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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길 닿는대로

동유럽여행 10일째ㅡ용의 전설을 찾아 Ljubljana로

창밖을 보니 눈이 제법 쌓였다. 어젯밤 늦게 숙소찾느라 동동거려서 몰랐는데. . .
서울은 강추위에 폭설이 내리고 있다던데 여긴 그리 춥지는 않다.
갑작스레 정한 숙소에선 친절한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부터 운영해왔는지 옛스러운 멋이 곳곳에 느껴진다. 주인장이 자전거를 무척 좋아하나보다. 숙소앞에도 자전거조형물이 보인다. 아침식사에 티팟에 담아온 차에서도 정성이 느껴지고 왠지 푸근한 호텔이다.

열시 십이분 열차로 슬로베니아의 수도 루블랴나로 출발. 슬로베니아는 동서양분체제일 때 구 소련의 영향력하에 있던 유고슬라비아에 속해있었으나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되면서 1992년 독립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경제사회구조를 서유럽 체제에 맞춰 재편성한 슬로베니아의 수도, 루블랴나.

어라! 루블랴나를 가는 열차의 종착역이 슬로베니아다. 이럴 수가! 헝가리와 크로아티아 사이에만 열차운행 중단이란건가!

좀 더 세밀하게 여행경로를 살피지못한 뒤늦은 후회를 해본다. 그리고 외교부의 친절하지 못한 설명도 불쾌하다. 왜 헝가리와 크로아티아 사이에 운행을 못하는지, 크로아티아로 갈 수 있는 다른 경로가 없는지 알려주지못한단다. 그럼 뭐하러 외교부 콜센터를 이용하라는거야?
그런 나라에 살고있는데 뭐 별 수 업지. 데이터로밍이라도 했음 좋았을 걸 무료 와이파이만 이용하다보니 정작 필요할 때 정보도 못찾고. . .
알프스산줄기를 지나오며 멀리 만년설과 열차에서도 강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강물이 크로아티아에 못간 서운함을 달래준다.

수다쟁이 승무원이 열차가 춥다며 차를 마시란다. 셋이서 각각 다른 종류의 차를 주문했다. 1등석의 특혜를 누리며 잘츠부르크를 출발한 지 한시간도 못되어 언덕위에 있는 성채 하나를 발견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호헨잘츠부르크성을 지키는 요새로서의 기능을 했던 호헨베르펜성이란다.

4시간 20분 걸려서 슬로베니아의 루블랴나에 도착했다. 25만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다는 수도 루블랴냐는 작지만 휴양관광산업이 발달했다고 한다. 류블랴니카강이 휘감아도는 루블랴나성이 멀리 언덕위에 자리잡고 있는게 보인다.

이아손이 용을 물리친 이야기를 담은 용의 다리를 지나(종이봉지공주에 등장하는 용이 생각나는)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랑의 자물쇠가 매달린 정육업자의 다리(정육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여살았다는)를 건너

숙소를 찾아오는 동안 즐비하게 늘어선 노천카페에는 대낮부터 먹고마시는 사람들이 적잖게 보인다. 드디어 숙소를 찾았다. 이번에 얻은 숙소는 아파트형태이다. 동유럽의 숙소운영방식 중 아파트먼트는 우리가 펜션이나 콘도 빌려서 사용하듯 식사를 해먹을 수 있는 형태다.

장을 보러 나와 구시가지를 둘러봤다.

구두수선공의 다리를 지나 루블랴나대학이 있는 국회의사당 광장을 둘러보는데 로마시대에 에모나로 불렸다는 흔적을 보여주는 우물을 발견했다. 역사가 오랜 도시임을 알 수 있었다.

바로크 양식의 성 프란체스카성당이 있는 프레셰르노브광장에선 사랑하는 여인, 율리아를 바라보고만 있어야했던 슬로베니아의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시인이라는 프란츠 프레세렌의 동상을 만나고

슬로베니아의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둘러본 지역들에 비해 정말 소박하고 한산해 보이는 도시를 느껴본다.
시청사부근에서 겨우 마트를 찾아내 딸아이가 스파게티를 요리할 재료를 고르고 보니 이 마트 채식주의자를 위한 마트인가보다. 햄이 없다. 햄없는 스파게티 맛없을텐데 걱정하면서도 다른 것을 찾지 못해 그냥 저녁거리를 사왔다.

저녁에 먹은 스파게티요리는 재료비만 3.38유로. 딸덕분에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점심을 못먹어 두 그릇 먹었더니 너무 배가 부르다. 사실 여행하면서 사먹는 음식들이 향이 강하고 너무 짠 편이라 맘놓고 먹을 수가 없었다.
어둠이 내리고 나니 체스키 크롬루프처럼 고즈넉해진다. 카페의 불빛만이 밤거리를 비출뿐 볼 게 없다고 나갔다 들어온 아들딸의 말.

작은 수도 류블랴나역에서 숙소까지, 숙소에서 프레셰르노브광장 거쳐 마트에서 장보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걸은 거리는 4.26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