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조식이 아니라서 한국에서 가져온 햇반과 사리곰탕면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했다. 사실 5년전만해도 가방 한가득 햇반과 컵라면이 들어있었다. 서유럽 물가가 비싸서 가능한 절약하려고 가져간 음식이나 COOP(생활협동조합)에서 구입한 즉석요리식품으로 궁상을 떨었었다. 그당시 아들과 딸은 현지식당에서 폼나게 먹고싶어했었다.
그래서 이번엔 현지식을 하루 한번쯤 먹도록 약속했다.
일정을 짜는데 비엔나엔 볼거리가 넘 많아 고민하다가 셋이 각자의 취향대로 따로 움직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딸이 미술사박물관으로 출발, 아들은 쇤부른궁전보러 출발, 그리고 난 무작정 걷다가 맘내키는대로 들어가기로 했다. 저녁 7시에 앙커시계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채 헤어졌는데 만날 시각까지는 넘 길다. 하루를 혼자 놀아봐야지ㅎㅎ
한블럭을 돌아 또다른 멋진 건물을 만났다. 비엔나 대학이란다.
시청사맞은 편에는 마리아 테레지아 시대의 비엔나 최초 극장이었다는 건물이 또 하나의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계속 걷다가 탁트인 정원이 보이기에 무작정 들어갔다. 조깅하는 사람들이 참 많이 보인다. 운동하는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은건가!
겨울이라 꽁꽁 싸매진 나무들만 보여 신록이 푸르른 여름이 궁금하다. 시민정원이라고 쓰여있다.
정원을 천천히 거닐다 오른쪽에 그리스 아테네풍의 건물이 눈에 띈다. 의사당이라네.
걷던 길을 주욱 가다 눈앞에 웅장하게 펼쳐진 건물을 만났다. 안내도에 호프부르그왕궁과 관련된 모든 것이 적혀있는데 내가 가장 먼저 만난 이곳은 노이에부르그라고 불리며 1918년에 완성되었단다. 오스트리아 공화정이 수립되면서 합스부르크왕가는 불행히도 이 왕궁의 완공조차 보지 못한 채 왕정을 끝내고 말았다는 안타까운 이야기. 앞의 동상은 나폴레옹의 침공으로부터 오스트리아를 지켜낸 카를대공이란다.
지나친 낭비의 표상이랄까! 이전 왕과 왕비의 방을 쓰지않는다는 전통때문에 계속 추가 신축이 이루어졌으며 현재 2600개의 방이 있다는데 굳이 그랬어야할까? 아직도 왕궁앞에는 발굴현장의 흔적이 남아있는 걸 보니 왕궁의 규모가 더 드러나야하는 것인가 싶다.
그나저나 오스트리아 최전성기를 가져왔다는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의 막내딸이 사치의 극치를 이뤘던 마리앙트와네뜨라는군.
신왕궁 광장으로 다시 나가 길을 건너니 마주보고있는 두 건물이 있었다. 신왕궁에서 바라볼 때 왼쪽이 미술사박물관, 오른쪽이 자연사박물관, 가운데 마리아 테레지아 동상이 있다.
몇 정거장을 지나 슈테판성당 근처에서 내렸다. 트램정류장 앞에 서있는 건물에 'HYUNDAI'가 보였다. 슈테판성당 주위를 걷고있는데 12시를 알리는 성당의 종소리가 들린다. 유럽에선 매시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아차, 앙커시계. 12시에 앙커시계앞에 가서 인형들의 쇼를 보기로 했는데 늦었다. 서둘러 앙커시계를 찾아보았다. 사람들이 모여있어 찾기는 쉬웠다.
그런데 앙커시계는 아직 12시가 안되었다. 왜 그런지 십분이 늦다네.
이 앙커시계는 본래 두 개의 보험회사건물을 연결하는 복도의 외벽에 설치한건데 이렇게 비엔나의 명물이 되었다고한다. 프라하에서는 천문시계탑의 인형을 보려고 모여들더니 비엔나에선 앙커시계라니. . .
트램타는 것에 자신감이 생겨 트램타고 비엔나 즐기기를 시도했다. 노선도를 보니 도나우강을 따라 도는 것이 있기에 schottenring에서 1번 트램을 올라탔다. 이곳저곳 잘 구경하며 가는데 넓은 공원에 도착할 무렵 안내방송에서 'auf wiedersehen'하는게 아닌가!'뭐야 종착지라는 건가?'
모짜르트가 젊은 시절부터 명예, 명성, 돈 등을 희망으로 삼았다는데 대충 알고 있었지만 가난한 예술가는 아니었다는 것.
앙커시계 부근의 마트에 갔다.
미술을 좋아하여 미술사박물관을 오늘의 주제로 삼았던 딸아이 말, "미술사박물관에서 나오니 저기도 박물관, 왼쪽으로 돌아서면 또 박물관, 오른쪽을 봐도 박물관, 무슨 박물관들의 집합체같애"
아들, "외곽까지 나가서 비엔나의 유명한 궁을 다 돌아봤더니 점심도 못 먹었어. 벨베데레, 쇤부른, 호프부르그. 베르사이유궁전만큼 웅장한 곳도 있더라구" 혼자 보려니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느라 자신을 혹사시켰다는 반성을 했다. 호수에 비친 궁의 모습이 함께 장관을 이룬다는데 겨울바람으로 잔물결이 일어 그걸 못봤다고 아쉬워했다.
오스트리아 여행을 위해 48시간패스를 사느라 13.3유로를 썼는데 굳이 그럴필요가 없었다. 그냥 필요한 티켓 한 두 장 끊는게 나을 듯 싶었다.
또하나, 물뚜껑의 색깔이 분홍이면 탄산수, 파랑이면 탄산없는 물, 초록이면 탄산 약간 섞인 물. 이걸 모르고 샀다가 낭패봤다.
하루동안 각자 본 것을 이야기하고 사진을 보여주며 재잘재잘 이렇게 또 하루를 접는다.
아침부터 여기저기 둘러보며 비엔나 시내를 걸어다닌 총 거리는 14.0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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