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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길 닿는대로

동유럽여행 5일째ㅡ중세, 근대, 현대의 아름다운 조화 Wien

중세를 흠뻑 느끼게 해준 체스키 크롬루프를 떠나야하는 아침이 밝았다.

여전히 오전 2시부터 잠깨서 반쪽과 안부를 나누고는 별이 쏟아질 듯 보이는 밤하늘이 유혹하여 사진에 담아볼까 하여 테라스에 나갔다.
아담하고 고풍스러운 이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개발이 제한되어 있어 정당한 재산권행사를 못한다고 투덜거릴까? 좀 더 많은 관광객유치를 위해 도로를 넓히고 숙박시설과 유흥시설들을 늘리자고 주장할까?
우리나라의 넓은 도로, 아스팔트 깔린 도로, 산허리를 뚝 끊고 늘린 도로. 아무리 길이 잘 뚫려도 언제나 몸살을 앓는 우리나라의 산하를 생각하면 답답하다.

아침이 되어 이 마을을 다시 한번 둘러보자고 했더니 똑같은 풍광을 뭘 또 보냐고 그만 떠나잔다. 비엔나로 들어가야하는데 넘 늦으면 힘들다고. . .
에궁 아쉽다. 마을 중앙광장인 스트로노스티광장에서 각기 다른 지붕을 자랑하는 건물들과 페스트 종식기념비를 보고

우연히 발견한 시청사벽면의 부조는 체스키크롬루프의 유네스코 등재기념이라네.

곳곳에 가게를 알리는 간판들이 유머러스하게 장식되어있는 길을 지나

이발사의 다리를 건너며 다리위 예수의 동상과 체스키의 견고한 성곽을 뒤로하고 신시가지로 통하는 부데요비치문을 지났다.

햇살이 비추는 윗부분에 해시계가 그려져있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이는 저 문은 이탈리아 건축가 베네디토의 작품이란다. 문의 안쪽은 프레스코양식으로 꾸며졌다. 4년걸린 작품이라네.

 


이 문을 나서며 아쉽게도 중세에서 현대로 훌쩍 넘어와버렸다.
초등학생들 현장학습인지 한 무리가 지나간다.

앞에 이끄는 어른 하나, 뒤에 쳐진 아이들 챙겨오는 어른 둘. 아침부터 부지런히 걷는다. 중간에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나뭇가지를 가지고 다투는 모습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딜가나 아이들은 다 똑같아.
마을에 들어갈 때보다 나올 때 훨씬 짧은 시간이 걸렸다. 심지어 오르막길이었는데도 말이다. 캐리어끌고 올라가기 힘들다고 door to door 서비스받자고 아들딸이 제안했었는데 1인당 800코룬이라 그냥 걷자고 우겼더니 우기길 잘했다. 남은 코룬도 없고 유로나 카드를 받지않기 때문에 우겼지만 결국 맑은 날씨 덕에 좋은 풍광을 좀 더 느낄 수 있었으니
사실 유럽여행하면서 카드계산 안되는곳이 많아 늘 현금을 소지해야했다. 게다가 체코는 유로를 받지 않고 그나라 통화를 이용하기 때문에 나라를 옮길 땐 쓰던 돈을 다 털고 가야한다. 그래서 체스키 크롬루프에서는 빈털터리신세일 수 밖에...

역에 도착하자 아침에 내리던 진눈깨비가 멈추고 밝은 햇살이 비추고 있다.

예상보다 빨리 도착하여 좀 더 보고오지 못한 아쉬움이 가득한데 십분 지연이라고 역무원이 알려준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장작더미를 발견한다. 기차타고 스치며 집집마다 장작을 보는데 역같은 공공기관도 장작으로 난방을 하나보다. 굴뚝에 연기도 보인다. 요즘 적정기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난로가 나오던데 여기도 그런 방식으로 장작을 땔까? 타이가지대의 빽빽한 나무숲이 이들에게 풍부하게 땔깜을 제공하겠지.

차창밖으로 펼쳐진 드넓은 저 들판이 부럽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와 말, 살찐 양들을 보며 풍요로운 자연이 사람들에게 너그러움과 느긋함을 배우게 해준 건 아닌지. . .10시 49분 기차로 부데요비치에 가서 12시 7분 기차로 체스키 벨레니체로 간다음 다시 기차를 갈아타고 비엔나로 이동.

15시 28분에 비엔나 프란츠역 도착. 여기서 교통패스 48시간권을 끊고 숙소를 찾아 U1을 탔다. 48시간권 13.3유로. 사실 기차역에서 숙소가 가깝다면 안 끊어도 되는데 비엔나에선 할 수 없다. 교통패스 한 장으로 48시간동안 지하철, 트램, 버스 등 대중교통을 무제한 탈 수 있다.
비엔나에서 숙소는 가장 저렴한 곳으로 정했다. 오스트리아 상황은 독일과 비슷하기 때문에 저렴한 곳에서도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체크인하고 짐을 푸는데 깔끔하고 단순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밤에 엄청 추울 것이라는 상상은 못했다. 짐을 풀었으니 비엔나의 야경을 보러가야지.

지하철에 네가지 표시가 색깔과 그림으로 되어있다. 노인, 장애인, 아기안은 부모, 임산부를 위한 자리라는 표시.
숙소에서 세정거장거리에 슈테판성당이 있었다. 가까워서 걸어도 되는 거리지만 점심을 못 먹은채 장시간 기차에 시달려 걸을 수 없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케른트너거리(우리의 명동거리)를 헤매며 와인과 함께 다양한 코스요리가 유명하다는 와이너리(포도주) 식당을 찾아갔다.

내입맛엔 여전히 짜다. 체코식이나 오스트리아식이나 짠 건 마찬가지. 와인은 셋이서 각자 다른 맛으로 8분의 1잔씩(여긴 컵에 분량이 적혀있다) 주문했다.
호이리겐 코스 1인분이 25유로(우리돈 3만3천원). 와인 8분의 1잔이 3.8유로(5천원).  체코보다 비싼 물가를 피부로 느낀다. 배부르게 먹었으니 구경하며 걸어서 숙소로 돌아오기로 했다.

크리스토교 최초의 순교자를 독일식 발음하면 슈테판으로 성 슈테판 성당은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고딕첨탑을 자랑한단다. 중세의 크리스트교가 하늘을 찌를 듯 기세를 보였으니 저마다 하늘가까이 닿고자했음이리라. 공사기간만해도 65년이라니 대단하다. 애초에 로마네스크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은 큰 화재로 전소되었다가 보헤미아 왕이 재건했고 합스부르크왕가에 의해 지금의 고딕양식을 개축되었다는데 전쟁으로 인한 파괴흔적도 보이고 이 성당 역시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슈테판성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삼성모니터가 떡하니 버티고 서있네.

모짜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있었다는 성 슈테판 성당의 웅장함과 길거리벽화의 익살스러움을 구경하며 다뉴브강변을 거닐었다. 길가다 아침거리 장보러 들어간 마트에서 물, 맥주, 과일 등을 고르는데 문닫는 시간 지났다고 주인이 뭐라뭐라한다. 오후8시도 안된 시각에? 문앞에 붙여진 안내를 가르킨다. 문닫는 시각 19시 50분.
못봤다. 미안하다 말하고 급히 나왔는데 아침거리는 못사고 실수로 탄산수 샀다.

비엔나에서의 하루를 이렇게 마무리.

체스키 크롬루프 구시가지에서 역까지 걸었고 비엔나에 와서 성슈테판 성당에서 숙소까지 걸은 게 전부. 총 4.64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