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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삶

할로윈의 안타까운 참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안타까운 참사로 희생된 모든 분들께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새벽 세시 반, 반쪽이 자고 있는 나를 흔들어 깨웠다. 

이태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며 서울에 있는 딸아이의 무사를 확인해보란다. 

딸아이는 감기걸려서 아프기도 하지만 이태원같은 곳에 안간다고 걱정말라고 했는데 반쪽은 잠을 못 이뤘다. 

그 시각에 아들, 딸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전화를 걸기도 했는데  답이 없다며 초조해했다.

야심한 밤에 잠들어있으니 답이 없는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대답하는 나에게

딸의 성향이 사람많은 곳에 가는 걸 싫어하기에 안 갔을거라 믿고 있는 나에게 무심하다며 반쪽이 투덜거렸다.

난 잠결이라 사실 심각하게 생각지 못했다.

아침뉴스를 보니 참사는 심각했다.

밤새 걱정한 반쪽때문에 눈을 뜨저마자 딸아이가 살고있는 원룸관리실에 전화를 했다. 

동트기 전 너무 이른 시각이라 전화를 받지 않는다.

딸아이 숙소 근처에 사는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잠이 덜 깬 아들에게 아빠의 걱정을 전하고는 딸이 있는 곳으로 다녀오라 했다.

열 시에 가본다고 대답한다. 아빠의 타들어가는 속을 모른 채...

잠시 후 딸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느라 몰랐다며 감기걸려서 약먹고 깊은 잠이 들었다고 했다.

그제서야 반쪽은 감기약 잘 먹고 병원에 꼭 다녀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할로윈!

10월 31일 죽은 사람의 영혼이 돌아오는 시기라며 영혼을 내쫓기 위해

귀신이나 유령 등의 기괴한 복장을 하고 돌아다닌다는 켈트에서 시작한 문화로 미국의 축제로 자리잡은 걸로 알고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영어학원 등에서 할로윈파티를 한다며 학교에서도 해달라고 졸라댔었다.

남의 나라 문화이기도 하고 상술로 인한 기념일이기도 해서 간단히 계기교육을 하고

아이들마음을 이해해주는 차원에으로 사탕을 나눠주며 달래기도 했었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면서도 젊은 엄마들이 할로윈 행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탐탁치 않은 할로윈이지만 젊은 엄마들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없어

역시 아이들에게 사탕나눠주는 것으로 행사를 축소시켜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 이태원에서 빚어진 참사를 접하고 보니 마음이 착잡했다. 

코로나로 갇혀있던 지난 3년을 보상받듯 오랫만에 축제를 만끽하려던 젊은이들이

왜 이렇게 안타까운 참사로 희생되어야 했을까! 어쩌다...

가슴아픈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