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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무소불위의 권력, 교장임기연장수단인 교장공모제

여행에서 돌아오자 여러 가지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 학교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이야기는 어느 교장의 중임 평가에 관한 이야기. 익히 잘 알고 있던 교장의 이야기였다.

세종시 공모교장 수난시대?(세종포스트 1월 21일자 기사)

세종 2기 교육감 1년 반을 보내면서 공모교장으로 인한 잡음이 세번째다.

첫번째는 지난 2014년 충북에서 세종으로 편입된 'ㅂ'중학교 교장이 학부모들과의 마찰을 빚으면서 스스로 교장사퇴를 하고 평교사로 상담센터에서 근무하게 되었던 일이었다. 그 교장은 이미 충북에서 공모교장으로 발령이 난 상태로 세종에 편입되었을 뿐이었다.

두번째는 2016년 초에 교육청이 직위해제한 모 고등학교 교장은 학교운영계획서를 표절한 때문이었다. 알려지기는 외부에서 들어온 이 교장과 기존에 이 지역에 있던 교감과의 세력싸움이 있었다고 하는데 어찌되었든 표절로 인한 부도덕성으로 인해 징계를 한 것으로 안다. 미래과학부 계획에 따른 공모였기에 일반적인 교장공모와 달리 진행과정은 비공개였다.

세번째가 바로 초등학교 공모교장인데 신문기사에 따르면 'ㅅ' 교장의 2년 중간평가를 실시한 결과 학부모의 경우엔 60.8점, 교사의 경우엔 42.6점을 얻어 평균이 50점을 겨우 넘긴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 초등학교 교장은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공모교장이 되기 전까지 함께 근무했었기 때문이다.

 'ㅅ' 교장은 승진이 매우 빠른 사람이었다. 전문직을 오래 했던 탓에 교감 1년쯤 하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교장이 되었다. 스스로는 모든 것이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에서라고 자부하며 교사들을 괴롭혔다. 함께 근무하던 교사들의 말에 의하면 수업시간표를 들고 다니며 시간표에 맞는 과목을 제대로 수업하는지 확인했고 심지어는 특별실 수업시간표를 직접 짜주고는 정해진 시간에 특별실 사용토록 지시했다고 한다. 또한 제출할 서류가 있을 때 교무실에 교사명렬표를 붙여놓고 누가 먼저 냈고 누가 꼴찌로 냈는지 기록하기도 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런 교장인 걸 알고 일부러 작은 학교였던 지금의 학교로 전입을 온 것이다. 모두가 머물고 싶어하지 않는 학교, 아무도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 학교였기에 나 혼자 전보내신을 썼으니 누구나 의아해했고 그 교장 역시 겉으로는 고마워했던 것 같다.

2년동안 함께 근무하면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때문에 여러 번 부딪쳤고 객관적이지 못한 학교경영에 대해 부당함을 알리고 교직원을 괴롭히는 행위들을 알리기 위해 교육청에 고충심사청구까지 했었다. 고충심사청구서가 교육청에 접수되자 교장은 내게 술 한 잔 하자고 했고(여자교장임) 학교운영위원장을 통해 나를 설득하려고 노력했었다. 함께 술을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교장은 진실하지 못했고 난 고충심사청구를 그대로 진행했다.

고충심사처리위원회가 열렸고 그 자리에는 장학관급 이상의 교육청 국장과 과장이 참석해있었다. 그들이 내 말을 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에서 고충심사청구를 한 것은 아니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아무 문제없는 것으로...

그 이후 교육청에서는 교장임기 8년이 만료된  'ㅅ' 교장을 공모교장으로 재임용하기 위해 편법을 썼다. 앞으로 세종시교육청의 젊은 교장들이 직면하게 될 상황이기에  'ㅅ' 교장의 사례를 시작으로 교장임기연장수단으로서 교장공모제를 활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읍지역에 정년퇴임하는 교장자리가 하나 있어 그 학교의 교장이 공모제를 추진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 학교 학부모들은 퇴임하는 그들의 학교 교장의 악행에 치를 떨고 있던 차에  'ㅅ' 교장에 대한 평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교사나 학부모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교육청에 쫓아가 항의하며  'ㅅ' 교장의 공모를 취소해달라고 했다. 그로 인해 언론사에서 취재할 계획까지 있었다.

그렇게  'ㅅ' 교장의 공모자리가 무산되자 2014년 당시 교육청은 꼼수를 부렸다. 신설학교에 대한 교장공모제 실시 요청을 교육부에 했고 교육부에서는 허락해주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 신설학교에 대한 교장공모가 늦게서야 부랴부랴 추진되었고 당시에 학부모회나 학교운영위원회가 없는 상황이라 무사히  'ㅅ' 교장은 공모교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ㅅ' 교장의 공모교장 임용을 위한 겉치레 인사위원회가 꾸려졌고 갓 교장자격증을 받은 교감이 경쟁자로 등장하여 서류를 제출했고 면접을 치뤘다. 공개적인 면접이라 방청을 했는데 즉석질문에 막힘없는 대답을 했던  'ㅅ' 교장과 대충 대답했던 경쟁자를 보았다. 나중에 누군가 들려준은 이야기라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구술면접 예상질문을 알려줬다나 뭐라나...

그 당시  'ㅅ' 교장의 교장임기 연장을 도와준 교육청 국장과 인사담당 장학사에게 항의를 했고 전교조 차원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었던 기억이 있다.

공모교장제가 승진이 빠른 젊은 교장들에게 있어서 임기연장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은 맞다고 본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그 자리에 어떻게 올라갔는데 교장8년 끝내고 평교사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어쨌든  'ㅅ' 교장의 이야기를 신문을 통해서 듣게 되었고  'ㅅ' 교장이 최근 학부모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내용을 듣고는 또 한차례 기가 막혔다. '최선을 다했다, 단두대의 칼날이 다가온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읍소를 했다는데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으며 살았을테니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학교에서 연민을 표하는 교사도 있고 그렇게 그 교장을 날리면 앞으로 이 지역의 관리자들은 교육감을 도와 일할 생각이 없을거라 말하는 교감도 있었다.

뿌린 만큼 거두는 세상이 된다면 좋겠다.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이 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교사는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다보면 승진하지 않아도 대접받는 세상이었음 좋겠다.

김용택선생님의 두번째 책(이번에도 또 선물로 받아 염치없다), 첫 장을 넘기다 '학생을 가르치지 않는 사람이 존경받는 학교'편에서 이 지역의 숱한 교장들, 특히 초등학교 교장들의 횡포가 떠올랐다. 승진하지 못하면 무능하게 취급하는 그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받았다며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그들에게 평교사로서의 삶도 충분히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교육을 통해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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