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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공간이 아이를 바꾼다는데

작년 가을에 시작된 학교의 개축공사가 거의 막바지이다.

학교에서는 입주시기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번에도 교사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이사일정을 통보해왔고 학부모일부와 간담회를 통해서 이사계획과 방학 중 방과후 프로그램을 말했나보다.

아이들안전을 늘 염려하기에 신중한 결정을 할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전해들은 소식은 준공완료 후 곧바로 입주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잇따라 진행될 운동장 공사와 생태원 공사 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과 방학 중 방과후 프로그램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청이 있기 때문이란다.

어이가 없었다.  일반 가정에서도 새건물에 입주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새집증후군때문이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아토피와 비염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자연친화적인 우리 학교로 일부러 버스타고 다니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니...

결국 난 가만히 있지 못하고 문제제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학부모대표에게도 이사문제는 신중학게 생각해야한다고 건의했다. 그랬더니 학부모들에게 이사시기에 대한 의견수렴과정에서 방학 전 이사는 우리 교사들이 피곤한 게 단점이라고 했단다. 문제인식이 잘못 되었다고 말했다. 방학 전에 이사하면 교사가 피곤하고 방학 중에 이사하면 교사가 쉴 수 있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교사끼리 의견수렴을 먼저 했다. 이사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새집냄새를 충분히 뺄 수 있는 베이크아웃을 충분히 해놓고 들어가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는 교장이 협의회를 소집했다. 대부분의 교사가 협의회 자리에 없었다. 작년처럼...

교장은 이사를 서두른 이유에 대해

"첫째, 학생들이 학교이사에 참여해서 직접 개인 짐을 옮기는 퍼포먼스를 해보고 싶었고

둘째, 컨테이너가 너무 불안해서 하루라도 빨리 컨테이너 생활을 벗어나고 싶었으며

셋째, 하자점검기간동안 교사들이 생활해보면서 직접 하자부분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었고

넷째, 다른 공사들이 맞물려 있어서 빨리 진행해야할 것이라 서둘렀습니다."

이사날짜에 대해 이해를 부탁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사날짜가 중요한 게 아니고 베이크아웃을 할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했다. 베이크아웃을 한다고 해도 새 건물에 스마트장비 들어오는 날이 다르고 수납가구가 들어오는 날이 다르단다. 그러면 이사가 자꾸 늦어진다고 사정을 하기에 그럼 새건물만이라도 베이크아웃을 하자고 건의했다.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만이라도 생각한다면 아이들에게 유해물질이 뿜어져 나올 지도 모를 새 건물에 곧바로 입주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자고 했다.

이렇게 함께 이야기하면서 서로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임을 강조했다. 결국 베이크아웃에 대한 합의를 했고 이사날짜에 대한 합의도 했다. 그런데 합의내용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교장은

"이사날짜에 대해 교직원 여러분이 이해해줘서 고맙습니다. 준공 전 공기질 측정할 때 확인하고 결정하겠습니다."

"교장선생님, 이사날짜를 합의한 게 아니고 베이크아웃을 하겠다는 전제로 이사날짜를 정한 것입니다. 일회적인 공기질 검사가 무조건 신뢰할만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베이크아웃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주셔야 합니다."

얼렁뚱땅 이사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최근 새집증후군에 대한 JTBC뉴스를 전 교직원과 공유하기도 했는데 교장은 안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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