국정화교과서를 사용하는 5학년 사회교과서에서 2학기에는 역사를 다루게 되어있어 나 역시 박물관을 통해 역사를 톺아볼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했다. 이미 십여분이 도착해있었다.

박물관 입구에서 만난 박찬희 선생님의 자료를 받아들고 읽어보니 내가 모르고 있던 또 다른 시각을 만날 수 있었다.  하루의 시간만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과 유적을 모두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각 시대마다 깊이있게 한 두가지 유물을 통해 그 당시의 상황을 떠올려보고 역사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박물관으로의 체험학습을 하다보면 짜증스러운 아이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그렇게 '짜증스러운 아이들의 목소리를 호기심가득한 눈빛들로 바꿔낼 수 있는 박물관살펴보기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생각하며 박찬희 선생님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알고있던 지식이 틀에 박힌 고정관념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좀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역사를 좋아하게 된 것은 중학교 때 역사선생님의 재미난 이야기때문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만난 그 선생님은 구수하고 정겹게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역사수업을 진행하셨다. 안타깝게도 과음으로 운명을 달리 하셨지만 여전히 그 역사선생님의 수업장면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그렇게 중학교때부터 역사를 좋아하게 되어 고등학교 때도 역사선생님을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다. 노처녀였던 깐깐한 국사선생님과의 만남과 잘생긴 세계사선생님과의 수업을 통해 역사과목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교과였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학에서의 전공을 결정할 때는 역사과를 가려면 일본 역사학자들의 연구가 많아 일본어공부를 해야한다는 말때문에 일본에 대한 강한 거부감만 가지고 있었던 나로선 역사전공을 포기해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을 깊이 새겨듣지 않았던 것이 후회스럽기도 하다. 이제라도 다시 공부를 시작해볼까나!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으로 현장학습 갈 때마다 정해진 시간동안 한 줄로 세워서 주~욱 둘러보고 학습자료집 정리하는 식으로 진행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런 현장학습을 하고 있는게 잘못된 방식임을 느꼈다. 아이들은 박물관을 둘러보는 걸 싫어하고 그저 시간때우기 현장학습임을 안 순간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는 반성을 했다. 박찬희 선생님으로부터 박물관의 전시방식과 전시된 유물을 대하는 새로운 시각을 전해듣고나니 그동안 부족했던 나의 역사인식으로 인해 피해를 받았을 제자들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함을 전하고 싶었다. 영화의 제목이 아니더라도 박물관은 살아있었다. 그 곳의 유물들은 우리에게 전해주고자하는 과거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유물들이 전해주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시월에 경주로 떠나는 현장학습에서 아이들과 제대로 된 역사공부를 해봐야겠다. 많이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유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 그 것이 목표다.

또 하나, 우리 유물에 대한 일제의 파헤침, 도굴, 훼손, 해외유출 등의 만행에 대한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 여전히 우리는 위안부 할머니들께 일본정부의 진심어린 사죄를 받아내지도 못했음과 일제강점기에 훔쳐간 우리 역사 유물에 대한 반환도 주장하지 못하는 이 못난 나라에 대해서도 탄식이 절로 나온다.

광보 71주년, 그러나 우린 일제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살고 있는 듯하다. 친일의 부끄러움도 청산하지 못했고 위안부 할머님들과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했으며 빼앗긴 역사를 되돌려오지도 못했다. 도대체 일제의 식민잔재는 언제쯤 사라지게 될 것인가! 우리는 언제쯤 대한민주공화국의 자주성을 찾게 될 것인가!

대한민주공화국의 국민임이 자랑스러울 그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