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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길 닿는대로

동유럽여행 6일째ㅡ따로 또 같이 볼거리찾는 빈

날씨가 맑았음 좋겠다.
무료조식이 아니라서 한국에서 가져온 햇반과 사리곰탕면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했다. 사실 5년전만해도 가방 한가득 햇반과 컵라면이 들어있었다. 서유럽 물가가 비싸서 가능한 절약하려고 가져간 음식이나 COOP(생활협동조합)에서 구입한 즉석요리식품으로 궁상을 떨었었다. 그당시 아들과 딸은 현지식당에서 폼나게 먹고싶어했었다.
그래서 이번엔 현지식을 하루 한번쯤 먹도록 약속했다.

일정을 짜는데 비엔나엔 볼거리가 넘 많아 고민하다가 셋이 각자의 취향대로 따로 움직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딸이 미술사박물관으로 출발, 아들은 쇤부른궁전보러 출발, 그리고 난 무작정 걷다가 맘내키는대로 들어가기로 했다. 저녁 7시에 앙커시계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채 헤어졌는데 만날 시각까지는 넘 길다. 하루를 혼자 놀아봐야지ㅎㅎ

숙소에서 나와 멀리 보이는 교회탑을 향해 걸었다. 도로변에 차들이 주차된 건 우리네와 마찬가지군.

Votiv교회는 가장 중요한 네오고딕양식 건축물 중 하나이고 흰색 사암으로 이루어져 멋스러움을 더해주는 듯 하다. 황제 프란츠 요제프1세의 암살시도가 있고나서 형인 대공 막시밀리안이 황제의 안위를 감사하기위해 지으라 명했고 국민들 또한 감사의 마음으로 건축기금을 냈다는 설명이 있다. Votiv는 감사, 헌납의 뜻이라네.
한블럭을 돌아 또다른 멋진 건물을 만났다. 비엔나 대학이란다.

바로 옆엔 슈테판성당만큼이나 웅장한 첨탑을 만났는데 온통 복원공사중이다. 시청사란다. 담에 볼 기회가 있으려나. . .

규모가 장난아니다. 하지만 멋진 문화유산으로 자리하고 있으니. . .
시청사맞은 편에는 마리아 테레지아 시대의 비엔나 최초 극장이었다는 건물이 또 하나의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늘상 느끼는거지만 옛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고 그 건물 안에서 현대인들이 고대의 숨결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는 것이 부럽다.
계속 걷다가 탁트인 정원이 보이기에 무작정 들어갔다. 조깅하는 사람들이 참 많이 보인다. 운동하는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은건가!
겨울이라 꽁꽁 싸매진 나무들만 보여 신록이 푸르른 여름이 궁금하다. 시민정원이라고 쓰여있다.

정원을 천천히 거닐다 오른쪽에 그리스 아테네풍의 건물이 눈에 띈다. 의사당이라네.

 

걷던 길을 주욱 가다 눈앞에 웅장하게 펼쳐진 건물을 만났다. 안내도에 호프부르그왕궁과 관련된 모든 것이 적혀있는데 내가 가장 먼저 만난 이곳은 노이에부르그라고 불리며 1918년에 완성되었단다. 오스트리아 공화정이 수립되면서 합스부르크왕가는 불행히도 이 왕궁의 완공조차 보지 못한 채 왕정을 끝내고 말았다는 안타까운 이야기. 앞의 동상은 나폴레옹의 침공으로부터 오스트리아를 지켜낸 카를대공이란다.

현재 이 신왕궁은 국립도서관으로 이용되고 있어 잠시 들어가보았다. 육중한 문의 무게에 주눅이 들기도ㅎㅎ

신왕궁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면 구왕궁의 정원이 보이고 미하엘문이라는 정문으로 연결된다. 호프부르크 구왕궁은 13세기부터 600년간 사용되었다고 하며 요제프와 엘리자베스(Sisi)의 황실아파트에서 시시의 물건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지나친 낭비의 표상이랄까! 이전 왕과 왕비의 방을 쓰지않는다는 전통때문에 계속 추가 신축이 이루어졌으며 현재 2600개의 방이 있다는데 굳이 그랬어야할까? 아직도 왕궁앞에는 발굴현장의 흔적이 남아있는 걸 보니 왕궁의 규모가 더 드러나야하는 것인가 싶다. 

그나저나 오스트리아 최전성기를 가져왔다는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의 막내딸이 사치의 극치를 이뤘던 마리앙트와네뜨라는군.


신왕궁 광장으로 다시 나가 길을 건너니 마주보고있는 두 건물이 있었다. 신왕궁에서 바라볼 때 왼쪽이 미술사박물관, 오른쪽이 자연사박물관, 가운데 마리아 테레지아 동상이 있다.

