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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실컷 놀게 해주자

1922년 5월 1일에 시작된 어린이날


올해로 아흔네번째라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서 여러 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지켜온 어린이날 행사는 스무해째라고 하는데 사실 난 처음 참여해본다. 그동안 이 지역에 살지도 않았고 언제부터인가 이 지역 어린이날 행사에 전교조의 참여가 없었기도 했다. 자치시로 출범하게 된 이후 신도심에서의 행사를 관에서 주도하면서 구도심지역의 행사는 소홀하게 대접받게 되었고 그 탓에 기존의 지역단체들이 이 행사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보였다. 그런 과정에 작년부터 우리 전교조가 함께 참여하게 된 것이다.

어린이날 행사로 무엇을 하면 아이들이 좋아할 까 논의를 하다가 전래놀이마당과 세월호 추모 바람개비만들기, 꿈나무 그리기 등을 운영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9시부터 행사장에 도착해 준비를 하고 부스를 꾸몄다.

처음엔 아이들이 놀이에 대해 반응이 없었다. 놀아보지 못해 선뜻 접근하기도 어려워했지만 행사주최측에서 스티커를 모아오면 상품을 준다했는데 우리 놀이마당에서는 스티커를 주지 않기로 했더니 반응이 적었나보다. 하지만 비석치기와 딱지치기를 시도해보던 아이들이 다른 코너에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실컷 놀아볼 수 있는 이 곳이 가장 재미있다는 말을 했다. 뿌듯했다. 세살배기 아기가 우유곽으로 만든 딱지로 바닥에 내리치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아기천사가 따로 없다. 

만들어진 바람개비를 돌리던 아이들이 세월호 바람개비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했다. 부모가 곁에서 도와주며 바람개비를 만들고는 바람개비를 돌리려고 막 뛰어가는 모습 또한 행복이 따로 없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렇게 인사를 했다.

작년 오월, 진보교육감이 모여 '어린이들에게 놀 권리를...' 주자며 놀이헌장을 선포한 일이 있다. 그리고는 학교현장에 놀이활동을 활성화시키라는 공문을 보내고 놀이를 통해 인성교육을 할 수 있도록 여건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현장은 아직 놀이에 대한 시간과 공간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 행사장에서 느낀 것이지만 아이들이 놀고 싶은 절실함이 느껴지는데 반해 어른들은 아이들이 놀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힘들어한다는 사실이다. 전래놀이마당에서 아이만 놀게 지켜볼 것이 아니라 부모도 함께 놀아줬으면 좋겠는데 아이 혼자 놀으라고 한다. 함께 놀이를 해보라고 부추겨보지만 잘 움직이지 않는다. 비싼 장난감 사줄 게 아니라 함께 놀아줄 시간과 공간을 선물로 주는 그런 어른들이 되어보면 좋겠다. 

놀고싶어 하는 아이들, 잘 놀아본 아이들이 공부도 잘한다고 했는데 놀게 해주면 안될까?

굳이 어린이 헌장이 마련되지 않아도, 어린이날 하루만 어린이를 위한 날이 아니라 모든 날들이 어린이를 위한 날로 이루어지면 정말 좋으련만.

더도말고 덜도말고 어린이날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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