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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길 닿는대로

동유럽여행 8일째ㅡ좀 더 머물고 싶게 하는 부다페스트

한국보다 8시간 느리고 와이파이가 잘 안되는 관계로 뒤늦게 신영복선생님의 영면소식을 들었다. '처음처럼'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게 되었던 것이 신영복 선생님의 다포때문이었는데...

20년 세월을 감옥에서 옥고를 치르고 오히려 많은 사색을 얻었다는 고 신영복 선생님의 명복을 빌었다.

시리아난민 문제로 한동안 서유럽에서의 관광객유입을 제한한 일이 있어 나의 반쪽은 걱정을 한다. 아직 아무 문제 없으니 걱정말라고 답문을 보냈다.

누군가 체코프라하는 여성적이라면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남성적이라고 하던데 정말 그럴까?

여행하는 지금까지 중 가장 좋은 날씨다. 헝가리의 삼분의 이가 온천이라하니 온천을 즐기고 가야겠다. 일찌감치 서둘러 숙소에서 가까운 세체니온천으로 출발.

우리가 탄 지하철1호선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최초의 지하철이란다. 헝가리 지하철 역사가 깊다.

가죽끈손잡이와 둘이 마주앉긴 비좁은 의자들을 보니 오랜 역사가 보인다. 반면에 바깥으로 보이는 지하철역사는 모두 같은 디자인으로 장식해 화려해보인다. 하필 우리가 내리는 세체니온천역만은 그렇지못했다.

세체니온천은 19세기에 지어진 페스트지구 유일의 국민욕장이었고 지금은 유럽에서 가장 큰 스파 리조트란다. 주말입장료 4900포린트(한화 25000원),준비물은 수영복, 큰타올(야외용,샤워용), 수영모,세면도구 등. 돈을 더내면 수영복과 타올은 대여가능하다.
바깥기온은 영하인데 수영복입고 온천을 즐기며 일출을 보았다. 신선이 따로 없네.
야외엔 세개의 탕이 있고 내부에도 약탕과 사우나들이 여럿 있다. 사우나를 싫어해서 안들어가봤다.
탕의 온도는 최고 38도. 그리 뜨겁지않다. 가운데 수영풀이 가장 차가운데 수영하러 들어갔다가 죽을뻔. 가장 깊은 곳이 1.8미터인데 멋모르고 들어가서 수영하다 섰더니 발이 닿지않아 아들딸이 꺼내줬다. 키작은게 웬수다 ㅎㅎ
온천에서 나오니 이 상쾌함.
조금 걸으니 분수가 보여 다가갔다. 세체니온천 주변이 시민공원이란다.

호수인가했는데 아랫쪽엔 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고 커다란 성채. 바이다후냐드성이란다. 드라큘라 백작의 성을 모방해서 모든 양식을 다 섞어넣어 지었다고 아들이 설명한다. 재밌는 동상들이 곳곳에 있다. 원래 이 성 주위를 둘러 흐르는 호수가 있는데 지금은 물이 없다. 아마도 스케이트장 운영때문에 물의 흐름을 막은듯.

스케이트장 위 다리를 건너가니 영웅광장이 나온다. 1896년부터 33년간 지었다는 헝가리건국 천년기념비를 비롯한 건축물이 있다. 지금 있는 기념비의 가장 꼭대기는 십자가와 왕관을 든 천사상이고 아래 헝가리 마자르 일곱부족의 족장들 기마상이 있다. 뒷편에 날개처럼 펼쳐진 곳에는 헝가리역사상 위대한 인물의 동상이 좌우각각 7개씩 세워져있다고 한다.

한무리의 관광객이 헝가리국기를 흔들며 노래를 부른다. 마치 아리랑부르는 느낌으로. . .

부다지구로 넘어갔다. 마차슈성당과 어부의 요새, 부다왕궁을 보고 세체니다리 건너올 일정으로. . .
16번 버스를 탔더니 일요일이라 만원이다. 밀어넣을 버스안내원도 없고 운전석 옆까지 사람들이 서 있으니 운전하시는 분 참 힘들겠다. 마챠슈에서 내리려다 버스에 오르는 사람이 넘 많아 부다왕궁앞에서 내려 걸어올라갔다.

