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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삶

농사를 글로 배웠다

독일농촌의 이야기를 읽고 보니 우리 나라의 농업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독일과 우리 나라가 같은 상황이 아니고 나또한 농부가 아니니 허황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나의 농사, 아니 그냥 밭일정도로 말하는게 좋겠다.  나의 밭일경험은 아주 미미하지만 느낀 건 많았기에 철없이 적어보련다.

초등학교 6학년때 농촌으로 이사를 간 적이 있다. 풀을 베어 말려오는 숙제와 잔디씨 모아오는 숙제를 해본 것, 종아리에 거머리붙어대는 모내기하러 논에 들어가본 것이 2년정도 고작이다. 

그리곤 붉은수수알 한알한알 까먹으며 학교다니고 키큰 고추밭에서 숨바꼭질하던 즐거움도 그 때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동생이 많아 냇가에서 물놀이하고 기저귀빨래하던 아련한 기억도. . . 

결혼하면서 농사짓는 시부모님을 만나서 지금껏 농사짓는 어려움을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하고 있다. 결혼한 지 얼마되지않아 수박순집기하다가 원순 자른 이후 시부모님께서 농사일을 돕지말라하셨다. 그 이후 그저 씨뿌리고 자라면 작물거두고, 나무심으면 나무열매 따기바쁜정도의 일을 할 뿐 농사라고 말하면 농부님들께 혼날 일이다. 

지금의 학교에 오면서 버려졌다시피했던 텃밭을 겁없이 가꿔보겠다고했으니 책임을 져야했다. 열심히 책을 찾아보고 인터넷검색해가며 또 때로는 어머님께 배우고 동네어르신도움으로 텃밭을 가꾸고있다.땅의 정직함과 땀흘린 가치를 알게 되면서 이제 겨우 농사를 알아가는 중이다. 그러다보니 아무 생각없이 농사짓고 사는 삶을 꿈꾸게 되었고 아들딸에게도 힘들면 내려와 살자고 겁없이 말하고 있다. 물론 뙤약볕에서 풀과 벌레와의 전쟁을 모르는건 아니다. 그러나 욕심을 덜 부린다면 덜 힘들지않을까?

밭일을 경험해보며 알게된 건 내가 노력한만큼 내가 거두게된다는 것, 그리고 욕심부리지않으면 흙에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않아도 되겠다는 것, 욕심부리지않으면 즐겁게 일할 수 있겠다는 것 등이다. 그리고 자라는 식물들을 바라보면 신기함도 있고 가끔 '날 보아주세요' 말을 거는 것 같아 덜 외롭다는 것도 있다. 남편은 사치스러운 생각이란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욕심부리지않는다면 

4,5년전까지만 해도 까도녀라고 불리웠던 내게서 상상도 못했던 생각이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책을 만나게 되면서 더욱 더 토종농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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