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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는 교육

무자격 교장은 과연 누구?

20171226, 교육부가 교장 공모제 확대에 대한 입법예고를 했다.

2007년부터 도입되었던 교장 공모제는 세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첫째, 교장자격증을 지닌 교장 또는 교감만 지원가능한 초빙형 공모제

둘째, 교사경력 15년 이상인 경우에 교장지원이 가능한 내부형 공모제

셋째, 외부전문가에게 개방되는 개방형공모제

이 세가지 공모제 중에 현재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초빙형 공모제이다.  

개방형공모제는 논외로 두고 최근 불거지고 있는 교장공모제는 도대체 무엇이 논란거리일까?

교원의 가장 대표적인 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최근 무자격 교장공모제 확대에 대해 교원의 81.1%가 반대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반면에 실천교육교사모임과 새학교넷 설문결과는 71.5%가 공모제확대 찬성)를 내놓은 일이 있다.

설문은 명확했을까?’생각을 했다. ‘무자격 교장공모제라는 어감이 설문응답자들에게 전달되는 의미는 어떤 것이었을까?

무자격 교장은 어떤 교장을 말하는 것일까?

학교현장에서 무자격 아니 무능력한 교장들을 본 경험으로 말하자면 무자격 교장공모제확대는 반대하고 싶다.

무자격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역할이나 행동을 하는데 필요한 조건이나 능력이 없음을 말한다. 교장으로서 갖추어야할 조건이나 능력이 없는 무자격 교장. 그런 교장들에 대한 공모제 확대는 누구나 반대할 것이다. 그러니 설문자체가 모호하다.

학교현장에서 교사경력 15(교육전문직으로 갈 수 있는 기준경력)에 교육전문직으로 근무하다가 교감 1년 근무(교육전문직으로 근무하다 교장자격증을 취득한 경우에는 교감경력 1년만 있어도 된다하니)하고 교장 자리에 오른 젊은 교장들을 보면 8년 후가 걱정스럽기도 하다. 물론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교장으로서 4년 근무, 중임하면 8. 그 다음엔 교육전문직 또는 해외한국학교 파견, 그도 아니면 초빙형 공모교장 등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정년퇴직을 아름답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몇년 전 어느 초등학교 교장이 예비교사들을 모아놓고 "전교조 교사로 살면 말로가 비참해진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들입장에서 보면 교장으로 퇴직하지 못한 교사들이 비참해보이는가 보다.

교장의 임기를 마치고 평교사로 내려온다는 것은 불명예스럽게 생각하는 교장자격증 소지자들이 교장의 8년 임기를 마치고 교장으로서의 임기를 연장할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초빙형 공모교장이다. 그 임기연장의 기회를 얻으려면 초빙형 공모제가 확대되어야하는 것인데 내부형 공모제를 확대한다니 그들로서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일이다.

교장자격증을 따내기 위해 숱한 세월을 얼마나 고생했는데, 대통령 이름 석 자가 새겨진 교장임명장(예전에 교장이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임명장을 직원들에게 자랑스럽게 흔들어보이던 생각이 난다)을 받기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데 그런 어려움을 모르는 것들이 감히 교장자리를 넘보다니 그들 입장에서는 억울하기도 할 터이다.

그들이 말하는 교장의 자격은  교장자격증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자는 것이겠지.

누구를 위한 것일지 모르는 수업연구와 각종 연구대회 참가하고 꼼꼼하게 업무처리하는 그런 능력을 갖춰나가는 것이 진정한 교장자격일까?

아이들과 즐겁게 배움의 길을 열어가고 아이들 입장에서 교육활동들을 고민해하다 승진점수를 챙기지 못하면 교장으로서의 자격은 없는 것일까?

스무명 넘는 아이들이 북적거리는 교실보다 더 큰 면적의 교장실,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앉아 결재버튼만 클릭클릭하고서도 직접 결재한 문서를 챙겨보지 않고 학교에서 어떤 활동이 일어나는지 담당자가 직접 찾아가 설명해주지 않으면 모른척하는 교장은 과연 교장자격이 있는 것일까?

아이들이 하고 싶은 교육활동을 추진하거나 현장학습을 가려하면 아이들의 생각보다는 안전사고가 날 염려만 하고앉아 노심초사하는 그들은 교장자격이 있는 것일까?

즐겁게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을 보는 것보다 수업설계안을 가지고 두 세차례 반복검토하면서 형식적인 문서들에 푹 빠져사는 그들은 교장자격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권리가 있는 것일까?

일주일에 한시간 수업하는 것도 싫다하고 업무보다는 교육활동 중심의 학교로 만들고자 교사들이 도움의 손길을 뻗어도 업무를 줄여주기는커녕 책임회피를 위한 문서를 더 만들어내길 원하는 그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교장이란 말인가!

그 넓은 교장실에 혼자 앉아서 누군가가 찾아오기만 기다리고 올라온 결재문서에 딴지를 걸고 싶은 그런 교장들이 그렇지 않은 교장들보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 나라의 교육현장에서 아무리 해외연수를 다녀온다해도 19세기나 21세기나 별반 다를 게 없어보인다.

무자격 교장공모제에 대한 설문이라면 나 역시 반대를 했을거다. 그동안 학교현장에서 무자격, 무능력한 교장을 수없이 보았을테니 그런 무자격 교장들에게 공모의 기회를 준다는 것은 당연히 반대할 일이다

한국교총이 설문한 무자격 교장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과연 무자격 교장은 누구를 말함인가!