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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이미 국정화였던 초등학교 사회교과서

두근두근 한국사 교과서의 공동저자인 배성호 선생님의 강연이 있었다.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고 특히 교과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는 배성호선생님의 강연이 이미 몇몇 지역에서 진행되었다. 국정화논란이후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에 수록된 몇몇 내용들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곧 나오게 될 국정화교과서의 면면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때문이었다.  이미 국정교과서를 사용했던 초등학교 사회교과서는 작년에 개정되었으나 작년 6학년은 이미 5학년 때 역사를 모두 배웠기에 역사부분이 적용되는 과도기를 경험하느라 작년에 개정된 사회교과서의 역사부분은 올해 처음 학교현장에서 6학년에게 가르치도록 배포된 것이었다. 그러한 국정교과서는 작년 국정화논란을 겪고 난 이후에 나온 것이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초등학교 사회교과서의 연구진으로 참여했었다는 배성호 선생님이 왜 이런 강연을 하고 다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단다. 배성호 선생님이 참여해서 의견을 냈던 것들에 대해 반영을 하고 안하고는 온전히 교육부 심의진에 달려있다고 한다. 교과서제작을 위해 참여했던 필진이나 연구진의 한사람이기 하지만 몇가지 오류는 바로잡아야겠기에 이렇게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근현대사 부분. 특히 일제강점기와 관련한 감춰진 진실, 임시정부수립과 대한민국 정부수립,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한 내용들이 아주 미묘하게 왜곡되어 서술되어있는 부분들에 대해 우리가 교사로서 바라보아야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짚어주었다.

사회교과서 특히, 역사에 대한 부분은 교과서를 쓰지 않기 때문에 교과서를 잘 안 읽어보고 수업을 전개하는 난 내용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없었는데 배성호 선생님의 강연을 듣고 반성하게 되었다. 내가 꼼꼼히 읽어보고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뒤늦게 하게 되었다. 

나의 역사수업은 주로 이야기로 엮어진다. 내게 있어서 역사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사진자료를 사용하기도 하고 드라마나 영화 자료를 사용하기도 하며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함께 생각해보는 방식으로 수업이 전개되었다. 그러면서 늘 강조했던 것은 역사를 하나의 관점으로 보지 말라는 것이었다. 기록으로 만나는 역사는 승자의 논리로 쓰여지기 때문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왜곡된 역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을 강조했었다.     

지금도 우리는 역사가 왜곡되어가는 여러 가지 현실들을 만나고 있지 않은가! 

영화 '암살'을 통해서 우리는 약산 김원봉에 대해 알게 되었고 여자 독립운동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으며 반민특위활동이 무산되게 된 일 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되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친일의 후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정치판을 보기도 한다.

왜 우리는 임시정부수립을 위해 이국땅에서 고생하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독립유공자들에게 아무 권력도 주지 못했는가?

왜 우리나라는 전범국가도 아닌데 전범국가라서 동서분단을 경험했던 독일처럼 남북이 분단되는 뼈아픈 결과를 얻어야했을까? 그나마 독일은 동서독이 통일이라도 했는데 우린 여전히 분단의 상처를 안고 기약없이 살아야하는가 말이다.

왜 우리는 일제청산을 하지 못하고 일제치하에서부터 부와 권력을 누렸던 이들의 후손들에게 이 나라의 정치와 경제, 언론과 사회 문화 모두 휩쓸려야 하는가?

결국 국정교과서의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건 우리 교사의 몫이 되어버렸다. 교사가 바르게 알아야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치게 될 것이니 교사의 역할이 크다. 역사는 하나의 나무를 보는 게 아니라 숲을 봐야 하는 것이다. 하나하나 사건에만 주목하지 말고 그 사건을 둘러싼 맥락을 함께 봐야한다.

주요한 사건들이 발생한 날들마다 계기교육을 세밀하게 계획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국경일에만 한정될 것이 아니라 역사 속 주요한 일들이 발생했던 날들의 의미만이라도 되새겨준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교육이리라.  

올해 내가 맡은 5학년은 2학기에 조선전기까지의 내용을 다루게 되어있다. 근현대사만큼은 아니겠지만 아이들에게 올곧은 역사를 가르치려면 미리 꼼꼼하게 살펴보고 함께 생각해볼거리들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