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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는 이야기

꼰대가 되겠다는 제자들

15년 전 졸업시킨 제자들과의 반가운 만남이 있었다. 

가르칠 당시 아이들에게 20년 뒤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글쓰기를 하고 발표하는 수업을 했던 일이 있다.

한 녀석이 20년 뒤 호호백발이 된 나와 함께 술을 마시며 학창시절을 되새기고 있을 거라고 

친구들 앞에서 글을 발표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물론 그 글을 썼던 그 제자는 지금 연락이 닿지 않는다.

(제자의 동시)

글쓰는 솜씨가 제법 있었기에 나름 예뻐했던 아이였는데

몇 년 전인가 직장 내에서 동료들과의 관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소식이 끊겼다.

그 제자와 같이 어울리던 다른 제자들은 뒤늦게 나의 명퇴소식을 듣고 연락을 해왔다.

직장생활을 하는 제자들이 퇴근한 후 어둠이 깔릴 무렵 만나게 되었다. 

저녁먹을 장소를 선뜻 정하지 못해 공터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어둠이 내려앉은 시각에 세월이 지났음에도 제자들을 알아보기가 어렵진 않았다.

제자들도

"쌤, 주름도 없고 호호백발도 아니네요. 여전하세요"

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대학 들어간 직후에 만났던 제자들이라 10년만에 다시 보는 셈이다.

사회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는 제자들은 함께 저녁을 먹으며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들을 풀어놨다.

이제 성인이라고 술을 권하는 제자들과 오랫만에 술잔을 기울이며 여러 이야기들을 했다.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직장에서 만나는 이십대의 젊은 세대들에 대해

"자주적이지 못하다" "얌체같다" "개념이 없다" 등 등 푸념을 늘어놓는다.

지들도 젊은 세대일 터인데 아래 세대에 대해 투덜거리는 모습을 보며

요즘 그런 말하면 꼰대라던데 꼰대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니 꼰대소리 들어도 할 말은 해야한다는 생각이란다. 

나름대로 직장에서 각자의 자리를 탄탄하게 지키고 있는 제자들이 기꺼이 꼰대가 되고 싶단다.

퇴직하기 전 후배교사들에게 내 스스로 '꼰대'를 자처하며 변화를 주문했었던 나의 모습처럼

제자들이 꼰대가 되겠다니 ...

 15년 전 졸업시킨 제자들과의 술자리.

사실 그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했기에 늘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그 아이들이 이렇게 성장해서 나를 찾아주니 더욱 더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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