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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민주교육의 밀알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기를 하고 있다.

몇 권의 책을 골라서 읽고 있는데 이번에 읽는 책은 이오덕 선생님의 민주교육으로 가는길'


이미 이오덕 선생님의 뒤를 이어 민주교육을 실천하고 싶은 교사들의 모임이 여러 갈래로 이어지고 있다. 아동문학, 글쓰기, 토론교육 등등

일제강점기인 1944년부터 1986년 전두환독재정권시기까지 엄혹한 교단을 지키며 이 나라 교육이 민주교육으로 이끌도록 스스로 참교육을 위해 노력하셨는데 그 이오덕선생님의 가르침을 어찌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지 않은지 답답해졌다.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는 글을 읽으니 그 당시 선생님같은 분이 아주 많이 계셨더라면 살아있는 교육, 삶과 앎이 일치하는 교육, 민주주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졌을 것이고 지금의 이 나라 는 더 발전된 민주주의국가가 되어있지 않을까 상상해봤다.

지금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열아홉의 어린 나이로 생업을 위해 열심히 일하다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를 접하면서도 99%의 민중을 개돼지로 보는 사람들, 구조할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처구니없이 침몰하는 세월호참사로 자식을 잃은 사람들에게 시체장사한다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 국방주권하나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미국에서 사드를 들여와 배치하겠다고 으름장놓듯 발표하고는 사드배치예정지의 주민들이 반대목소리를 높이자 외부세력의 개입 어쩌구저쩌구하는 사람들 등 나라 곳곳이 시끄럽다. 그 와중에 대통령은 역대정권 중 잘한 정권에 속한다며 백점 만점에 80점을 자신의 정권에 부여해주는 셀프찬사를 하고 있으니 듣는 이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기 충분하지 않은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참교육을 해보겠다고 나섰던 교사들보다 그렇지 못한 교사들이 더 많았다는 사실에 울분이 토해진다. 물론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신분에 민주교육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현실이었음은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사실은 나라에서 하사하는 녹봉이 아니라 나와 내 이웃이 낸 세금으로 국민이 주는 녹봉임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있기에 감히 민주교육을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아니, 민주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민주교육이 어떤 교육인 지 깨닫지 못했으리라.

내가 받았던 초··고 교육이 어떠했나? 애국조회라는 이름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월요일 아침마다 뙤약볕이든 눈보라가 일든 운동장에 서서 전교생이 교장의 기나긴 훈시를 들어야했고 강제로 월요일엔 애국일기, 토요일엔 효도일기를 써야했으며, 반공글짓기대회를 위해 거짓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짓기를 했던 기억도 있다. 경시대회 나가기 위해서 정해진 답을 외워야했고 주어진 그림을 보고 그림을 그려냈으며, 잘 쓰여진 글을 베껴 대회로 제출하고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상을 받기도 했다.

오남매의 맏이로서 부모와 동생들을 위해 반드시 대학에 가야했고 남들보다 빨리 돈을 벌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내 재능이 무엇인지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겨를이 없이 그저 주어진 길을 앞만 보고 걸었다.

친구들과 떠들었다고 책상들고 서있는 벌을 받기도 했고 군것질하다 들켜서 단체로 허벅지를 맞기도 했으며, 교사를 비난한 학생을 찾는다고 모두가 운동장에서 뺨을 맞아야했던 기억도 있었다. 그렇게 비인간적이고 비민주적인 학교생활 십이년을 아무생각없이 개근했던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참 부질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한 두 분의 선한 선생님을 만나 아이들과 놀아주는 친근한 교사의 길을 걷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뿐, 교사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기억은 없었다. 그 한 두 분의 선한 선생님마저도 민주교육을 보여 주진 못했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이오덕선생님께서 독재정권의 강압에 의해 교단을 그만 둔 이듬해인 1987년 민주화항쟁이 전국적으로 일어났고 이제는 민주주의가 오나보다 축배를 들며 준비했던 그 때, 참교육의 깃발을 들어 올린 1989년 전교조는 죽은 교육을 강요하던 정부에 의해 철퇴를 맞았다. 난 그 때서야 참교육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이오덕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참교육!

첫째는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를 드러낼 수 있게 도와주고 있는 그대로 보아줄 수 있는 표현교육 즉, 예체능교육.

사람을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안내해주는 사람교육 즉, 도덕교육.

일하기를 통해 앎(지식)과 행함(실천)이 일치하도록 가르치는 노작교육.

우리가 추구하는 참교육, 그 참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민주교육으로 가는 길이라 하셨다. 그러나 그 길을 걷고자 하는 교사들의 수는 선생님께서 교단에 계셨던 그 때나 교단을 떠나신 지금이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지금 이 나라는 민주주의의 실종으로 인해 가진 자들의 오만불손이 극에 달하고 있다. 1%의 특권을 누리고 그들만의 기득권유지를 위해 99%는 눈과 귀, 입마저 막혀버렸다.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잃어버리고도 저항할 생각도 하지 않고 아무 말 못하는 이 대한민국에서 공교육의 녹을 먹는 교사로서 이오덕 선생님의 가르침을 이어가려고 노력해보지만 선생님께서 실천하신 참교육의 발끝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래도 부단히 그 길을 따르련다. 앞으로 더 많은 교사가 깨어나 민주시민으로서 살아갈 이 땅의 아이들과 참교육을 꽃피울 수 있기를 소망한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사람답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 일을 즐기며 앎과 행함을 일치시킬 수 있는 능력을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며 살아가련다. 그렇게 민주교육의 밀알이 되어보련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작은 밀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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