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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는 이야기

어머님 안 계신 추석

어머님 안 계신 이번 추석은 결혼 후 삼 십 여년 만에 내게 한가한 명절이 되었다.

결혼하고 명절때마다 손님맞이하느라 허리펼 틈 없이 상차리던 기억이 명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어냈다.

술 좋아하시는 시아버님과 손님대접 잘 하기로 소문 난 시어머님때문에

명절마다 시댁으로 몰려드는 손님이 정말 많았다. 

찾아오는 손님마다 새롭게 상을 차려드려야한다는 어머님 지론에 따라

앉아계시던 손님들은 새로오는 손님과 함께 새 상을 받아 계속 먹거리를 드시곤 했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어머님 손맛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여전했다. 

명절마다 허리굽히기(인사때문이 아니라 상차림때문에) 운동한다고 반쪽에게 투덜거리면서 살아온 세월이었다. 

친정과 너무 다른 분위기였던 터라 적응이 힘들기도 했고 찾아오는 손님맞이하느라

친정으로 출발하는 시간을 미리 정할 수도 없는 게 싫었다.

나를 기다리는 친정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은 조급한 데 왜 그리 손님은 끊이질 않는지

참다 못 한 내가 반쪽에게 친정가자고 호소하면 마지못해 일어서던 명절이었다. 

나는 그래서 아들며느리에게 며느리집을 먼저 다녀오라고 하기도 하고 

명절 당일에 아점먹고 며느리집으로 보내기도 한다.

세월이 흘러 찾아오던 손님은 줄어들었고 어머님께서 본가를 떠나 우리 집에서 머무르게 되시면서

십 여년 전부터 명절분위기는 전과 많이 달라졌다. 어머님께선 그런 분위기를 못내 서운해하셨지만...

그런데 이번 추석엔 어머님께서 병원에 계신다.

더구나 면회객 제한으로 인해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

우리도 면회신청이 밀려 추석당일엔 어머님을 뵐 수 없게 되었다.

아들과 며느리, 딸 그리고 반쪽이 함께 모여 어머님 가져다드릴 송편을 빚기로 했다. 

다행히 쌀가루 떡반죽을 살 수 있어서 소량의 떡반죽만으로도 송편을 빚을 수 있었다. 

학교에서 아이들 데리고 송편빚기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이들과 참 재미있었는데... 

휘영청 둥근달이 뜨는 추석에 왜 반달모양의 송편을 빚는지 이야기나누면서 온가족이 함께 즐겁게 송편을 빚었다. 

딸아인 태어날 조카가 토끼띠라 토끼모양의 송편을 빚었다. 

(딸이 빚은 송편)

그런데 송편을 찐 후 누구 입으로 들어갔는지 토끼송편이 사라졌다. 

다 쪄진 토끼송편을 들고 딸이 며느리에게 보여주며 선물로 준다고 했었는데 

아무도 안 먹었다고 하지만 없어진 걸 보면 누군가의 입으로 직행한 듯.

무튼 어머님 병원에 가져다드릴 송편은 성공적으로 완성

(송편도시락)

명절을 병원에서 보낼 수 밖에 없는 어머님께선 속상하신 마음이시겠지만

좋아하시는 떡을 드시고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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