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께 사는 삶

하릴없이 끄적거림

어릴 때 나는 사내아이들처럼 놀았다. 약했던 체력에 비하면 모순으로 들리겠지만 경찰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이었는지 사내아이들과 골목에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잦은 전학으로 인해 친구사귀는 법을 잃었다. 오죽하면 일기장에 친구를 사귀고 싶지 않다고 썼었을까.

중학교 1학년 때, 전학을 와서 학교폭력을 당했다. 그당시 키가 가장 작았던 나는 친구들의 폭력을 이겨낼 힘이 없었다. 물론 부모님께 말씀드려도 되었겠지만 그렇게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참고 견뎠다. 시간이 해결해줄 때까지...

교사가 꿈이었으나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해져서 더듬더듬 헤맨다. 앞에서 발표를 할 땐 글자가 안보이고 노래를 할 땐 가사를 빠뜨리고 무용을 할 땐 흐느적흐느적 그랬다. 도무지 교단에 설 것 같지 않았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 앞에서 노래하며 함께 뛰어놀 땐 아무 생각이 없이 잘 논다. 그런데 어른들이 있을 땐 달라진다. 지금도 여전히 하고싶었던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하지 못하고 빈수레가 되어버린 듯...

해야겠다고 생각되는 순간 마음 속에 있는 말을 여과없이 상대방에게 해버리는 습관이 있다. 꺼내지않는 게 좋은데 말이다. 관리자에게는 버릇없이 도전하는 것으로 들리기도 한단다.

MBTI 검사를 해보면 ENFP형이라고 나온다. 재기발랄한 활동가 유형이라는데 여자들에게 흔하지 않은 유형이란다. 반면에 갈등관리 유형검사를 해보면 회피형으로 나온다. 주변에서 의외라는 반응이다.

최근 며칠동안 머릿속이 하얗다. 그래서 광화문에 다녀왔다. 그곳에 가면 내게 힘을 줄만한 만나볼 사람들이 많이 있기때문이다. 참 뻔뻔하다. 내가 그분들께 힘이 되어야하는데 힘을 얻겠다니. . .

단기 사천삼백사십칠년인데 개천절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이승만의 정부수립일을 건국절로 삼으려는 친일의 세력가들이 판을 치는 이 나라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교육의 본질을 살리는 혁신학교운동을 통해서 아이들을 살리고 마을을 살리고 교육이 바로서게 된다면 이 나라가 온전해질까?

광화문광장 한 켠에서 아직도 구조되지 못한 9명이 있다고 알리는 글귀들이 보이고 김초원, 이지혜 두 기간제 교사의 순직을 인정해달라는 글귀도 보인다.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춘몽이란 분은 2012년 부정선거 소송에 대해 조속히 처리하라는 시위를 여전히 하고 계셨다. 여기저기 인사를 드리고 돌아나오는 길 모퉁이에서 스피커를 요란하게 켜두고 종교활동을 하는 아주머니모습이 거슬려 보였다. 엄마와 걷고 있던 아이의 말, "엄마, 저 아줌마는 저렇게 크게 떠들어도 괜찮아? 세월호에 대해서 떠들면 욕하는 사람들있던데..." 도대체 이 나라는 종교인들에 대해서 관대한 건지 아님 경로우대 하느라 관대한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최근 미국에선 기독교도들에 대한 총격사건이 떠들썩하던데...

생각에 잠겨 걷고 있는데 전단지를 나눠주는 몇몇 분을 만났다. 홍보전단이려니하고 스쳐지나려다가 '국정교과서 반대'라는 한마디에 받아들었다. "고생하시네요." 가볍게 인사나누고 받아온 전단을 지하철에서 펼쳐읽었다. 1981년 내가 배웠던 국사교과서를 떠올리며... 

곳곳에 새누리당 현수막이 펄럭거린다. '노동개혁으로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정부에서 내놓은 노동개혁정책이 과연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 줄 수 있을까?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문자가 여러 건 왔다. 정부에서 소비활성화 대책이랍시고 미국 최대의 세일행사기간을 본떠서 실시한다고 대대적으로 떠들어대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걸까?

난 뭘 해야하지? 요즘 무엇을 해야할 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오래전부터 정말 필요한 곳에 기부를 해야겠다 생각하여 가족이 함께 기부를 하고 있고 대안언론이 필요하다 생각되어 몇군데 대안언론에 회비를 내고 있고 강정마을, 쌍용자동차, 밀양송전탑 등 여기저기 손길이 필요하다면 작은 힘이라도 보탬이 될까 싶어 참여했다. 그런데 힘이 모아지질 않는다.

 

'함께 사는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1) 2015.10.26
하늘학교로 떠난 후배교사  (2) 2015.10.04
엄친아  (4) 2015.10.03
작은 학교, 농촌 풍경이 좋다.  (2) 2015.10.02
미안해. 아들, 딸!  (1) 201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