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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는 이야기

선택

어머님께선 빨리 호전되지 않는 상황에 까칠하게 병원생활을 하고 계신단다.

농삿일로 잔뼈가 굵어오신 어머님께선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만큼 왕성하게 일을 하셨다. 

지는 것을 정말로 싫어하시는 어머님.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젊은 사람들보다 일잘한다며 스스로를 뿌듯해하셨다. 

이런 자신감은 반쪽도 똑닮았다.

그렇게 지내시던 분이 갑작스럽게 병원에 누워계시게 된 상황을 받아들이기 싫어하셔서

의사와 간호사에게 빨리 낫게 해달라고 매일 호소하신단다.

아침일찍 일어나 정갈하게 화장하고 나서야 일을 시작하셨던 분이라

병원에 들어가니 같은 병실에 이런저런 병명으로 누워있는 환자들을 보면서도 불만이 쌓이신다. 

사실 다인실에 입원하면 여러 종류의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함께 있어야하는데 

깔끔하신 성격에 그런 상황조차도 불편하게 생각하신다.

입원하신 지 보름 지난 오늘까지 벌써 병실을 두 번 옮겼다.

병원입원하시기 전, 아픈 다리를 끌면서까지 농삿일을 하셔야했을까 답답한 마음이었다. 

어머님께선 사람사는 일이 그렇게 쉽지않다며 그 때로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하셨을 거라 한다. 

결국 어머님의 병원생활로 우리 부부의 삶도 꼬여버렸다. 

어머님이 심어놓으신 농작물들은 이미 수확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얼마 전 고구마밭엔 멧돼지가 침입해 고구마를 캐먹고는 밭을 초토화시켜놓았다.

이 멧돼지들, 고구마 껍질을 까서 알맹이만 먹나보다. 헤집은 자리에 벗겨진 껍질이 남아있다.

입맛은 고급인 모양이다.

(멧돼지가 헤집은 고구마밭)

반쪽은 아파트를 전세놓고 시골로 들어가자한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한 공동체활동은 어쩌고?

그것도 내가 주도해서 시작한 일이고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었는데...

어머님이 다시 돌아오실 날만 손꼽아 기다릴 밖에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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