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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초등교과서에 한자병기

일반인들은 초등교과서에 한자병기하는 것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어보인다.  지역신문 기자가 한자병기를 해야 아이들이 낱말의 뜻을 알지 않겠냐고 한다. 과연 그럴까? 초등학교 3학년 국어교과서의 한 쪽을 한자병기로 구성해보았다.

 

동일한 낱말을 한 번만 병기했을 뿐이다.  한자로 인해 의미전달이 잘 되고 글을 읽기가 편한가? 성인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을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읽을 때 어떨까? 친절하게 한자가 병기되어 있으니 그 뜻을 쉽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을까?

 

 

 

그나마 예를 든 위의 글은 무미건조한 글이니 별로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또다른 글을 읽어보자.

 

 

황선미작가의 '짜장, 짬뽕, 탕수육' 일부가 초등학교 3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려있다. 재미있게 글을 읽어야하는데 한자병기로 인해 동일한 낱말을 두번 읽는 셈이다. 물론 그저 스쳐지나가버릴 수 있다. 그러나 글을 읽는데 방해가 되는 건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동안 한자를 배우지 못한 세대가 있기도 했다. 한자를 배우고 익힌 세대나 한자를 배우지 못한 세대나 삶의 차이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 물론 우리말의 70%이상이 한자어임을 부정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한다는 발상부터가 어이없다. 초등학생 수준의 한자를 선별해서 병기한다고 해도 한자병기로 인해 사교육시장이 활성화될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영어가 도입될 때 어땠는가?

영어에 대해 친근감과 자신감을 길러주겠다는 취지에 맞게 지금 영어교육이 이뤄지고 있는가 말이다. 초등학교 3학년 영어 교육과정은 그저 알파벳을 구별하여 쓰고 읽을 수 있을 정도면 되는데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영어로 일기정도는 써야한다고 사교육을 시키고 있는 학부모들이 많다.

 

한자병기가 이뤄지면 한자사교육시장이 활성화될 것임을 누가 모르는가.

한자공부가 필요한 사람들은 스스로 한자공부를 하면 된다. 굳이 학교교육에서 사교육시장을 부추기지 않아도 이미 학부모들 사이에선 한자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놀기에도 모자란 시간을 또다른 사교육시장에 쏟아붓게 만드는 이런 정책을 그저 잘한다 해야하는가 말이다.

곧 영어병기를 하자고 교육과정을 개정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