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강추위에 폭설이 내리고 있다던데 여긴 그리 춥지는 않다.
갑작스레 정한 숙소에선 친절한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부터 운영해왔는지 옛스러운 멋이 곳곳에 느껴진다. 주인장이 자전거를 무척 좋아하나보다. 숙소앞에도 자전거조형물이 보인다. 아침식사에 티팟에 담아온 차에서도 정성이 느껴지고 왠지 푸근한 호텔이다.
열시 십이분 열차로 슬로베니아의 수도 루블랴나로 출발. 슬로베니아는 동서양분체제일 때 구 소련의 영향력하에 있던 유고슬라비아에 속해있었으나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되면서 1992년 독립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경제사회구조를 서유럽 체제에 맞춰 재편성한 슬로베니아의 수도, 루블랴나.
어라! 루블랴나를 가는 열차의 종착역이 슬로베니아다. 이럴 수가! 헝가리와 크로아티아 사이에만 열차운행 중단이란건가!
그런 나라에 살고있는데 뭐 별 수 업지. 데이터로밍이라도 했음 좋았을 걸 무료 와이파이만 이용하다보니 정작 필요할 때 정보도 못찾고. . .
알프스산줄기를 지나오며 멀리 만년설과 열차에서도 강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강물이 크로아티아에 못간 서운함을 달래준다.
4시간 20분 걸려서 슬로베니아의 루블랴나에 도착했다. 25만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다는 수도 루블랴냐는 작지만 휴양관광산업이 발달했다고 한다. 류블랴니카강이 휘감아도는 루블랴나성이 멀리 언덕위에 자리잡고 있는게 보인다.
이아손이 용을 물리친 이야기를 담은 용의 다리를 지나(종이봉지공주에 등장하는 용이 생각나는)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랑의 자물쇠가 매달린 정육업자의 다리(정육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여살았다는)를 건너
구두수선공의 다리를 지나 루블랴나대학이 있는 국회의사당 광장을 둘러보는데 로마시대에 에모나로 불렸다는 흔적을 보여주는 우물을 발견했다. 역사가 오랜 도시임을 알 수 있었다.
바로크 양식의 성 프란체스카성당이 있는 프레셰르노브광장에선 사랑하는 여인, 율리아를 바라보고만 있어야했던 슬로베니아의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시인이라는 프란츠 프레세렌의 동상을 만나고
슬로베니아의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둘러본 지역들에 비해 정말 소박하고 한산해 보이는 도시를 느껴본다.
시청사부근에서 겨우 마트를 찾아내 딸아이가 스파게티를 요리할 재료를 고르고 보니 이 마트 채식주의자를 위한 마트인가보다. 햄이 없다. 햄없는 스파게티 맛없을텐데 걱정하면서도 다른 것을 찾지 못해 그냥 저녁거리를 사왔다.
어둠이 내리고 나니 체스키 크롬루프처럼 고즈넉해진다. 카페의 불빛만이 밤거리를 비출뿐 볼 게 없다고 나갔다 들어온 아들딸의 말.
작은 수도 류블랴나역에서 숙소까지, 숙소에서 프레셰르노브광장 거쳐 마트에서 장보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걸은 거리는 4.2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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