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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길 닿는대로

동유럽여행 11일째ㅡ힘겹게 돌아돌아 Salzburg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루블랴나성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오후엔 잘츠부르크로 이동해야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다녀간 기념으로 청동문을 만들었다는 성 니콜라스 성당을 들렀으나 미사중이어서 성당안의 모습을 눈에만 담고 나왔다.

부지런히 좌판을 펼치는 시장상인들의 수다를 들으며 상인의 손에 들린 엄청 큰 대파를 보고는 우리나라 대파는 쪽파라며 한바탕 웃고 성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러 가보았다.

열시가 되어야 운행한다기에 그냥 산책삼아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루블랴나성은 11세기에 지어졌고 15세기에 합스부르크왕가에 의해 증축되었다고 한다. 부다페스트의 치타델라 요새처럼 성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에 단단한 성벽이 둘러싸고 있다.

성부근에 슬로베니아의 농민봉기를 역사를 알려주는 동상이 우뚝 서있었다. 자료를 찾아보니 15~16세기에 농민봉기가 산발적으로 있었다고 하는게 구체적인 것은 좀 더 알아봐야겠다.

그리고는 성입구를 든든히(?) 지켜주는 용을 만났다. 용의 전설이 남아있는 곳 답다.

 

곳곳에 복원공사흔적이 보인다. 이 성의 가장 높은 탑에 올라가기위해 성인 7.5유로, 학생 5.2유로를 내야한다. 돈내고 다리 후들거리는 나선형 계단을 겨우 올라서서 루블랴니카 강이 휘감아도는 중세풍의 루블랴나 구 시가지를 바라보았다.

멀리 알프스의 만년설이 보이고 빨간색 중세풍 건물들과 함께 서있는 거슬리는 현대식 건물이 하나 보인다.
다시 그 계단을 후덜덜거리며(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내려와 문이 열린 곳에 들어갔더니 파시스트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었다. 이 곳이 궁으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병원이나 감옥으로 쓰이기도 했기 때문인지 끔찍한 효과음과 빼곡히 적힌 사람들의 이름, 뼈로 만든 단추들로부터 오싹한 느낌이 들어 서둘러 나왔다.

맞은 편에는 작은 예배당이 있었다. 가끔 결혼식이 열리기도 한다는데...

 그곳에서 만난 아저씨, 16세기 글씨체로 추억을 만들어준단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자신에 대한 글을 써준 한국사람이 있었다며 자신의 사진과 기사가 한글로 쓰여진 종이한장을 보여준다.


딸이 가지고 싶어해서 5유로 내고 두장의 글씨를 받아왔다. 돈은 내고싶은 만큼 내는거다.
성을 둘러보다 퍼펫트리 박물관이 눈에 보이기에 가는데 벤치에 앉아있던 젊은 커플이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넨다. 한국인 관광객을 간간히 만난다. 개별이든 단체든.

이곳에서 많은 손인형극 재료들을 만났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졌고 설명을 듣기위해 문을 열거나 판을 뽑아내거나 뭔가를 조작하게 만들었다. 그저 설명을 나열하지않고 호기심을 자극하게 만들었다.
1층엔 주로 설명, 2층엔 직접 조작해볼 수 있게 마련해두어 그림자 인형극, 손 인형극, 마리오네뜨인형극, 조명장치 등 이것저것 해보며 시간을 보냈다.

날씨가 참 맑다. 한국은 강추위라는데 이런 좋은 날씨를 만나다니 행운이다. 내려오는 길은 완만하여 편하게 걸을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숙소에 맡겨둔 짐을 찾아 루블랴나역으로 열차타러 왔다.
타려는 열차가 안보인다.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크로아티아에서 오는 열차인데 문제가 생겨 50분 연착이란다. 큰일이다.
잘츠부르크로 가려면 중간에서 환승해야하는데 50분 연착이면 환승을 못한다. 급히 버스터미널로 갔다. 다행히 바로 앞이라서. . .
버스 없단다. 어쩌지? 비엔나로 돌아서 잘츠부르크로 가기로 했다. 한국에 문자를 보내 잠자는 동생에게 인스부르크의 호텔예약을 취소해달라고 부탁했다. 인터넷연결이 안돼 호텔취소를 할 수 없기에 한밤중에 동생을 깨워 미안한 마음이었다. 크로아티아를 원망하며 실시간 정보가 정확하지않은 레일플래너앱 탓도 해보고 데이터로밍을 하지않은 후회도 함께. . .
아뿔사! 비엔나행 열차에 탄 순간 내가 당황해서 시각을 잘못 봤다는 걸 알게 되었다. 뒤집을 수 없는 선택이엤다.
밤 10시 55분, 비엔나에서 잘츠부르크로 가는 열차는 예약필수고 1등석은 쿠셋이나 침대칸만 있어서 1인당 4유로씩내고 2등석 비좁은 좌석칸을 구했다.
이 밤에 사람이 엄청 많다. 한 아가씨 들어오더니 아무 망설임없이 좌석을 앞으로 뽑아내어 마주보는 좌석과 가까이 연결하더니 담요와 쿠션꺼내 눕는다. 저러다 누가 타면 어쩌려고. . .
6명 타는 칸에 5명이 앉아서 가는데 정말 불편했다. 졸다가 깨다가를 반복. 겨우 도착했다. 머무를 펜션주인이 자다말고 겨우 문열어주고 방키를 내민다. 고마운 일이다. 오전 2시 반에 도착한 우리를 맞아주니. . .
날씨좋았던 날은 꼭 한가지씩 불운도 있다. 와이파이가 통하여 첫번째 접한 소식은 전교조 법외노조 2심 판결결과.
2016년 치열한 싸움의 시작이겠군.

숙소에서 류블랴나 성으로 올라갔다가 성을 둘러보고 다시 내려와 기차역까지 걸어간 거리는 9.94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