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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길 닿는대로

동유럽여행 9일째ㅡ뜻하지않은 여정

오후엔 부다페스트여행을 끝내고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로 가는 날이다. 자그레브행 열차가 오후 세시에 있어서 그 시각까지 남은 일정을 부지런히 소화해야했다.
날씨가 너무 좋다. 그냥 머무르고싶다. 도나우강변을 따라 햇살을 받으며 걸었다.
부다페스트의 역사와 아름다운 풍광을 눈에 담으며. . .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성 이슈트반 성당에 들렀다. 유럽의 성당 중에 성해(성인의 시신) 일부를 보관하는 곳이 있다는데 이 성당에는 성 이슈트반의 오른 손이 보관되어 있고 그 때문에 성당이름이 성 이슈트반 성당이란다. 이 성당의 가장 높은 첨탑높이가 96미터라는데 이는 헝가리건국 896년을 뜻하는 높이란다. 헝가리에선 이슈트반 성당과 국회의사당 두곳만 96미터로 가장 높고 다른 건물들은 그 이하로 높이를 제한하고 있단다. 무조건 높이 올리려는 나라들도 있는데 두 건물에 부여하는 의미가 대단하군.성당의 정면에는 예수의 열두제자 얼굴과 이름이 새겨진 문이 있다.


성당의 왼편으로 성 이슈트반의 오른손이 보관된 장소가 있다. 작은 공간에 성 이슈트반의 스테인드글래스와 함께 작은 상자안에 들어있는 오른손. . .
다시 강변으로 나가는 길에 배불뚝이 경찰관 동상을 만났다. 헝가리인들의 식습관이 그대로 보여진다는 경찰관동상의 배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하여 배부분은 윤이 난다.

 첫날 야경으로 만나고 둘쨋날 둘러본 부다왕궁과 마차슈, 어부의 요새 등이 도나우강 맞은 편에 또다른 장관을 보여준다.

맞은 편의 부다지구 화려한 풍경을 바라보며 걷다 말로만 듣던 유대인의 학살 흔적을 강변에서 발견하고는 가슴이 아려온다. 2차대전당시 나치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정책에 희생당한 유대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놓았다는 신발들. 그 신발 안에 누군가 두고간 꽃송이에 담긴 마음이 전해진다. 홀로코스트의 잘못에 대해 헝가리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시인했다는 기사와 나치1급 전범이 헝가리에서 잡혔다는 기사를 보았다. 유럽인들의 과거사에 대한 이런 자세가 부럽다.

좀 더 걷다보니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이 도나우강을 바라보고 있다. 국회의사당 건물이란다. 부다지구에 왕궁이 있다면 페스트지구엔 국회의사당이 있다고 그 규모가 왕궁에 필적할 듯.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 건물 역시 건국 천년을 기념하여 지었다고 하며 365개의 첨탑이 있단다. 헝가리사람들에게 있어서 건국천년은 뜻깊었던 것일까? 여기저기 건국천년 기념흔적이 있다. 무튼 365개의 첨탑이 있는 이 의사당에서 헝가리 의원들은 365일을 웅장함과 화려한 건물에 맞게 품위있게 의정활동하고 있을까?

 

그런데 그 옆에 도나우강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한 나그네 동상. 무슨 시름있기에

걷다가 간혹 호객꾼을 만난다. 상품소개하며 어디서 왔냐고 묻기에 한국에서 왔다하면 "안녕하세요?"로 인사한다. 점심과 저녁거리를 사려고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지하1층부터 지상2층까지 다양한 상점들이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런데 결코 물건값이 싸진 않더라는 것. 시장이라하여 물건값이 쌀 줄 알고 딸아이는 남은 돈 다 써야하는 상황이니 기념품 사달라했는데 가격면에선 거리의 가게와 다르지않아 보인다. 단 이것저것 모여있을 뿐이지.

 

딸이 사고싶은 포슬린인형은 3500포린트. 남은 포린트는 2900포린트. 도시를 떠날 땐 남은 돈 다 털어써야 하다보니 모두 점심,저녁 먹거리를 사는데 써버렸다. 켈렌폴드역으로 이동. 시간이 많이 남아 따사로운 햇살받으며 역광장에서 점심으로 빵을 먹는데 참새들이 함께 먹자고 모여든다.

열차시각 맞춰 플랫폼을 찾는데 헉!
종착역이 자그레브행이 아니다. 레일플래너앱을 보니 헝가리와 크로아티아의 국경까지만 운행한다. 인포메이션까지 갈 시간이 촉박하여 일단 열차에 올라타고 역무원에게 묻기로 했다.
역무원이 크로아티아에서 열차들어오지 말라는 연락을 해왔을 뿐 이유는 모른단다.
그럼 어떻게 크로아티아에 가냐고 묻는데 택시타란다. 90유로라며. . .
외교부 콜센터에 전화했다. 크로아티아상황과 크로아티아로 갈 방법을 물어봤다. 모른단다. 역무원과 의사소통이 안되면 통역서비스를 해줄 수 있단다.
뭐 그래! 국경넘을 때마다 문자로 외교부콜센터 전화번호 알려주며 전화하라더니 아는게 없군.
의사소통이 어렵다 느꼈는지 역무원이 헝가리어와 영어를 둘 다 할 수 있는 한 청년을 데려왔다. 승객인가본데 통역을 돕느라 엄청 고생했다.
무튼 헝가리국경 넘는데 이용하는 택시비 90유로, 국경넘은 후 자그레브로 이동하는 교통비별도 등을 이야기했다. 그곳 상황을 알지못한다고 설명했다.
크로아티아로의 입국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숙소예약비 6만원을 날리더라도 그곳 상황을 모르니 안가는게 나을 듯 싶어 다시 부다페스트로 돌아가겠다했더니 역무원이 급히 열차를 세워줬다. 정차역도 아닌데 세워준 역무원에게 고마웠다. 포린트가 남았으면 팁이라도 줄걸. . .
중간에 바꿔탄 열차는 경로가 달라보였다. 외곽을 돌아오는 듯 보여 큰일이군. 오늘 밤에 이동할 열차를 타야하는데 말이다.
다행히 늦지않게 부다페스트 켈렌폴드역으로 돌아왔고 다시 잘츠부르크행 열차를 탔다. 슬로베니아로 들어가는 야간열차타려고. . .
열차에서 일정에 대해 아들딸과 상의를 했다. 이 추운 날씨에 야간열차는 무리일 듯 싶어 잘츠부르크에서 숙박하는 것으로. .
그런데 와이파이가 연결되지않아 호텔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잘츠부르크 내린 시각이 밤 열한시. 눈이 제법 쌓였다. 우리나라의 강추위와 폭설소식을 들었는데 여기도 그런가?
역부근에 이미 영업끝낸, 불꺼진 호텔들만 보인다. 아들이 뛰어다녀 겨우 찾아낸 호텔은 유쾌하게 생긴 할아버지가 반갑게 우릴 맞이한다. 120유로라는데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닌지라 숙소를 정해버렸다.
그런데 이 호텔, 고풍스럽다. 주인장은 오래전부터 이곳을 지켰는지 젊을 때 사진이 붙어있다.


급박하게 움직인 반나절이 왜그리 길었는지. . .
자그레브는 못 갔지만 루블랴나는 갈 수 있겠지.

아침의 맑은 날씨 탓에 숙소에서 도나우 강을 따라 국회의사당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와 중앙시장까지 걸어다닌 거리 12.37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