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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벗삼아

으름이야기

골짜기 가득 으름꽃향내가 은은히 퍼지는 4월이다. 

시골에 주택을 지으면서 외지인 소유의 땅을 빌려 으름터널을 만들었다. 

반쪽이 어려을 적 아버지께서 산에 나무하러 가시면 으름을 따다가 항아리에 두었다 주시곤 했는데

그 맛이 그립다며 으름 나무를 욕심껏 사다 심고 가꾸었다. 

너무 많이 심어서 으름열매를 제대로 수확하지 못하니 새들과 지인들에게 후한 인심을 베푼다. 

으름을 우리나라 토종 바나나라고 불렀다는데 과육을 씹으려다보면 씨앗이 더 많이 씹혀서 먹기가 까다롭다. 

딸아이가 한의학을 공부하게 되면서 동의보감관련한 책을 한 권 샀다. 

'허준이 한글이름으로 정리한 동의보감 속 우리약초'라는 제목의 책인데

옛이름들로 적혀있어서 요즘 우리가 부르는 약초의 이름으로 찾기가 쉽지않았다. 

조선시대 탕액편에 으름은 '으흐름너출'이라는 약초명으로 적혀 있었으며,

주로 줄기에 약효가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있단다.

(동의보감 속 우리약초 중 발췌)

책에서 쉽게 풀어 적어준 약효는

가슴이 답답하면서 열감을 느끼는 증상을 치료한다.
목구멍이 쑤시고 아픈 증상을 낫게 한다.
입안과 혀가 허는 증상에 유효하다.
팔다리를 잘 쓰지 못하고 마비되며 아픈 증상에 사용한다.
산후 유즙 분비가 미흡할 때 쓰인다.
열을 내리고 소변을 잘 보게 한다.

그렇지만 우린 열매를 먹고 싶어서 심은 나무다.

으름 생과육을 먹거나 으름효소로 담가 보관해두고 생각나면 조금씩 꺼내 음용하고 있다. 

으름꽃은 암꽃과 수꽃이 한 줄기에 함께 피며 생김새가 다르다.

(으름덩굴 수꽃)
(으름덩굴 암꽃)

가을이 되면 으름이 주렁주렁 매달린다.

(으름)

으름효소는 열매껍질이 벌어지기 전에 으름을 따서 담는 것이고

(잘 읽은 으름)

저절로 껍질이 벌어지며 과육이 투명하게 보일 쯤이면 달콤한 으름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과육 안에 들어있는 씨앗을 주의해서 골라내거나 삼켜야하는데

어찌하다 씨앗을 씹게 되면 입 안에 아린 맛이 퍼져 괴롭다. 

학교에 가져가서 아이들에게 맛 볼 기회를 줬더니 아이들이 애벌레같이 생겼다며 도망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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