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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NEIS라는 괴물

학기말마다, 학년말마다 교사 특히 담임교사들의 과중한 업무로 다가오는 것이 NEIS이다.

전자정부의 일환으로 종합 교육행정정보시스템으로 2002년부터 시작된 NEIS는 '나이스'로 읽으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도입초기부터 논란거리였으나 결국은 학교현장에 도입되어 수기장부를 사용할 때보다 엄청난 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해마다 NEIS기재요령이라는 책자를 만들어 학교현장에 배포하고 있으나 이 기재요령이라는 책에 대한 해석도 현장에선 제각각이다. 어떤 항목을 기재해야하는지 어떻게 기재해야하는지 자율성이나 융통성을 발휘하기 힘들게 만들어 더 혼란스럽기도 하다. 교육부에 질의를 올려도 담당자에 따라 해석이 다르고 교육청에 물어봐도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초등학교의 NEIS기록은 더구나 별 효용성이 없다고 보는 게 현장의 시각이다. 그러나 관리자들은 한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으니 꼼꼼하고 세세하게 기록해줘야한다고 말한다. 학부모에게 NEIS열람권한을 주면서 정보공개와 마찬가지로 관리자들은 교사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그러나 내가 학부모로서 NEIS자료를 열람해본 적이 단 한 번 없다. 내 아이들의 성적이나 학교생활을 NEIS를 통해서 볼 필요가 굳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원서를 낼 때 NEIS 생기부자료가 필요하다고 한묶음 들고 온 아이를 보면서 고등학교 교사들이 참 고생스럽겠다 생각한 적은 있다. 그 자료 하나가 대학입학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믿으며 가르친 학생들을 위해 학교생활을 담은 세세한 기록들을 해두는 고교교사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정말 NEIS의 모든 기록이 그렇게 중요할까? 실제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내용을 책으로 묶어둔다면 아이의 성장기록이 되어 한 아이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내가 정성껏 기록한 글들을 제자들은 찾아 읽어보기는 할까? 학부모입장에서 교사의 기록이 자녀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까? 더구나 초등학교 때의 기록들이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록하지 않아도 될 내용들을, 학생이나 학부모가 별로 관심있어 하지도 않을 내용들까지 교사는 정성스럽게 빈칸을 채워가며 글짓기를 해대는 학년말이 정말 싫다. 아이들과 일년의 교육과정을 마무리하며 반성하고 평가하고 내년을 설계할 시간들을 충분히 가져야함에도 관리자들에게 검열받기 위해 교사들은 캄캄한 밤, 학교에 남아 NEIS기록을 한다. 방학전 두 주 정도는 NEIS때문에 아이들과 눈마주치기도 어려운 시간들이다.  

문장의 길이가 너무 짧으면 짧다고 지적, 너무 길면 길다고 지적, 아이의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글이라고 지적, 학부모가 보면 불만스러울 것이라고 지적.

그렇게 그어진 빨간줄과 빨간 글씨들이 빼곡한 NEIS출력물을 바라보며 상처받는 교사들을 볼 때마다 서글픈 생각이 든다.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 교사인 반면 가장 후회스러운 직업도 교사라는 기사를 보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교사로서의 자존감과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그런 학교 현장이 아니라 해마다 글짓기실력이 늘어가는 그런 단순업무에 익숙해지도록 몰고가는 학교 현장의 NEIS라는 괴물.

학교가 학교답게, 교육을 교육답게, 교사를 교사답게, 학생을 학생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하는 NEIS.

NEIS의 도입을 치열하게 막아내지 못한 전교조라고 쓴소리하는 경우도 자주 본다.

어찌되었든 정부에서는 NEIS를 나이스라고 부르며 전국민서비스로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하지만 이것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최근에 교육부 주최로 'NEIS데이'행사를 개최한 적이 있다.  정말 NEIS는 나이스한가!

(이미지 출처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