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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갈등조장하는 교원평가

며칠전 교원능력개발평가를 마치고 자기능력계발서를 쓰기 위해 평가결과를 확인한 동료 몇몇이 수군거린다.

"동료평가점수를 그렇게 깎으면 어떻게 해요? 우리끼리는 그러지 말아야지.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예요?"

"그러게 말야. 아무리 개인적 감정이 있어도 그렇지 동료평가점수를 낮게 주고 서술형에 노골적으로 글을 써놓다니 이해가 안가네."

점심먹는데 건너편에 앉은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당히 불편했다. 마치 나 들으라는 듯이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견할까 하다 그냥 두었다. 굳이 해명한다해도 들을 그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교원능력개발평가가 현장에 도입되어 시행해온 지 8년째인가 보다. 2000년 도입을 검토하여 2년간 정책연구를 하고 2005년부터 2년간 교원평가를 시범운영한 결과 2007년 제도적 장치가 완성이 되고 2008년 모든 학교에서 시행되었다. 교원능력개발평가의 목적이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랬을까?

시행 2년째 함께 근무하다가 다른 학교로 전출간 동료가 울며 전화했던 기억이 있다. 교원평가 평점 2.5점 이하가 나와서 겨울방학동안 연수를 받게 되었단다. 연수받는 그 동료를 위로하러 가던 날, 엄청난 폭설이 내렸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 동료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6학년 담임을 했는데 학생들간의 다툼이 있어서 혼냈더니 해당 학생과 학부모가 최하점을 준 것 같다는 추측이었다.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시행되면서 교사들은 평가시기가 되면 학생들에게 체벌을 자제하며 심지어는 간식을 제공하기도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내가 6학년을 담임할 때도 학생들이 농담섞어 "선생님, 저 혼내시면 최하점드릴거예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전문성 향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라서 항상 교원능력개발평가에 참여하지 않았고 성과급평가위원이나 다면평가위원으로도 참여한 적이 없다. 평가자료를 내는 것도 하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들이 나를 평가할 지언정 내가 다른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고 항상 거부해왔다. 이번에도 평가에 참여하지 않으려 했으나 교무부장이 자꾸 평가해달라고 독촉하는 바람에 관리자, 부장, 고학년 동료교사들, 전담교사, 특수학급교사까지 8명의 동료를 평가했다. 그러나 무슨 근거로 그들의 점수를 산정하겠는가! 그들이 수업을 게을리하고 아이들 생활지도를 하지않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해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대도 여전히 그 두 명의 동료는 내가 자신들의 점수를 깎았다고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는 모양이다. 궁금하면 대놓고 물어볼 일이지 그럴 용기도 없는 인간들이 뒷담화나 하고 다니다니... 불쌍한 사람들이다. 저학년은 평점이 5점, 고학년은 평점이 4.7점. 평가에 참여한 구성원이 다르다면 누가 깎았는지 뻔한 일인데...교원능력평가를 통해 갈등을 부추기고 반목을 조장하고자 하는게 그들의 목적인 듯 싶다. 경쟁만이 살길이고 그 경쟁에서 충성심을 보여야한다고 말하고 싶어서 교원능력평가를 하는게 아닌지 그 의도가 뻔한 것을 교사들은 그저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승진가산점을 챙겨야하고 교원능력평가를 잘 받아야하고 성과급을 S등급으로 받아 경제적으로도 윤택하고 싶은 그런 존재들로 만들어가고 있는 교원평가제도. 그런데 그 평가제도를 또다시 손질하고 있다.

 

그동안 근무성적 평정과 성과상여금 평가로 분리운영되던 것을 교원업적평가로 통합하여 관리자평가의 60%와 교사평가의 40%를 승진과 성과급에 활용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관리자의 권한이 그만큼 강화되는 것이다. 또한 교원능력개발평가는 이전의 별도규정없이 연수에 관한 규정 속에 포함시켰던 것을 '교원능력개발평가에 관한 훈령'제정을 통해 강제화하고 장기능력향상연수 통일 프로그램 마련으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학교현장을 싸움판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이런 평가제도들 어디에서도 학생들이나 교육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교원능력개발평가를 통해서 교원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를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일까? 동료들끼리의 경쟁을 부추기고 서로의 갈등과 반목이 팽배해지는 교육현장을 만들어서 이 나라의 교육이 바로설 수 있다는 억지 논리에 아무 저항도 못하고 순응하는 이 나라의 교사들은 왜 교단에 서있는 걸까?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의견을 내달라는 공문이 왔었고 의견서를 제출하자고 했지만 그건 소수의 의견이 되어버리고 만다. 교과서 국정화 의견수렴과정에서처럼 말이다.

경쟁으로 살아가는 교사가 어찌 협력을 가르칠 수 있을까!

통일성을 강조하는 교사가 어찌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을까!

명령복종을 중시하는 교사가 어찌 자발적 소통을 가르칠 수 있을까!

과거의 전통적 습성을 지니고 있는 교사가 어찌 미래를 주도할 핵심역량을 가르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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