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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학교라는 공간은

재작년에 노후된 학교건물을 개축하기로 계획이 확정되면서 몇몇 동료들과 학부모, 동창회장 등이 개축소위원회를 꾸렸고 학교의 주인으로서 아이들이 재미있게 성장할 수 있는 건물을 만들어보고자 했었다. 둥글게 학교를 지어 유명한 전북의 삼우초를 학부모들과 함께 찾아갔었는데 학교구성원들이 너무 많은 방문객들로 인해 교육과정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방문객을 받지 않기로 원칙을 정했다고 하기에 부장을 맡은 교사의 희생으로 토요일에 방문을 할 수 있었고 간단한 설명을 들었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학교라는 건물에 대한 기본상식을 깼던 삼우초에 대한 인상이 깊었다.  현관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이 도서실이었고 곡선으로 이루어져 마치 미로 속을 걷는듯한 조심스러운 복도쪽 문으로 들어선 교실에서 복도 맞은 편으로는 운동장이나 숲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잇어서 아이들은 언제라도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일자로 뻥 뚫린 복도를 만들어놓고 아이들에게 복도에서 뛰지말라 하는데 그 곳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2층이나 3층 교실에서 쉬는 시간이 모자라 계단을 뛰어내려올 수 밖에 없는 일반적인 교실과 달리 문만 열면 밖으로 나갈 수 있으니 계단을 위험스럽게 내려올 일이 없는 그런 교실들이 삼우초에 있었다.  학교라는 공간이 이렇게 아늑하고 재미있게 꾸며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했다. 이런 공간이라면 아이들은 또 얼마나 행복할까!

이 학교의 교장실과 교무실, 행정실 등 민원인을 상대하는 곳은 2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방문객이 들어서자마자 확 트인 도서실의 아기자기한 공간들을 바라보며 2층으로 올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게 배치했다.

사실 '작은 학교, 행복한 아이들'이라는 책을 통해서 전국의 작은 학교들에서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들을 살리기 위한 교사들의 열정을 읽게 되었는데 그 중 내가 가장 가보고싶었던 학교는 삼우초등학교였기에 책으로 상상하던 학교를 직접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신설학교에 처음 근무하게 되었을 때, 학교 건물에 대한 교사의 의견을 묻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었는데 삼우초를 만나고 보니 교사, 학부모, 학생, 지역사회까지 모두 뜻을 모아 학교의 주인이 되어야겠다는 의지가 강해졌다.

물론 나와 학부모들의 그런 의지와 상관없이 개축소위원회는 유명무실한 형식일 뿐이고 교육청에서 담당 행정직원과 학교의 교장, 교감은 그저 예산과 규정만을 가지고 무조건 안된다는 것이었다. 1층에 일반교실을 두고 2층에 행정실등을 두자는 의견에 대해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방문객들을 상대해야한다는 이유로 행정실과 교무실은 무조건 1층이어야 한단다. 운동장으로 나가는 문을 내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보안상의 이유,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무조건 반대했다.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비싼 스마트 장비를 구축하는 돈으로 교실에 편백나무를 두르는 제안을 했는데 그것또한 묵살이었다.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건물을 고민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행정편의주의로 인해 또 한차례 마음상했던 경험이 있다. 학교의 주인이 들어가 생활할 공간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나기도 했다.

세종에서 뜻을 함께 하는 몇몇 동료들이 경기도의 학교를 탐방해보고 싶다기에 경기도 말고 전북으로 방향을 전환해보자고 했다. 거리도 가깝고 경기도 사례는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전북의 삼우초를 추천하게 된 것이다. 추천한 죄로 삼우초탐방을 추진하게 되었다.

전화를 했더니 예전의 부장은 다른 곳으로 가버렸고 학교건축과 관련한 설명을 해줄 분이 안계시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냥 와서 둘러보고 가는 것에 대한 허락을 받기는 했는데 건물자체만을 보기에는 왠지 서운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현재의 교장선생님 존함을 물었다. 다행히 삼우초 건축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송수갑선생님께서 교장으로 재임하고 계시단다.

책에 적혀있던 메일주소로 글을 보냈다. 학교공간에 담긴 철학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다고... 흔쾌히 설명해주시겠노라는 답변을 듣고 학교탐방을 추진했다. 학교건축과 관련한 초기 노력들에 대한 이야기와 혁신학교로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우리들이 궁금해하는 다른 이야기들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전교조 선배로서 열심히 활동하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들려줄 기회가 되어서 기쁘다는 말씀도 함께....

혁신학교라는 이름을 내걸지 않아도 삼우초에서의 교사는 특별한 긍지를 갖게 된단다. 삼우초의 교사로 시작해서 교감으로도 근무해보고 현재 교장으로 근무하기도 하지만 특별한 권위를 찾아볼 수 없는 송수갑교장선생님을 만나고 학교를 나오며 함께 간 동료들은 너무 좋은 곳에 와서 많은 깨달음과 새로운 설레임을 안고 돌아가게 되어다며 뿌듯해했다.  

사실 우리는 모두 혁신학교 1년을 경험한 교사들이다. 각자의 학교에서 부딪히고 깨지고 아파하며 새로운 길을 찾는 중이었다. 삼우초처럼 전체 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할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의 생각을 담아내고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고민할 수 있는 새로운 학교에서 멋진 교육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하며 우리는 삼우초탐방을 통해 함께 꿈을 꾸자고 다짐했다. 또다른 꿈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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