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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스승의 날

해마다 곤혹스러운 날이었다. 그나마 올해는 일요일에 맞이하는 스승의 날이라 다행이다. 

왜 하필 가정의 달 오월에 스승의 날을 끼워넣어 이 나라의 많은 교사들이 곤혹스럽게 하는가 이해할 수가 없다. 1982년 세종대왕 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기념하도록 정했다는데 굳이 그랬어야할까? 차라리 근로자의 날(사실 노동자의 날이지만)처럼 교사의 날로 지정했다면 이해를 했을지도...

'스승의 날'유래를 가져온 나의 모교에서 RCY활동으로 아픈 선생님을 찾아가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던 것과 다르게 스승의 날이 곤혹스러운 것은 스승의 의미를 제대로 담지 못했음이리라.

스승. 사전을 찾아보니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라고 나온다. 사전에 나온 의미조차도 어렵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아이들에게 "스승이란 여러분에게 어떤 깨달음을 줘서 자라면서 도움을 준 누군가를 기억한다면 그 분이 바로 스승이란다. 그리고 그 분의 도움으로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면 그 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 되는거야. " 그렇게 말하고 이전의 선생님들을 떠올려 편지를 써보라고 한다. 어떤 아이들은 떠오르는 선생님이 없다며 엄마에게 쓰면 안되겠냐고 말한다.  

정규 교육과정 12년을 보내면서 스승이라고 떠올릴 교사가 몇이나 있을까?

나조차도 기억 속에 내게 감동을 주었다고 떠오르는 스승은 글쎄...

십 년 전 학부모를 우연히 시장에서 만났다. 토끼집때문에 철물공장에서 서성거리다가 손님으로 오신 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십 년 전의 학부모였던 것이다.  늦둥이였던 아이의 아버지는 내게 많이 변했다고 한다. "십 년 세월이 흘렀는데 어찌 변하지 않을까요." 그 아이를 담임한 이듬해 그 학교에서 만기가 되어 다른 곳으로 이동했었는데 그 아버지는 내게 메일을 보내주셨다. 늦둥이라 걱정많았던 아이를 잘 가르쳐주어 감사하다는 말과 힘내라는 말을 함께 적어보낸 그 메일을 감동깊게 읽었었는데...

아무튼 그 아버지는 토끼집 짓다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다. 당장 달려오시겠다고... 급하게 필요한 게 토끼굴을 만들 주름관이어서 혹시 가지고 계시면 달라고 했더니 얼른 구해오셨다. 말만으로도 힘이 나는데 이렇게 도움을 또 얻었다.

돌아오는 길에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고르는데 누군가 뒤에서 살짝 잡는다. 뒤돌아보니 작년 학부모다.

스승의 날이 일요일이라 월요일에 축하파티해야하지 않냐고 묻는다. 일요일이라 아무 것도 안해서 다행인데 굳이 월요일에 그렇게 하느냐고 안할거라고 했다. 스승의 날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교장으로부터 스승의 날 축하메시지가 담긴 문자가 왔다.

과연 나는 이땅의 참 스승이 될 수 있을까?

이 나라의 교육을 바로 세우고 이 나라의 아이들과 청소년, 젊은이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주었을까?

이 나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민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앎을 가르쳐준 적이 있을까? 

아이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이것만으로 충분히 뿌듯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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