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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삶

엄친아

엄친아가 유행어로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 가수 이승기씨가 엄친아의 대명사처럼 불리기도 했던 듯한데...

지인의 아들이 수능준비를 한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엄친아보다는 아들 친구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단순히 아들 친구의 엄마이기보다는 대학선배이기도 하다. 선배는 엘리트집안에서 성장했고 배우자역시 대기업임원이다. 아들 둘을 키우면서 유치원부터 유명한 사립유치원에 보냈고 학창시절 시교육감상과 시장상을 휩쓸만큼 재능있고 똑똑하게 가르쳤던 것 같다. 아들이 중학교 입학하면서 우연히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가 되었고 같은 고등학교를 배정받으면서 양 쪽 가족끼리도 서로 교류하며 친하게 지냈다.

수능을 치르고 나서 아들은 고민하지 않고 원하던 전공에 따라 수시지원한 대학을 선택했으나 아들의 친구는 부모가 SKY중 하나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에서 재수를 선택했었다. 유명한 재수학원에 들여보내놓고 또다시 입시공부를 강요받았었다. 재수와 삼수를 거치고 사수까지 하고서야 지방의 한의대를 갔다. 그리고 지금은 승용차를 타고 등하교하며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단다. 그런데 그 아이의 동생마저도 SKY입성에 실패하고 재수를 선택했단다.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는지 곁에서 볼 때 마음이 아팠다. 첫째아이는 그래도 엄마의 성화에 고분고분 못이기는 척 학창시절을 보냈던 것 같은데 형의 재수를 지켜보면서 둘째는 일탈을 했었나보다. 이년만에 만났을 때 귀여운 귀공자같던 얼굴이 많이 상해있었다.

우리 집에 놀러올 때마다 아들 친구는 우리 집을 부러워했다. 자신의 집은 남부럽지 않게 잘살고 있고 사고 싶은 것이나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지만 부모와의 즐거운 대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과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나를 볼 때마다 부럽다는 것이다. 아들이 그 집에 놀러갔다 온 이야기를 들었을 땐 뜨악했다. 일찍 들어오라는 엄마와의 약속을 안지키고 밖에서 놀다가 덜 혼나려고 아들의 친구가 아들을 대동하고 자신의 집에 들어가면 현관문 열기가 무섭게 실내화가 날아온단다. 물론 혼자 들어오는 줄 알고 그런 것이었겠지만... 실내화가 날아다니고 고성이 오가는 집이라니 안쓰럽기까지 하다.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면서도 정작 마음 한구석이 비어있는 그 아이를 보면서 이 나라의 많은 엄마들이 그렇게 자신의 아이를 망가뜨려가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초등학생인데도 엄마때문에 힘들다는 아이를 간혹 만난다. 아버지의 엄한 교육방식을 요즘은 엄마들이 대신하고 있는 까닭이다. 엄마는 예전 우리 부모 세대의 아버지역할을 담당하기까지 되어버렸다. 아버지는 교육에 관한 한 무관심한 경우가 태반이다. 이웃집 아저씨처럼 아예 관여를 못한다. 엄마는 자신의 생각만으로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고 옆집 아줌마의 말을 들어 아이를 사교육시장에 맡기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남들 다하는데 혼자만 안하면 뒤처질 거라는 생각에서 ....

인터넷에서 떠도는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가족을 동물의 형상으로 표현했는데 엄마를 보라. 이런 현상이 단지 엄마의 잘못이기만 할까?

오로지 대학입시를 목표로 공부해야하는, 그것도 SKY대학이 아니면 인정받을 수 없는, 또한 SKY를 졸업하고도 부모의 경제력이나 권력이 없으면 원하는 직장을 가질 수 없는 이 사회의 구조적 병폐는 언제쯤 건강해져서 가족을 가족답게 돌려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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