오전 내내 걸었더니 다리가 아프고 날씨는 을씨년스러워지면서 진눈개비가 내리더니 바람이 매섭다. 2번 트램에 올라탔다.

 몇 정거장을 지나 슈테판성당 근처에서 내렸다. 트램정류장 앞에 서있는 건물에 'HYUNDAI'가 보였다. 슈테판성당 주위를 걷고있는데 12시를 알리는 성당의 종소리가 들린다. 유럽에선 매시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아차, 앙커시계. 12시에 앙커시계앞에 가서 인형들의 쇼를 보기로 했는데 늦었다. 서둘러 앙커시계를 찾아보았다. 사람들이 모여있어 찾기는 쉬웠다.
그런데 앙커시계는 아직 12시가 안되었다. 왜 그런지 십분이 늦다네.

내게는 다행한 일이다. 아들딸에게 체면을 세울 수 있으니. . .동영상을 찍는데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인형과 그 시대의 음악이 1분가량 나오는 것이다. 5개째 찍으며 팔이 떨려옴을 느껴 완전한 동영상은 포기했다. 그래서 뒤의 인형들은 30초씩 끊어서 찍었다. 에구 괜히 본다했어.
이 앙커시계는 본래 두 개의 보험회사건물을 연결하는 복도의 외벽에 설치한건데 이렇게 비엔나의 명물이 되었다고한다. 프라하에서는 천문시계탑의 인형을 보려고 모여들더니 비엔나에선 앙커시계라니. . .

트램타는 것에 자신감이 생겨 트램타고 비엔나 즐기기를 시도했다. 노선도를 보니 도나우강을 따라 도는 것이 있기에 schottenring에서 1번 트램을 올라탔다. 이곳저곳 잘 구경하며 가는데 넓은 공원에 도착할 무렵 안내방송에서 'auf wiedersehen'하는게 아닌가!'뭐야 종착지라는 건가?'

하는 수 없이 내려서 공원을 거닐었다. 하늘은 파랗지만 기온은 차서 산책하기엔 좋지않아보이는데 여기도 조깅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저건너에 대학하나 있다는 이정표가 보인다. 가보기에는 시간이 촉박하여 다시 1번트램 종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근처에 다른 교통수단이 안보이니 되돌아가야지.

성 페터성당에서 오후 3시에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한다기에 들어보려고 슈테판광장으로 갔다. 광장에서 앙커시계방향으로 가다보니 페터성당이 보인다. 겉보기에는 단순해보이는 바로크양식의 페터성당내부는 슈테판성당과 다를 화려함과 웅장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파이프오르간 연주대신 바흐음악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 있던 딸을 만났다.

 

리허설공연을 한시간째 보았다는 딸과 모짜르트하우스로 갔다. 비엔나에서 오래 살았던 건 아니지만 생가자리에 모짜르트자료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모짜르트가 젊은 시절부터 명예, 명성, 돈 등을 희망으로 삼았다는데 대충 알고 있었지만 가난한 예술가는 아니었다는 것.

모짜르트하우스에서 나오니 이미 밖은 캄캄....
앙커시계 부근의 마트에 갔다.

내가 좋아하는 과일사고 나오는데 계산대옆 즉석식품매장에 교포인 듯 보이는 한국명의 브랜드 도시락이 보였다. 이런 것도 파는군.

미술을 좋아하여 미술사박물관을 오늘의 주제로 삼았던 딸아이 말, "미술사박물관에서 나오니 저기도 박물관, 왼쪽으로 돌아서면 또 박물관, 오른쪽을 봐도 박물관, 무슨 박물관들의 집합체같애"

아들, "외곽까지 나가서 비엔나의 유명한 궁을 다 돌아봤더니 점심도 못 먹었어. 벨베데레, 쇤부른, 호프부르그. 베르사이유궁전만큼 웅장한 곳도 있더라구" 혼자 보려니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느라 자신을 혹사시켰다는 반성을 했다. 호수에 비친 궁의 모습이 함께 장관을 이룬다는데 겨울바람으로 잔물결이 일어 그걸 못봤다고 아쉬워했다. 

오스트리아 여행을 위해 48시간패스를 사느라 13.3유로를 썼는데 굳이 그럴필요가 없었다. 그냥 필요한 티켓 한 두 장 끊는게 나을 듯 싶었다.
또하나, 물뚜껑의 색깔이 분홍이면 탄산수, 파랑이면 탄산없는 물, 초록이면 탄산 약간 섞인 물. 이걸 모르고 샀다가 낭패봤다.

하루동안 각자 본 것을 이야기하고 사진을 보여주며 재잘재잘 이렇게 또 하루를 접는다.

아침부터 여기저기 둘러보며 비엔나 시내를 걸어다닌 총 거리는 14.09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