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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수업을 공개해야한다?

공개수업을 의무화했다.

교원능력개발평가라는 명목으로 수업을 연2회 이상 공개해야한다. 동료에게 그리고 학부모에게...그나마 동료와 학부모를 동시에 초대하는 우리 학교의 경우는 최소 2회 공개수업을 실시한다. 그러나 동료장학과 학부모공개수업을 별도로 추진하는 학교는 최소 3회 정도.

연구부장이 3년 미만의 저경력 교사는 학기당 1회 동료장학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그것도 다른 교사들보다 먼저 실시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 내가 물어봤다.

"왜 경력많은 교사의 수업을 더 많이 보면 안될까요?""왜 경력교사가 먼저 수업을 보여주면 안되는 걸까요?"

신규시절을 한 번 떠올려보면 학급운영하기도 어려운데 학기초부터 수업장학을 해야한다는 이유로 수업안 하나 작성해서 연구부장 결재 얻어야지, 교감의 가르침을 반영해야지, 교장의 잘난체를 또 한 번 받들어야했다. 그렇게 수업안 하나 결재받는데도 2~3주가 걸렸었다. 그리고는 겨우 수업을 시연하게 되면 교장, 교감, 동료 교사들 모두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그 수업이 얼마나 진땀흐르던지 아무리 시나리오를 미리 썼어도 머릿속은 하얗게 되어버리고 뒤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반응만을 살피며 겨우 수업을 끝냈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실시하는 수업평가회는 또 어땠는가? 동기유발부터 차시예고까지 자기 스스로 자아비판하는 반성부터 시작해서 동료교사들이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평가를 하고 부장의 날카로운 지적과 이어지는 교감과 교장의 수업철학이 담긴 강연을 듣게 되는 그 시간이 정말 고통스러웠던 기억이다. 이런 수업공개로 저들이 던져준 말한마디가 과연 내가 교사로서 성장하는데 어떤 도움을 줬다는 말인가? 학생들의 배움에는 얼마만큼 도움이 되었을까?

혁신학교를 진행하게 되면서 이런 수업공개의 형식을 바꿔보자고 했다. 우선 수업을 보는 관점을 교사의 수업기술을 바라보던 것에서 서근원교수님의 책을 읽고'아이눈으로 수업보기'의  관점으로 바꾸었다. 그리고는 사전협의회를 개인당 2회씩 했는데 수업안을 미리 작성하지 않고도 아이들에게 배움이 있는 수업을 하기 위해 어떤 활동으로 어떻게 전개하면 좋을 지 동료교사의 의견을 미리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정말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고 그런 조언들을 바탕으로 수업안을 간단하게 작성하고 수업을 공개하는 과정들이 별로 고통스럽지 않았었다는 평가를 얻었다. 그렇게 공개수업을 진행했고 학부모 역시 그저 뒤에서 자신의 아이가 발표를 하는지 안하는지 바라만 보는 입장이 아니라 수업에 함께 참여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좀 더 아이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는 학부모들의 평가를 얻었다. 그리고 모두의 공개수업이 끝나고 나면 늦은 시각까지 수다로 풀어내는 그런 기회로 마련되는 사후 수업협의회를 진행했었다.

그런데 새로온 연구부장은 작년에 우리가 진행했던 수업을 보는 관점은 그대로 둔 채 일반학교에서 예전에 하던 방식처럼 저경력교사의 수업공개횟수를 늘리고 수업안은 세안으로 짜는 것에 대해 계획서를 세워온 것이다. 고정관념처럼 기존의 방식이 몸에 배어있는 일반학교 교사들, 특히 교무부장과 연구부장의 입장에서는 캄캄할 수 밖에 없는 혁신학교의 업무들이다. 좀 배우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이전의 자료들을 찾아서 연구하고 새롭게 반영해보려는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 자신들이 이제까지 경험해 온 기존의 틀을 바꾸는게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그냥 위에서 하라고 하니까 보여주기 위한 공개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즐거운 배움을 경험하게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업을 위해 동료와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으는 집단지성의 완성품으로서 수업을 공개할 수 있는 그런 자세를 가지면 좋겠다. 수업을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게 할 것인지,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게 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을 통해서 교사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수업. 그런 일상적인 수업을 보고 보여주며 나누고 싶다.

스스로 성찰하고 함께 협력해서 교사로서의 성장을 돕는 수업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