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아들, 딸!

나의 삶 2015. 10. 1. 18:29

헬리콥터맘도, 잔디깍기맘도 아닌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제발 우리 아들좀.." 캥거루 엄마에 시달리는 인사담당자들.. 

http://media.daum.net/v/20150930110109008?f=m

자식을 위해 저렇게까지 나서야하는 엄마들 마음이야 오죽하겠냐마는 아무리 들어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렀어야 하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지적도 해본다.

2008년에 일교조와의 친선으로 일본에 갔을 때만해도 88만원세대로 불리우는 우리 나라의 젊은이들의 현실을 개탄했었다. 당시 함께 갔던 두 명의 대학생들이 일교조와의 세미나에서 88만원세대로서의 아픔과 괴로움을 토로했던 적이 있다. 그래도 좀 나아질거라는 희망을 가져보자고 위로를 했었다.

나아질 기미조차 안 보인다. 취준생을 둔 엄마입장에서 볼 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들과 딸에게 못내 미안하고 안타까울뿐이다. 연애, 결혼, 출산 이 세가지를 포기해서 삼포세대라 불리우는 아들세대와 삼포에 인간관계와 내집마련까지 포기해야함을 보태서 오포세대로 불리워지는 딸세대를 바라보며 착잡한 마음이다.

아들, 딸과 이야기하다보면 아들은 가끔 어린 시절 하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돈이 없어 하지 못했던 불만을 이야기한다. 발령대기 중에 아들을 임신했고 갑작스런 임용고시발표로 교사되기를 포기했던 그 당시 아들이 배우고 싶다던 플룻을 가르쳐줄 수 없었다.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둘이서 열심히 살다보면 살림이 나아질 거라 믿으며 5만원짜리 월세방에서 시작했던 신혼살림이었으니 아들이 태어난 후 몇 년은 여유있는 삶이 아니었다. 그랬던 탓에 아들은 하고 싶은 것을 많이 못하고 성장한 편이다. 반면에 딸이 태어났을 때는 맞벌이가 시작되어 돈의 여유는 있었으나 함께 놀아줄 시간이 많이 부족했던 시기였다. 딸이 하고 싶은 것이나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서슴없이 말하는 것을 보고 아들이 가끔 시샘을 하기도 했다.

가끔 옛이야기를 함께 나누다보면 아들과 딸은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 거라고 말한다. 아들은 엄마와의 시간을, 딸은 경제적 여유를 가졌었으니까 .... 그런가?

지금은 아들과 딸 모두 알뜰하게 생활한다. 부모의 돈을 가능한 쓰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보고 싶다고 한다. 그나마 무이자대출로 학비부담은 덜고 있으니 생활비는 벌겠다고 주말마다 알바하느라 바쁘다. 재활용가구를 사고 헌옷가게에서 산 옷을 자랑할 때마다 대견하기도 하지만 씁쓸하기도 하다. 딸과 저녁을 함께 먹으려고 딸의 학교앞에서 만나면 수더분하게 옷입은 딸이 화사하게 치장을 하고 나선 다른 여대생과 대비되어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초라해보이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은 대학생이라고 브랜드를 따지며 즐기기도 할텐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아들딸이 정상적인 삶일 수도 있지만 가끔은 안쓰러워 보이는 건 그저 엄마이기 때문이려나.

취준생인 아들,

"앞으로 살아가야할 일이 가끔 답답해요. 남자로서 책임져야할 것도 많고 가족을 위해 준비해둬야할 것이 많아서 결혼을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스펙이 약하고 취업준비하다보니 꿈꾸던 것과 다른 세상을 보게 되고 여자 친구가 바라는 것도 있고 등등의 이야기를 한다. 첫 돌에 붓을 집어들어서 학자쪽으로 성장하려나 싶었던 아들이다. 모범생으로 자라서 공무원상이라고 생각했는데 공무원으로 사는 게 맘에 안든단다. 어쨌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즐겁게 살아갈 수 있음 좋겠는데 세상이란 게 만만치 않다.

대학새내기인 딸,

"대학공부가 시시해요. 이런 대학이라면 안다녀도 되겠어요. 그리고 인정받는 대학을 나오려면 다시 수능을 봐야할 것 같아요."라며 은근히 삼수를 하겠다는 압력을 넣는다. 문과에서 이과로 바꿔 재수를 했던 딸이 대학선택에 실패했다며 한 번 더 재수하겠다고 하는 것을 일단 다녀보라고 권했었다. 그랬는데 한 학기도 다니지 못하고는 삼수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기대했던 대학생활이 아니고 사회에서 인정받으려면 SKY를 졸업해야지 다른 대학들은 나와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수학학원 조교를 하려고 이곳저곳 기웃거렸다가 좌절을 맛보았나보다. 1학년이니까 대학생활을 좀 즐기고 천천히 알바하랬는데 빨리 돈 벌어야한다고 마음이 급하다. 오빠와 달리 딸아이는 돌잡이 때 돈을 집어들었으니 돈을 많이 벌 거라고 어른들이 말했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딸아이는 어려서부터 용돈을 모아 저축하더니 대학동아리도 투자동아리에서 활동한다. 하지만 대학에 대한 불만이 많아 아무래도 내년엔 수능을 다시 치를 것 같다. 그게 행복을 찾는 길이라면 그렇게 하라고 허락을 해야할 듯.

내가 젊었던 시절에도 우리 세대는 불운하다 했는데 항상 젊은 세대는 불운하게 오는가 보다. 하지만 아들딸 세대는 더 불안정한 사회의 모습으로 보인다. 시간이 흐를 수록 더 성숙하고 발전된 민주주의 모습이 보여야하는데 왜 자꾸만 퇴보하는 모습으로 보여지는 걸까? 선진국의 보편적 복지가 이루어져야하는데 빈익빈부익부현상은 갈수록 심화되는 것일까? 젊은이들이 이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 부르며 경제적 여유와 능력이 된다면 이 나라를 떠나고 싶어하는 아우성들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이미지 출처 : 노컷뉴스)

지난 한 해, '안녕하십니까?'라는 젊은이들의 외침을 곳곳에서 들었는데 여전히 안녕하지 못한 사회를 물려주게 되어 마음이 불편하다.

'미안하다. 아들,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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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좌충우돌 양돌이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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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교육 2015.10.01 2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헬조선.... 정말 지옥 같은 나라가 되고 있습니다.
    정신이며 도독, 윤리, 정의까지 모조리 뿌리채 썩어 가고 있습니다.
    내일의 주인공인 아이들이 불쌍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성실한 아들 딸을 두셔서 행복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