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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민주시민교육은 지금 어디까지

방학 중 교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교육청에서 장학사가 나왔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3년째 민주시민교육학교 예산을 받아 사업을 진행했다. 

민주시민교육에서 이루어지는 몇 몇가지 사례들을 이야기하며 컨설팅을 하고자 했으나

실제로 이 학교에서 내놓을 만한 실적은 없다. 

물론 실적이 있어야 민주시민교육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사자치, 학생자치, 학부모자치, 얼마나 이루어졌을까?

교육3주체 생활규정은 마련되어있을까?

NO!

2019년에 이 학교에 부임해와서 적잖이 놀랐었다. 

십여년 전 학교현장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출근하면 교장실에 내려가서 교장에게 인사를 해야한다는 것과

조퇴를 하면 교장과 교감에게 들러서 인사하고 나가야한다는 것을 포함하여

일일히 열거하기 힘든 여러 구태들이 잔존하고 있었다. 

진보교육감 2기 시대에 혁신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 교육계의 변화가 자리잡은 줄 알았다. 

특히나 민주시민교육은 국가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교육이다. 

그럼에도 교직원회의에서 의견을 내는 일이 자유롭지 않고

학생회의는 내가 어렸을 때 경험한 학급회의나 전교학생회의와 다르지 않았다. 

담당교사가 적어준 시나리오대로, 월별로 정해진 주제에 맞게 전교학생회장은 회의를 진행하고

회의록은 기록되어 각 학급에 전달되지만 그저 형식일 뿐이었다.

2020년 생활부장을 하면서 학생자치회가 자리잡도록 도와주고 싶었으나

코로나 19로 인하여 학생회구성이 원활하지 않았고

2021년 교육과정부장을 하면서 학생자치회에 함께 참여하며

학생회 임원들과 다양한 활동을 했으나 업무담당자들의 소극적 대응으로 

학생회장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졸업하게 되었다. 

업무담당교사 둘에게 학생자치회 운영에 대한 조언을 하며 방향을 바꾸어보자고 했으나

그들은 "학교다닐 때 학생자치회에 대한 경험이 별다른 게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했다. 

학생들의 흥미와 소질을 찾아 동아리활동을 운영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이 하고싶은 동아리 종류는 다양했으나

이 학교에서는 일방적으로 하나의 동아리활동만 진행해오고 있다.

학생들 스스로 동아리를 구성하여 즐겁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했으나

어린 학생들이 뭘 알겠냐며 그러다 사고나면 어찌할 거냐고 되묻는 후배교사들.

씁쓸한 기억이 떠오른다. 

"사고나면 책임질거야?"라며 교육활동을 할 때마다 다그치던 예전 관리자들의 모습이

이제는 후배교사들에게서 오버랩되고 있었다. 

민주시민교육을 글로만 배운 교사들이다. 

경험하지 못했으니 그걸 가르칠 수 없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어찌보면 우수한 두뇌를 가지고 학교현장에 발을 디딘 그들에게

정해진 수업과 정해진 업무 외에 다른 활동들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아쉽다. 

하지만 민주시민교육이 잘 이루어지는 교육현장도 많이 있으리라 위안하며

조금씩, 천천히 자리잡아가기를 기대하며

5년 전 동료들과 함께 읽었던 이오덕 선생님의 책을 꺼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