마챠슈성당이다. 이 사진찍다가 아들딸을 놓쳤다. 그래봐야 이 근처에 있겠지.이 성당은 헝가리인들이 사랑했다는 엘리자베스(SiSi라는 애칭으로 부름)와 요제프황제의 대관식이 진행된 곳이란다. 엘리자베스의 헝가리를 사랑했고 그녀에 대한 헝가리의 사랑도 컸단다. 그래서 엘리자베스다리도 있다.

마챠슈 성당 뒷쪽 광장에 헝가리 최초의 왕, 이슈트반 동상이 서있다. 그당시 기독교를 받아들인 마자르부족출신 왕이란다. 뒤에 보이는 뾰족한 탑 두개는 어부의 요새 일곱개 탑 중 일부. 마차슈와 어부의 요새는 같은 건축가의 작품이란다.
어부의 요새 아랫쪽에 어부들이 살았고 어시장이 형성되어있었으며 외적들의 침입을 어부들이 막았단다. 어부의 요새옆을 도나우강이 흐르고 있다.

마챠슈성당의 규모또한 장난아니다. 여러번 개축한 흔적도 보인다. 헝가리 문화유산의 70%정도가 2차 대전을 겪으며 또한 2차 대전 후 공산주의 치하에서 부르조아 상징이라며 파괴되었던 아픔이 있단다. 마차슈라는 성당이름은 원래의 성당명이 있었으나 성당 남쪽탑에 마차슈왕가의 문장과 마차슈왕의 머리카락이 보관되어 있어 마차슈 성당이라고 한다네.
광장쪽으로 나오니 여기도 전염병 페스트가 물러감을 기념하는 삼위일체탑이 있다. 유럽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페스트.

한참을 돌고 내려오니 아들딸이 어디갔었냐며 길잃은 아줌마 찾는곳에 가볼까했단다. 사람들에게 아들딸 찾느라 묻고있을거라는 상상을 했다나. . . 엄마를 뭘로 보고ㅎㅎ

부다왕궁으로 내려오니 일몰이 시작되는 시각.

 

근위병교대식이 진행중이었다. 사진 속 건물은 대통령집무실. 우린 청와대 100미터 근방에도 못가는데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모두 집무실이 왕궁에 자리하고 있다. 수많은 관광객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곳에 말이다. 청와대근처도 못가는 참 부끄러운 나라에 살고있다니 한심스럽네.
부다왕궁을 둘러보는데 점점 추워져 손가락이 얼어버린 느낌이다. 따끈한 와인을 한잔 사서 나눠마셨다. 한모금 마셔보니 독한 기운이 쫘악. . 아들말이 여자에게 좋다나. . .
어둠이 내려앉는다. 정말 좋은 날씨덕분에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보게 되었다.

왕궁을 내려와 맞은편 야경을 바라보며 세체니다리를 건넜다. 교통패스 24시간권을 다 써서 이제부터 걸어다녀야한다. 가끔 차표검사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는데 무임승차 걸리면 16,000포린트(한화 8만원)의 벌금이 있다.

세체니 다리를 건너며 바라본 도나우 강물에 비친 야경 또한 장관이다.


딸아이가 먹고싶다는 장미아이스크림을 하나 샀다. 695포린트(한화 3000원정도)를 주고 산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으로 여러가지 장식을 하여 파는 곳으로 유명한 가게가 성 이슈트반 성당 근처에 있다.

저녁은 버거킹의 빅버거 690포린트짜리와 헝가리 하이네켄 500포린트짜리 맥주로 간단히. . .
추워서 움츠리고 걸어다녔더니 어깨가 아프다.

세체니 온천 주변의 시민공원 걸어다니고 어부의 요새에서부터 부다왕궁을 거쳐 세체니 다리를 건너 성 이슈트반 성당으로 돌아 숙소까지 돌아오는데 걸어다닌 거리는 11.63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